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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
어마 리 에머슨.진 뮤어 지음, 이은숙 옮김 / 반디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에 있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야 하던가 ~~
그런데, 이 선택 앞에서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주눅들어서 사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그 선택을 얼마나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것도 자신의 몫인 것이다.


<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는 작가인 어마 리 에머슨의 체험에서 나온 소설이라고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끼지가 허구인지는 밝히지 않지만.....
시대적 배경은 미국 벌목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하던 1950 년대 후반이고, 장소는 쿠스베이 벌목 캠프이다.
주인공인 리는 잘 나가는 가족들에 비해서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여자이다. 오리건주의 목장을 가진 부모에게는 결혼을 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네 딸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
"아버지는 '우리 큰 사위, 해군 제독님.' 혹은 '내 아들, 교수님.', 혹은 '우리 둘째 사위, 의사 선생님.' 등으로 자식을 부르시며 자랑스러워하곤 하셨다. 그런데, 내 차례가 되면 그저 다정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어마 리, 금발머리 내 딸.' 금발의 머리칼 외에 내세울 것이 없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 (p6)
리에게는 내세울 아무런 장점이 없기에 이 집안에서는 흔하디 흔한 금발 머리가 내 딸 앞의 수식어로 불러 지는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모든 가족이 잘되기를 항상 기도하신다.
언니집에 얹혀 살던 리는 형부의 소개로 취직시험을 보러 가지만 밤세워 타자 연습을 했건만 엉망진창의 결과만 남는다.
집에 돌아오는 집에 내린 곳을 지나치는 바람에 가게 된 동물원에서 우연히 듣게 된 한 마디가 그녀의 새로운 인생을 가져다 준다.
"450 달러 ! 부주방장!" 두 명의 벌목공이 나누는 그 말 한 마딩에.
그녀는 쿠스베이 벌목 캠프로 향한다.
가끔씩 출장 요리사 일을 하기도 했으니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인생에는 밀물 때가 있고 썰물 때가 있는 법, 좋은 기회가 왔을 때는 그 행동을 놓치지 말고 잡아야지" (p21)
쿠스베이 벌목장에는 식성 좋은 60명의 건장한 벌목공이 있다. 모두 남자들로 가득이다.
얼마후에는 100 명의 벌목공들의 식사를 담당해야 하는 부주방장 ~~
또한, 그녀에게는 사랑을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간 떠난 사랑 더그웨더비가 있다.
못내 떠난 사랑을 보내지 못하고 마음에 담고 있는 리.
사랑이 남긴 것은 그의 편지 2통과 사진. 그것을 끌어 안고 사는 것이다.

이 소설은 어마 리가 새로운 환경인 벌목장에서 찾게 되는 사랑의 이야기가 주 내용은 아니다.
지금은 사라져 간 벌목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삶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인간세상이 그렇듯이, 쿠스베이에 모인 사람들도 선한 사람, 악한 사람들이 모여 있게 마련이다.
사기 도박도 있고, 의도적인 화재사건도 있고, 쿠스베이의 일을 망치려는 음모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곳이 벌목장이기에 우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곳의 모습들도 작가는 세밀하게 묘사를 잘 해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자신의 길을 가는 어마 리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존재감이라고는 없던 어마 리가 이곳에서는 만드는 음식마다 빈 그릇만 남을 정도로 텅 비게 되고, 다음 끼니는 어떤 요리를 할 것인가 생각하며 만드는 음식은 벌목공들에게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존재감이라곤 없던 어마 리가 존재감을 찾은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 아름답고 활기찬 것이다.
또한, 떠나 보내지 못하는 사랑때문에 에디슨과의 멀어지고,
마음은 에디슨의 오두막집을 비하한 것도 아니고, 그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 들인 것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그런 것 처럼 비쳐지게 되는 것이다.
떠난 후에 그것이 사랑일까 ?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꼭 어마 리의 마음인 것이다.
어떤 기회가 왔을 때에 그 기회를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놓쳐 버리는 순간들이 우리의 인생에서는 얼마나 많은 것인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놓쳐 버렸던 순간들....
떠나는 벌목공들의 뒷 모습이 언제나 쓸쓸하듯이, 우리 인생의 뒷 모습은 그렇게 쓸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쓸쓸한 뒷 모습을 밝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어마 리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 에디슨, 아직도 그 샴페인 가지고 있어요?"
"물론이죠."
" 그럼, 우리가 여기서 나가면 당신의 나무 농장에서 축하 파티를 열어요."
나는 에디슨이 내 말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려다 보았다. 제대로 알아들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얼른 덧붙였다.
"당신이 아직도 그러고 싶다면요"
"물론 그러고 싶죠" (p334)
인생의 기회는 딱 한 번도 아니고, 자신의 삶에서 때때로 많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선택이 비록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해도, 기회는 또 오는 것이 아닐까~~~
가족들에게는 존재감 조차 없었던 어마 리가 벌목장에서 새로운 삶을 찾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