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사이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 지식여행자 12
요네하라 마리 지음, 홍성민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미식견문록>을 통해서였다. 그 이전에는 '마리'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일본 여성인 작가가 담아 내는 이야기들은 그녀의 책마다 따라 다니는 부제인 "유쾌한 지식 여행자~~"가 말해 주는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었다.





하루 7권의 책을 읽을 정도의 독서력에서 나오는 지식들과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백과사전을 몇 권씩 뒤져서 알아내는 탐구력, 그리고  책을 읽는 도중 도중에 " 팡~~" 터져 나오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은 신선한 매력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마리가 2006 년에 암으로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독자들에게 그녀만의 색깔이 담긴 글들을 많이 쓸 수 있는 나이에....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녀가 남긴 글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고, 그 글들이 하나 하나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읽은 또 다른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은 < 문화 편력기>, <발명 마니아> 였는데, 그 책들 역시 그녀만의 섬세하고 치밀하며, 유머러스한 필치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던 것이다.
이번에 내가 읽은   <차이와 사이>는 마리의 열두 번째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이 그동안 출간된 책들과 다른 점은 '요네하라 마리'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글들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난소암임을 알고 수술을 한 것이 2003년 가을이고, 2005년에 암이 전이되어 2006년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으니, 어쩌면 이 책에 실린 내용의 강연을 할  당시에  몸과 마음이 힘겨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가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 마지막 사명감, 마지막 소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차이와 사이>는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특별하기도 하고, 기존의 책들보다는 덜 유쾌하지만, 더 진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4 장으로 되어있다.

첫 번째 : 사랑의 법칙
'마리'의 글의 특징 중의 하나는 기발하고 엉뚱한 발상을 그대로 책 속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은 <발명 마니아>를 통해서 100 가지 발명품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어떤 발명품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해도 좋을 정도의 발명품이었지만, 어떤 발명품은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발명품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마리의 머리에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아 낸 것이고, 그런 아이디어는 보통의 사람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리의 사랑의 법칙도 수긍이 가는 내용들도 있지만, 일부는 마리식의 가설이니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된다.
마리가 중학교 후반에 이성과 성에 관해서 눈을 뜨면서 책 속에서 그런 것들을 찾으려는 생각에서 다독을 하면서 알게 된 베스트 셀러 속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의 이성에 대한 차별.
베스트셀러의 남자 주인공은 여성편력자들이지만, 여자 주인공은 많은 남자 중에서 한 명만을 선택한다는 것.
그녀가 생각하는 인류는 왜 남자와 여자가 존재할까? 하는 이야기.
만약에 한 개체 안에 남녀의 기능이 존재한다면, 실연의 아픔도, 퇴짜를 놓은 사람에 대한 미안함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
마리이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언젠가 들은 이야기 중에 "세상에 남자와 여자의 성비가 불균형을 이루게 되면 전쟁이 일어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들선호사상에 의해서 초등학생들의 성비가 빠르게 불균형을 이룰 때였던 것같다.
그와 유사한 마리의 가설이 눈길을 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남자 아이의 출생 비율이 더 높은데, 전쟁 등으로 남성의 사망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남자의 출생율이 높아져서 성비를 엇비슷하게 맞춘다는 것이다.




마리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표까지 동원한다. 이것이 마리가 생각하는 수컷(남성)의 샘플설 중의 일부이다.



 
그밖에도 많은 생물학적 가설들은 내 놓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마리는 슬쩍 꼬리를 내린다. 자신은 생물학자가 아니고, 이것은 자신의 가설일 뿐이라고...
이렇게 자신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글로 쓸 수 있어서 마리의 글은 매력이 있는 것이다.
<차이와 사이>에서  '사랑의 법칙'이 가장 유쾌한 부분이다.

