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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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 속의 '이외수'는 기이한 모습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문인 초기시절의 그는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소설을 구상할 때는 씻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오고, 미스 강원 출신의 아내와의  결혼도 화제가 되었다.
그가 내놓은 작품들도 기이하기 그지 없었다. 정상적인 인간들이 아닌 육체적, 정신적 장애의 인간들이 난무했다. 열등감, 허영, 욕망.... 거기에서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존재를 찾는 여행을 했었던 것이다.
지금은 읽은 지가 오래되어서 작품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읽는내내 상당히 괴이한 느낌들을 많이 받았던 작품들이었고, 지금도 읽을 당시에 느꼈던 충격에 가까운 장면들은 남아 있다.
<들개>, < 황금비늘>, < 괴물>, <외뿔>, <장외인간> 등이 그랬다. 
그러나 이외수의 작품은 읽은 후까지도 강한 느낌들이 남으며, 한 번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 중독성이 있어서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외수의 작품들은 소설이 아닌, 감성 에세이로 전환이 되는 것이다.
아주 간결한 문장과 함께 감각적인 그림이 함께 하는 에세이가 또한 읽는 재미와 함께 읽은 후까지도 여운이 남겨지는 것이다.
2007년 소통법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2008년 생존법 <하악 하악>
2009년 소생법 <청춘불패>
2010년 비상법 < 아불류 시불류>
위의 책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들이지만, 그 책들이 남겨주는 교훈적인 이야기들은 아주 오래 오래 가슴이 남겨지는 것이다.
특히, 청춘들에게 전하는 말들은 그들의 일생의 지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읽게 된 이외수의 감성 산책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는 2011 년 1월에 출간되었는데, 어찌 어찌 하다 보니, 어제 단숨에 읽게 되었다.
그동안 인문 서적과 경제 관련 서적을 몇 권 읽고, 지금도 두꺼운 인문 서적을 한 권 읽고 있는 중이어서 쉬어가는 의미에서 찾게 된 책이기도 하다.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는 1992년 <흐린 세상 건너기>의 일부 원고와 작가가 새롭게 쓴 원고들이 합쳐져서 박경진 작가의 그림과 함께 선보이게 된 책이다.
2007년부터 나온 에세이들과 그 맥락은 같을지 몰라도 글의 내용은 앞의 책들보다는 좀 길다고 해야할까.
그동안 아주 절제된 간략한 글의 에세이들을 선보였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잠언집이라고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동서양을 막론한 좋은 내용의 글들. 교훈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화, 꽃의 유래 등도 재미있다.




결혼 후에 친정 엄마가 곱게 기르던 꽈리를 몇 그루 얻어다 심었었다.
꽈리는 내가 어릴적에도 집의 정원에 있었던 식물이었는데, 친구들이 그  꽈리를 신기해 했다.
내가 어릴적만해도 고무 꽈리를 불곤 했는데, 나는 고무꽈리를 불어도 불어도 소리가 나질 않곤 했다.
바로 그  고무꽈리가 아닌 꽈리나무는 나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다년생 식물)...
빨갛게 익으면 꽈리를 따서 손으로 주물러 준다. 그러면 주황색 꽈리는 말랑말랑해지면서 속의 씨가 보이게 된다. 그러면 그  씨를 꽈리의 작은 구멍을 통해서 살살 빼내야 한다. 그때 씨와 함께 씨둘레의 뭉쳐진 씨를 둘러싼 것들까지 빠져 나오게 되는데, 꽈리의 구멍이 너무 작아서 그만 찢어져 버리게 된다.
다행히 씨를 잘 빠지게 하면 작은 주황색의 꽈리가 되는 것이다.
입 속에 넣고 공기를 살짝 불어서 불면 꽉~~ 꽉~~ 꽈리 소리가 난다.
추억 속의 꽈리~~ 친정 엄마에게 얻어왔던 꽈리나무는 우리집 앞의 작은 화단에 심어졌고, 이사를 올 때도 캐가지고 왔더니,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봄이 되면 새 싹이 나고, 또 하얀  꽃이 피고, 열매가 예쁘게 열린다. 지금은 꽈리를 만들어 불지는 않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꽈리를 보곤 신기해 한다.
꽈리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래전 추억에 적어본다.






책의 구성은 5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몇 편의 시가 있다.

새치
아이야 뽑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도 때로는
눈물이었노라고
반짝이며 자라나는
은빛 실뿌리 (p79)


에세이와 함께 읽는 시의 매력~~
책 속의 글들은 어느 한 부분 놓칠 수 없는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는 글들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결코 반대말이 없습니다. (p81)
죄 중에서 가장 큰 죄는 자기밖에 모르는 죄 (p89)
마음 안에 있던 것들이 머리로 자리를 옮기면 그때부터 순수성을 상실하게 된다. (p291)





'이외수'는 트위터 플로어 67 만명을 거느린 국내 1위 소통대왕이라고 한다.
그동안 주저하며 하지 않았던 트위터~~
어제 트위터에 가입을 했다. 그동안 남의 트위터는 가끔씩 들어가 보았지만, 내가 직접 가입한 트위터의 세상을 좀 낯설었다.
문학 관련 플로어들을 찾다가 쉽게 찿은 꽁지 공지영의 트위터, 그리고 이외수의 트위터...
역시 이외수는 국내 1위 소통대왕이다.
어제는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틀 읽으면서 이외수를 만났고, 처음 트위터에 날개를 달고 플로어 이외수를 만난 날이다.





 
기인으로 알려진 이외수의 소설들이 독한 내용들을 담았다면, 이외수의 요즘의 에세이들은 순한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은 표현 방법과 형식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자신의 문학 세계를 펼쳐 나가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게 해주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을 바람직하게 살아가는 것인지를 항상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왜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줄까?
청춘들에게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에 순응하면서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인생에 스스로 날개를 달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 큰 코끼리가 날개를 달 수 있듯이, 청춘들도 무거운 자신의 삶에 날개를 달고 서서히 날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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