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 법정스님의 무소유 순례길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스님 입적 1주기가 지난 3월 11일( 음력 1월 26일)이었다.
스님은 유언으로 <무소유>를 비롯한 스님의 모든 책들의 절판을 말씀하셨다. 말빚을 남기기 싫다는 말씀과 함께.



그러나, 세인들은 이 말씀마저도 받아들이지를 못하고 우왕좌왕 다툼에까지 이르게 되고....
스님의 말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인지, 사심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한탄스럽기까지 했었다.
정작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내 놓았던 스님은 병원 치료비 마저 지인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그동안 남모르게 자선을 베푸셨다고 한다.
그동안 1년이 지나는 동안에 스님의 책들은 1년간 더 출판하자는 결정도 있었고, 새로운 스님 관련 책들도 출간되었다.
그중에 <소설 무소유>도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정찬주는 법정스님과 오랜 연(緣)이 있다. 샘터사에 근무하는 십수년 동안 스님의 책 십여 권을 만들었고, 그것을 계기로 사제지정을 맺기고 했다.
그래서 법정스님은 정찬주를 재가제자로 삼으면서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의 법명인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지어 주었다.
정찬주는 우리나라의 사찰, 암자를 자주 찾기에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암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암자가는 길>, <암자가는 길2>를 펴냈다.
그중에 <암자가는 길 2>는 몇 달 전에 읽었기에 그의 책으로는 두 번째 읽게 되는 책이다.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저자가 법정 스님 입적 1주기를 앞두고 스님이 어렸을 적부터 거쳐온 발자취를 밟아 오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정 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면서, 스님의 자기다운 영혼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어 오는 순례기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무소유 성지순례"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스님의 무소유의 삶은 꽃피듯~~ 물흐르듯 사는 것이었을 것이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으므로 진정으로 홀가분해지고 자기다운 삶" (p12)



이것이 스님의 삶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소설 무소유'가 스님의 전 생애를 망원경으로 보았다면 에세이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현미경으로 보았다는 느낌이 든다. (p12) 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가까이에서 스님을 보아왔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형식은 <암자가는 길>과 같은 기행문 형식을 빌은 에세이이다.
스님은 입적하신 즈음에 스님을 뵙기를 원하면 불일암이나 길상사로 오면 거기에 계시겠다고 하셨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기도 하는 송광사 불일암으로 부터 스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간다.
불일암에 있는 빠삐용 의자.



스님의 무소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의자이다.
송광사 불일암
진도의 쌍계사.
스님의 고향인 해남의 우수영.
스님이 행자시절 거처했던 진도의 쌍계사.
미래사 눌암.
쌍계사 탑전.
봉은사 다래헌.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
서울의 길상사.
모두 스님이 거처하셨던 곳이다.


  

 

그중에서 내가 처음 접하는 이야기는 스님의 고향인 해남에서의 이야기이다.
출생에서 출가전 까지, 아니 중학교부터는 목포로 유학을 떠나니, 그 이전까지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는 스님의 생가 표시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지는 않은 곳이다.
그리고,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가는 불일암은 저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곳이다. 


불일암은 내게 맑은 거울이다. 불일암으로 가는 것은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나만 고집하는 '거짓 나'를 떠나 남을 배려하는 '본래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기  때뭉에 암자가 텅 비어 있어도 좋다. 봄날 아래채 툇마루에 앉아서 목욕소 뒤편에서  꽃비를 뿌리는 산벚나무를 바라보는 것만도 행복하다. 겨울의 들머리에 선 지금은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붉은 감들이 단풍보다 더 곱다.
(...) 불일암은 내게 한 권의 윤리 교과서다. 암자는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고 한다. 집착과 욕심이 과해진 나에게 붉은 경고등을 켜준다. 그러니 불일암 가는 길은 집착과 욕심의 몸무게를 줄이러 가는 길이다. 불일암의 작고 맑은 모습들을 무심코 바라보는 동안 집착과 욕심의 몸무게가 부쩍 줄어 있음을 깨닫는다. (p33~34)


'집착과 욕심의 몸무게를 줄이러 가는 길' 그것은 바로 무소유의 법정 스님의 자취가 있기에 그럴 것이다.
스님은 "내가 없는데 (무아- 無我) 내 소유가 있을까" 하셨다고 하니...




정찬주가 가는 이 길들은 모두 스님의 기억들이 깃든 곳이다.

미래사 주차장 왼쪽에서 편백나무 숲 사이로 난 산길을 50 미터쯤 걸어가니 멀리 한산도 앞바다가 보인다. 지금 가고 있는 오솔길이 효봉암 터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법정스님도 통영을 오갈 때는 이 산길을 이용했을 것 같다. (p137)

스님이 거처했던 곳 중에 세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이다. 이곳에 약 17년간 머무러 계셨는데, 누구의 출입도 금하셨다. 아주 가까운 지인이 들렀을 뿐인 곳인데, 스님은 만약에 이곳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시겠다고 하셨던 쯔데기골 오두막.
이곳은 이 책의 저자 역시 순례를 하지 않는다. 스님이 계실 적에도 못 가보았지만, 스님이 떠나신 지금도 가지를 않는다.
최근 강원일보의 기사에 의하면 스님이 거처하셨던 곳의 앞 철문에 무단침입 경고판과 무인카메라까지 설치되어 있다고 하니, 끈질긴 사람들의 호기심이 만들어 낸 기이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스님이 자신의 책을 절판하기를 원하면 절판하면 되는 것이고, 스님이 거처하시는 곳에 출입을 금해 주기를 바라면 가지를 말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역시 집착이고, 욕심이 아닐까?
법정 스님에게서 우리들이 배울 수 있었던 삶의 모습은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버리는 무소유임을~~~
어떻게 보면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도 집착과 욕심을 버리지 못한 순례이고 출간이 아닐까 한다.
법정 스님이 원하신 무소유~~
말빚 조차 남기기 싫으시다 하셨는데~~
스님의 자취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 스님의 무소유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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