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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추락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평점 :
<멋진 추락>의 작가인 하진은 중국 출신 미국 작가이다. 20 살 이전까지는 알파벳도 몰랐을 정도였지만, 20대 후반 미국의 브랜다이스 대학 영문학 대학원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1989년 텐안먼 사태이후 중국 정부의 폭력적 대응에 중국과의 관계를 등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정부를 위해서는 더 이상 봉사할 수 없다."는 결심을 하고 미국에 남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하진에게는 미국을 무대로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데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문단에서는 그를 천재작가라고 평하는 사람까지 나오게 되니 말이다.
그런데, 하진의 문학적 스승이 "체호프"과 "고골"이기에 그의 작품 속에서는 현대적 감각보다는 고전적 향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단순하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그런 간결한 서술적인 문장 안에는 삶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문장들 속에 은연중에 '감정의 힘'을 집어 넣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진의 작품의 특징이고 "고도로 계산된 평범함과 간결성과 서술성"(p373, 옮긴이의 말 중에서)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하진은 작품을 쓸 때마다 적어도 20차례 이상은 작품을 읽고 교정을 하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작가의 열정이 엿보이는 것이다.
<멋진 추락>은 데뷔 10 년을 넘긴 작가의 작품 세계가 담겨 있는 12편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단편집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이민자들에게는 꿈의 도시이며, 자신이 견디어 내야 하는 뉴욕이지만, 뉴욕 중에서도 중국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 속의 작은 중국. '플러싱'이다.
등장인물들 역시 뉴욕에서 꿈을 펼치기를 희망했던 중국 이민자들이다.
과연 이들이 미국에서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이민 초기에는 꿈을 안고 뉴욕으로, 로스앤젤레스로 건너 갔지만, 미국인들과 섞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던 시기가 있었는데, 중국은 더군다나 사회주의 국가였으니, 중국 이민자들의 삶은 불투명하기만 하였을 것이다.
교수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 남기 위해서 불법 체류자가 되기도 하고, 미국에서 영문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지만 정년 보장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가 쓴 서류에 적은 단어의 스펠링이 적확한 표현이 아님을 뒤늦게 알고 걱정을 하지만, 미국 교수들은 그 단어를 눈여겨 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의 이야기.
그리고, 미국 사회에 익숙해 져가는 손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미국식으로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중국 문화와 손자, 손녀 세대의 미국 문화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의 충돌도 중국 이민자의 애환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불법체류, 계약 커플, 미국에서의 교수직 임명, 미국에 들어오기 위한 자금을 갚기 위해서 몸을 파는 행동들.
이것은 모두 자신의 나라보다 좋은 나라에 이민을 가는 국민들이 초기에 겪게 되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외에도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의 언니에게 자동차를 살 돈을 뜯어내는 충동 구매를 하는 여동생의 이야기나 과외 선생을 사랑하는 모녀의 이야기는 또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하진의 단편 소설 12편은 간결하고 단순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속에는 유머, 해학, 풍자, 페이소스가 깃들여 있는 것이다.
<멋진 추락>은 미국 사회에서 겉돌면서 살고 있는 중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서로 특색있는 소재로 잘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