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법정스님을 잘 나타낸 내용은 스님이 2002 뉴욕 불광사 초청법회에서 하신 말씀이다.

제 이름은 '법정'입니다. 법정 큰스님이 아닙니다. 분명히 알아 두십시오. 보시다시피 바짝 마른 중입니다. '큰스님'은 체구가 크고 모든 거시 커야 합니다.
저는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이름이 '법정 큰스님'이 아니라 '법정'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p96)

아주 사소한 일화같지만, 이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의미는 법정스님의 됨됨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근래의 사찰은 겉모습은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바뀌었고, 속세를 떠난 스님들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편안해지고 있다.
사찰의 주지스님이 되기위해서 벌이는 행태는 세속의 모습과 같거나 더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법정스님의 이 말씀은 겸손한 말씀이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스님이 가신 후에 공개된 거처의 모습도 스님이 '큰스님'이심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가시면서 하신 자신의 저서들에 대한 말씀도 큰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스님의 저서인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을 읽을 수 없게 될 날도 올 것이다.


법정스님의 첫 번째 법문집은 '일기일회(一期一會)이고, 두 번째 법문집이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이다.
이 표제는 2002년 2월 17일, 2월 정기법회에서 설법하신 말씀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그동안 스님의 말씀을 연도나 장소의 순서없이 17년동안 행하신 법문 중에서 35편을 싣고 있다.


'일즉일체 다즉일 (一卽一切 多卽一)'.
'남이란 타인이 아니라, 또 다른 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를 이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스님은 스님다우시게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을.
그리고, 모든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기를 말씀하신다.
조금 모자란 것에 만족하는 삶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p22)

모든 것은 우리들의 마음 밖에서 찾지 말라는 말씀도 하신다.
그런데, 법정스님은 '왜 출가를 하셨을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으시는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나 답게 살기 위해서. 내 식대로 살기 위해서 집을 떠났노라고" (p55)

그렇다면 어떤 의문이 갖게 되셨기에

"나는 왜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내 식이 삶을 살 수 있는가?  (p56)

스님의 법문은 법구경만을 가르쳐 주시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지구촌의 굶주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있고, 자원과 식량을 마구 버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져 있다.
행복, 집착, 죽음, 인생. 늙음.


 

날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바로 이 마음.
미워했다가 좋아했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하는 이 마음.
이것이 바로 도이다.
도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내 일상생활의 이 마음, 이 중생심. 이 갈등.
온갖 얽히고 설킨 이 마음이 도이다.
그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도의 세계이다. 진리의 세계이다.
이 밖에 다른 것이 없다. (p284)

그리고, 국제정세와 환경문제, 사회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들어 있다.
깨달음이란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본래의 자기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임을 알게 해 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지고, 그것도 모자라서 더 많은 것을 욕심내는 모습이 더 부끄럽게 느껴졌다.
인생은 한낱 스쳐가는 바람결에 머무는 순간인 것을 깨닫게 해준다.
흐르는 강물이 어제의 강물이 아니듯이.
오늘의 우리도 어제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우리의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너무도 오염된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스님의 말씀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에는 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틈틈이 마음의 욕심이 생길 때 마다
어떤 것들에 집착이 생길 마다.
35편의 법문 중에 어떤 편이라도 펼쳐 놓고 읽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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