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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빠 ㅣ 주니어랜덤 세계 걸작 그림책
싱지아훼이 글, 양완징 그림, 임지영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가족을 잃은 슬픔.
그 슬픔은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속으로 삭힐 수 있기에 아이들보다 겉으로 나타내는 부분들이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빠>에서는 엄마를 잃은 슬픔을 소녀는 잘 견뎌내고 있다. 오히려 아빠는 그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락방에 파묻혀서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눈물로 편지를 쓰곤한다.


소녀는 집안청소, 빨래, 식사준비, 그리고 바둑이 밥주기까지 모두 척척 잘해낸다. 잡초가 무성한 정원도 가꾸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나간다.
또한, 바둑이가 데려온 새끼 바둑이, 그리고 새장수가 가지고 온 병아리, 다리 다친 비둘기까지 모두 새 식구로 받아들이고 돌보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
소녀는 엄마가 자신이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유언을 생각한다.
그것은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아빠를 돌보아 드리라는 소원이었음을 상기한다.
어느날, 독후감 숙제를 하다가 엄마의 선물 상자가 떠올라서 지하실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엄마가 그동안에 받은 선물들을 담아 놓은 선물 상자.
첫 번째 선물은 헝겊 인형.
두 번째 선물은 그림책.
세 번째 선물은 목걸이.
네 번째 선물은 거울.
다섯 번째 선물은 상장과 상패.
그리고 여섯 번째 선물은 엄마의 웨딩드레스.
<사랑하는 아빠>의 그림책은 이런 엄마의 선물을 공개해 주면서 그 선물에 대한 사연을 예쁜 카드에 적어서 보여준다.
딸에게 그 선물의 의미를 가르쳐 듯이....
그리고, 세 번째 선물의 거울은 정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얼굴이 비쳐질 수 있는 거울이 책 속에 붙어 있다.
세상을 떠난 엄마의 선물 상자 속을 살펴보면서 소녀는 엄마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엄마의 웨딩드레스를 통해서 아빠의 슬픔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녀는 아빠가 다시 그림을 그리고, 다락방에서 내려와 밝은 모습으로 엄마을 사랑할 수 있게 용기와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사랑하는 아빠>는 일기형식으로 펼쳐지는 소녀의 일상과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아빠를 걱정하고 엄마대신 보살피는 마음씨가 너무도 곱게 그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다락방에서 내려온 아빠의 모습.
아직은 환한 웃음을 웃으시지는 못하지만, 말끔한 모습과 함께 아빠가 그린 초상화를 들고 내려오신 모습에서 소녀의 그동안의 기다림과 보살핌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가를 알게 해 준다.
대부분의 그림책들이 밝고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반하여, 이 책은 주인공인 소녀가 아버지의 슬픔을 곁에서 지켜보고 보살펴주면서 용기를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를 잃은 것과 같은 큰 불행과 아픔속에서도 소녀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면서 그 슬픔을 이겨나가는 모습도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부모님 밑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자신과 다른 환경의 소녀이야기.
그리고, 그 어떤 어려움보다도 더 큰 어려움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면서 아빠까지 돌보는 아이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함께 읽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