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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외 지음 / 삼인 / 2011년 2월
평점 :
검찰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얼마전 방송된 TV 드라마 <싸인>을 보면서 였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정권 창출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과의 연계도 가능한 검찰.
정계로 나가기 위해서 유력인사의 그늘에 숨어서 갖은 악행도 마다하지 않는 검찰.
과연, 검찰은 국민들을 위한 기관일까? 아니면, 권력을 옹호하기 위한 기관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단, 이것은 드라마 속의 이야기였지만,
우리들은 지금까지 검찰의 모호한 행보를 보아 왔고,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힘없이 주저 않거나, 갖은 고문에 시달려야만 했던 사실을 잊고 지내 왔던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배우게 되는 삼권분립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건도 그동안 수없이 많았던 것이다.
'인혁당사건', '민청학련사건', '박종철사건', '이한열 사건','권인숙 성고문사건'. 'KBS 정연주 사장 사건' 'MBC PD수첩사건', '삼성 에버랜드 편법 증여사건' 등, 우리 사회에서 각 정권마다 큰 이슈가 되었고,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사건들을 기억한다면, 그때마다 검찰이 어떤 역할을 하였었는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검찰 권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정권과 재벌과 손잡고 악취를 풍기는 행동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정의로운 검사들은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으니, 이 어찌 법치국가에서 볼 수 있는 검찰의 위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하다" 라는 말까지 있다고 하니....
수사권과 기소권을 핵심으로 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은 정권의 시녀 노릇도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3 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검찰의 길을 묻다- 검찰의 역사.
제2부: 대한민국의 검찰공화국- 검찰의 현주소
제3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
이 책은 각각 주제에 따라서 4명의 저자에 의해서 쓰여졌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검찰이독립성과 중립성을 잃어버린 사례들과 알려줌으로써 일반인들도 검찰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앞으로는 새로운 검찰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다.
자칫, 정치적 색깔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기는 하지만, 검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에서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과 검찰의 유착은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된다. 이승만의 기반이 친일파, 극우세력이었기에 친일잔재 청산을 무시한 것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불행인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의 민간인 학살 사건에서 검찰은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민간인 희생자들의 학살을 감추기에 급급했으며, 심지어는 동료검사까지 죄없이 총살한 예가 있다.
검찰이 권력자의 뜻에 따라 제 뜻을 굽힌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서의 검찰.
재벌비리 눈감아 주기, 박정희 정권연장 유지와 종신집권을 향한 야욕에 동참한 것도 검찰이었다.
유신 헌법에 의한 체육관 간접선거와 필요하면 긴급조치를 발동하면서 박정희는 행정, 사법, 입법을 장악했다.
"긴급조치의 시대,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헌법 위에 군림하는 파쇼 시대에도 검찰은 독재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충성 경쟁을 벌일 만큼 적극적으로 군사 독재 정권의 일부가 되었다."(P65)
정권 유지를 위해 눈에 거슬리는 인물들은 가차없이 빨갱이로 둔갑시키기도 했으니, 인혁당 재건위 사건 때에는 8 명이 대법원 사형이 선고되었으며, 사형 선고후 18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되었고, 시신조차 유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화장처리를 해 버렸으니, 그들이 오랜 세월이 흘러서 무혐의 처리가 되었지만 그들은 결코 이 세상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 ~~
이런 악행에도 검찰은 독립성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국제 법학자 협회에서는 사형이 집행된 1975년 4월 9일은 '사법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선포했다고 하니....
전두환, 노태우 정권과 검찰.
"온통 고문의 피비린내와 피울음이 이 땅 위에 진동했다. 이러는 사이 법은 누더기가 되고, 원망과 조롱의 대상이 되며, 법치주의와 법의 권위와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 법 절차는 단지 권력자의 폭압을 정당화하는 수순에 지나지 않았다."(P82~83)
그 이후의 정권에서의 검찰의 역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존재하지 않고 있는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으니까.
이 책에서는 본문에 사례로 든 사건에 대한 논고문의 일부가 수록되어 있으니, 사건의 전말과 함께 논고문의 일부나마 읽어 보면 이 사건들이 권력의 조정을 받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검사들의 정계진출이 어느 나라보다 많다고 한다. 현 시점에서도 정당의 주요 인사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검찰 공화국이 되는 요인은
검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기 보다 검사의 활동을 바탕으로 더 높은 출세를 지향하는 정치 지향적인 검사들이 검찰 조직을 장악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법률가로서 법률적 판단이 아닌 집권 세력에 유리한 정치적 판단으로 출세를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 (책 속의 글 요약)
"정치 권력에 예속된 검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검찰.
시민의 권리와 자유보다는 오로지 정치 권력의 잇속 만을 챙기는 검찰." (P273)
<검찰 공화국, 대한민국>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건국이래로 검찰이 과연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난 시절이 언제였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뜻있는 지도자들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고 했지만, 그것이 완전한 독립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엘리트 집단인 검찰.
권위와 서열을 내 세우기에, 검사들은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 소신을 꺾어야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개혁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며, 검찰 개혁이 자체 내에서 이루어 져야만, 권력과 재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들의 권익을 위해서 봉사하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은총에 자랑스러워 하지 않고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검찰의 갈 길이다.
검찰이 쓰는 칼은 정의의 칼이 될 수도 있지만, 악마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 " (P121)
<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한 번쯤은 우리들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세상에 알려주는 책이며,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통해서 검찰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