두 번째 : 이해와 오해의 사이
요네하라 마리는 에세이 작가, 소설가로도 활동했지만, 러시아 동시 통역사로 활동을 하였다.
자신의 직업인 동시통역사가 겪게 되는 일화 등을 통해서 통역을 할 때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동시 통역이란 시간적으로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그들이 들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하는 것이기만, 그것을 전부 전달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중심인 것인데, 통역사를 사이에 둔 커뮤니케이션.
통역 현장에서의 단어 선택은 표면적인 의미가 아닌 그 말이 가진 진짜 의미를 찾는 것이니,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통역뿐 아니라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그렇게 볼확실한 책임이고, 최종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다. 일종의 체념이랄까 각오를 해야한다. " (p89)
'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세 번째 : 통역과 번역의 차이
두 번째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너머 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동시통역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미 마리의 책을 읽었던 독자들에게는 그녀가 9 살때부터 프라하에서 러시아학교를 다녔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프라하에서 그녀가 배운 국어 교육, 독서지도, 글쓰기 등은 일본의 교육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소비에트 학교 수업은 일본의 학교 교육보다 공격적이고 입체적인 독서 교육을 요구했으며, 소비에트 학교 국어 교육은 말을 듣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과 그것을 다시 통합 정리해서 표현하는 능력, 두 가지가 필요했기에 나중에 동시 통역사가 되는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9 살 어린 소녀가 낯선 곳에서 단 한 마디의 말도 알아 들을 수 없었고, 말을 할 수도 없었기에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 내가 통역 일을 하게 된 이유는,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말이 통역으로 통한 순간의 기쁨을 무한히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p105)

네 번째: 국제화와 글로벌리제이션 사이
마리가 자신의 생각을 주저하지 않고 가장 잘 표현한 것은 '국제화와 글로벌리제이션 사이'라고 생각한다.
국제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의 개념부터, 일본어의 구조, 일본의 문화, 영어,  등에 대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어떤 민족보다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내뱉는 말들을 통해서 느낄 때가 종종있다.
일본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에 대해서 일본인들을 향해서 비평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옳은 내용의 말이라고 해도 일단은 자신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질책의 대상이 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마리는 일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국제화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어릴 적부터 유럽세계를 접해왔고, 그가 동시 통역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활동을 했으며, 그동안 꾸준히 많은 책을 읽어 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미국인이 말하는 글로벌리제이션은 자신들의 기준을 세계에 보편화한다는 의미다. 자신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신들은 정당하고 정의롭다. 자신들이 법이다. 이것을 세계 각국에 강요하는 것이 글로벌제이션이다.
똑같이 국제화라고 하지만 자신을 세계의 기준으로 하려는 '글로벌제이션'과 세계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국제화'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도랑이 있는 것이다. 정반대의 의미다. 일본인은 이 점을 자각해야 한다. (...) 일본인은 전통적인 습성으로, 일본인에게는 그 때그때의 세계 최강국이 곧 세계가 되는 경향이 있다. " (p133)




진정한 국제화가 무엇인가를. 영어에만 매달리면 편협된 세계에 사로잡히게 됨을. 문화의 가치, 외국 문화를 절대시 하지 말기 등을 그녀의 생각과 시각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차이와 사이>를 통해서 요네하라 마리가 말하고자 한 것은 "소통"인 것이다.
언어, 가치관,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문제들이 뒤엉켜서 사람들의 소통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통을 방해하는 요인은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차이란 때로는  아주 클 수도 있고, 때로는 아주 작은 틈 정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소통을 막는 차이가 되는 것이다.
서로간에 관심과 배려, 이해가 있다면 그 차이는 얼마든지  사이를 줄일 수 있는 것이고, 그 사이가 줄어드는 것은 바로 소통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리는 이 책을 통해서 사랑의 법칙, 이해와 오해, 통역과 번역, 국제화와 글로벌리제이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언어를 통한 마음의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관계 맺어지는 것들과의 올바른 소통을 통해서 참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요네하라 마리의 다른 책들을 알고 싶다면~~♥
미식 견문록 :     http://blog.aladin.co.kr/771907196/3233771 

문화 편력기: http://blog.aladin.co.kr/771907196/3259380

발명 마니아 : http://blog.aladin.co.kr/771907196/3799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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