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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르 클레지오'는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그가 노벨상을 받을 즈음해서 발표한 작품이 <허기의 간주곡>이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인 <아프리카인>이 아버지의 이야기라면, <허기의 간주곡>은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한다.
또한, 작가의 특색은 거의 비슷한 등장인물과 배경, 줄거리와 주제와 삽화, 묘사들이 그의 후기 작품들에 계속 되풀이 되어진다고 한다.
그런 '반복은(...) 그가 의도한 기억을 위한, 기억하기 위한 , 기억하게 만들기 위한' (p320) 도구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르 클레지오'의 작품은 <허기의 간주곡>이외에는 읽어 보지를 않았기에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야기들의 내용이 명쾌하게 들어 오기보다는 낯선 그의 문체에 상당 부분 혼란스러움을 견디어야 했기에 그 어떤 평을 곁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책의 제목이 나타내는 "허기"에 대한 생각도 이 책의 첫 부분에서는
그러나, 그것은 "허기"를 나타내는 일부분일 뿐인 것이다.
'르 클레지오'가 말하고자 하는 "허기"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허기의 간주곡>의 시대적배경은 1930년대에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그것은 이 책의 주인공인 에텔 브링이 열살 정도에서 성인으로 결혼하게 되는 때의 이야기이기도 한다.
이렇게 시대적 배경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책의 이야기가 전쟁에 의해서 세상이 추락하는 것과 맞물려서 에텔 브룅의 가족들도 파산과 몰락을 겪게 되는 것이다.
역사와 함께 몰락해 가는 가정, 그리고 그 가정의 몰락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딸의 역할이 그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부모보다도 더 사랑을 베풀어 주었던 에텔의 종조부 솔리망.
그는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에텔에게 상속해 주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어린 딸을 교묘하게 속여서 그 돈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들을 하려고 하지만, 사기꾼들에 의해서 모두 날려 버리고 파산을 하게 된다.
종조부 솔리망과 함께 어린날의 추억이자, 앞날의 아름다운 집을 꿈꾸었던 연보라색 집과 아르 모리크 가의 정원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에텔은 부모의 불화 속에서 어린날을 보내게 되는데, 아버지의 여자였던 가수 모드도 에텔의 집의 몰락과 함께 무너지게 된다.
심지어 모드는 시장의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 에텔의 학창시절 친구인 제니아와의 우정, 그러나 먼훗날 만난 친구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모습이 아닌...
여기에 로망펠드와의 사랑. 그리고 헤어짐, 전쟁이 일어난 후에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이야기.
그러나, 제니아와의 우정과 로랑 펠드와의 사랑은 이야기속에서는 작은 한 부분들이고, 그리움의 대상이었다가 훗날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르 클레지오'의 소설은 처음 읽어 보기에 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역시 그의 문체는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이다.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온 랭보의 <허기의 축제>라는 시가 '르 클레지오'의 <허기의 간주곡>이라는 서사시로 풀어 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문학적 소양이 짧은 나에게는 힘든 해석일 뿐이다.
<허기의 간주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르 클레지오'를 먼저 자세히 알고 책을 읽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