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 ㅣ 청어람주니어 고학년 문고 2
임다솔 지음, 정은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3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픔을 가슴 속에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그 사건은 역사 속으로 흘러갔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초등학생들에게 어떻게 들려 주어야 할까?
그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실에서 결핍된 것을 환상의 세계에서 채워주는 뿌듯함. 마치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 된" (글쓴이의 말 중에서)것과 같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5.18 민주화 운동이란 주제는 너무도 가슴 아픈 역사적 사실이기에, 또한 그 사건 속의 인물들이 아직도 가슴앓이를 하면서 살아 가기에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한나빛이 할머니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세상으로 들어가서 그 문제를 해결해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야기는 지리산 자락에 홀로 살고 있는 나빛의 할머니가 치매로 보살핌이 필요하게 되어 엄마와 함께 나빛을 외할머니를 찾아간다.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을 보람차게 보내는데....
영화캠프마저 포기하고 가게 된 외할머니댁.

엄마는 무슨 일인지 외할머니와의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은 듯하고.
나빛은 외할머니댁의 모든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다음날 그곳을 떠나려고 하는데, 그날 밤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깜깜한 밤에 어디론가 사라지는 외할머니.
외할머니를 쫒아 간 곳은 1980년 5월 23일 광주 가는 버스 속의 광경과 화순에서 일어난 버스 속 승객들을 총으로 사살하는 모습.

그리고 외할머니가 지니고 있던 초록색 여행가방과 그 속에 들어 있는 분홍 원피스.
또다른 사람인 계엄군인 아저씨.
꿈인지 환상 속의 세상인지 모를 그런 곳으로의 여행은 나빛에게 며칠 계속된다.
나빛이 외할머니댁 곳간에서 본 먼지 투성이 초록색 여행가방과 분홍 원피스는 이 꿈 속에서 본 세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밀짚모자 아저씨는 계엄군인 아저씨와 어떤 관계일까?
엄마를 꼭 닮은 곳간에서 본 사진 속의 학생은 누구일까?
외할머니는 무엇을 찾아서 밤마다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일까?
환상 속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빛은 밤마다 처참한 총살이 이루어지던 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도대체 어젯밤에 겪은 일들은 뭘까? 나빛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만들어진 상상은 아니란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사진에 생생히 남아 있으니까?" (p87)
5.18 민주화 운동의 피해자인 외할머니와 가해자였던 밀짚모자 아저씨는 가슴에 안고 살던 아픔을 나빛의 환상 속의 세계를 넘나드는 꿈을 통해서 치유 방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외할머니와 엄마에게도 이 사건으로 인하여 모녀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
엄마에게는 학창시절의 소중했던 꿈들이 광주에 있었고, 그 꿈은 끔찍한 이 사건으로 인하여 망가져 버렸던 것이다.
외할머니의 죽은 쌍둥이 언니에 대한 아픔때문에
그리고, 그 갈등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이야기가 진실성이 돋보이는 것은 실제로 광주에서 화순으로 가던 너릿재에서 1980년 5월 23일에 이와같은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고, 그 사건의 진실을 그대로 소설 속에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초등학생들에게는 5.18 민주화 운동이란 역사 속의 한 사건이라는 개념 정도 밖에 없을 것인데, 이런 이야기를 판타지 형식의 소설로 그려 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임다솔은 이런 이야기를 <외할머니의 분홍 원피스>를 통해서 풀어 나간다.
이 작품은 2008년 5.18 기념재단 문화 공모전에 입상한 소설이다.
작가의 매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