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네 얼굴 - 군주론 너머 진짜 마키아벨리를 만나다 한겨레지식문고 7
퀜틴 스키너 지음, 강정인.김현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 (1469~1527)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학창시절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란 책이름과 함께 알게 되었지만, 수업시간에 뭐 그리 심도있게 다루지 않아 주었기에 그냥 책이름과 함께 그가 16세기 정치가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후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전권을 읽으면서, 또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을 그린 작품인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을 읽으면서 메디치가문과 연결지어서 잠시 생각해 보았을 정도가 내가 알고 있는 '마키아벨리'이다.
그런데, '시오노 나나미'는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 어록>까지 썼으니 그녀에게는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이 대단하기는 대단한 친구(?)인가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판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오히려 '마키아벨리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를 폄하하고 있다.
지독하게 냉혹한.... 군주들에게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이라도 사용하여야 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을 인용한다고 해도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현명한 군주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얻는데 개의치 않아야"하며, 특히 군 지휘관의 경우 잔인하다는 평판에 신경쓰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라는점을 의미한다. (p91)

이 문장은 그 잔인하고 잔인했던 히틀러의 행동까지도 정당화시킬 정도의 무시무시한 글일 수도 있다.
이와같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문장들을 들어서 정치사에서의 평가는 "교활함, 표리부동, 불신의 대명사"로 치부해 버리고 있다.


또한, 그에 대한 평가는 비단 어떤 부류에 속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교파의 도덕론자, 보수주의자, 혁명가에게까지도 똑같은 악평을 듣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요즘에는 조금은 누그러져서

역저 〈군주론, principe〉은 목적만 정당하다면 수단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비윤리적 견유주의(犬儒主義)를 제창한 것으로 인식되어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왔으나 정·교 분리의 주장과 함께 권력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행해지고 있는 점에서 근대 정치학의 초석으로 평가되고 있다 (브리태니커: 마키아벨리 개요중에서)

마키아벨리가 필요 이상으로 사악하게 비쳐진 이유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충격을 주고자 했던 그의 의도 때문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거침없는 경구들과 더불어 가톨릭 반동세력의 표적이 되었고 사탄의 화신 정도의 평판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인들은 이탈리아적인 것이라면 무엇이든 부정하려는 경향으로부터 '마키아벨리즘'이라는 경멸적인 표현을 창출해냈다. 위대한 재능을 갖추고 있었던 그는 불행한 삶을 살았음으로 해서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키아벨리는 역사철학의 창시자로서 그때까지 누구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부터 역사순환론을 이끌어낸 최초의 인물이었으며 인간에 대한 인식을 정치학의 토대로 정립한 최초의 인물이기도 했다. (출처 : 브리태니커 - 마키아벨리 평가 중에서)


세계의 정치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인 '마키아벨리' 그리고 그의 저서들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는 다각적인 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기에 그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인 "퀜틴 스키너'가 '마키아벨리'의 일생을 시기별로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그의 주요 저서들을 쓰게 된 배경과 저서의 내용들의 문장들을 살펴보면서 새롭게 '마키아벨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마키아벨리가 본질적으로 인문주의 정치사상의 신고전주의적 형식의 대표자라고 생각한다. (...) 마키아벨리가 지닌 정치 비전의 가장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측면은 그가 물려받았고 또 기본적으로 계속 유지했더 인문주의적 가정에 대한 일련의 논쟁적이고,  때로는 풍자적인 반응에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나의 주요 목표가 국가통치술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관점을 쉽게 소개하는 것일지라도 나는 이 해석이 관련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어느 정도 흥미를 불러 일으길 수 있길 희망한다. (p5~6)

이런 저자의 바람으로 시작한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의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순서대로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각각 네 얼굴을 설명해 준다.
이 네 얼굴은 '마키아벨리'가 활동했던 공직이나 저술활동, 그리고 그 시기마다 썻던 저서들을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저서에 담긴 의미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런 생각이 어디에서 나오게 되었는지까지 살펴보는 것이 그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1장 - 외교관 마키아벨리
29세의나이로 피렌체 공화국 제2서기장이 되지만, 그당시에 그에게는 아무런 행정경험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그런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그의 가정은 부유한 편은 아니었으나, 아버지가 변호사로서 피렌체내의 가장 명성있는 인문집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이때 피렌체에서는 지도적 인문주의자를 요직에 앉히는 조치가 있었다.)
또한 이 시기에 마키아벨리느 공화국 외교관계를 다루는 10명의 전쟁위원회 임무까지 맡게 되고, '체사레 보르자'를 만나게 되면서 국가 통치술을 직접 관찰 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런 직책에서 만나게 되는 군주와 정치가들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러나 피렌체 공화국의 몰락과 함께 메디치가의 정권에 맞서다가 투옥된다.

2장 - 군주의 조언자 마키아벨리
감옥에서 나오게 되지만 공직 복귀는 힘든 상황이고, 공직에 있었던 15년간 체득한 통찰력을 담아 <군주론>을 쓰게 된다.


체사레 보르자, 교황 율리우스2세, 막시밀리안, 페르난도 2세 등의 지도자들에 대한 통찰을 고대시대의 인물과 비교하여 썼다.

이 당시의 
마키아벨리의 주된 관심사는 메디치가에 자신이 쓸 만한 인물이며, 그냥 놔두기에는 아까운 전문가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시키는데 있었다. (p48)

또한,'운명'에 관한 견해도 많이 나온다.

운명의 여신이 용감한 사람, 즉 "덜 신중하고 좀 더 공격적인" 사람의 친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p59)
인간이 운명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는 때때로 마키아벨리 특유의 통찰로 제시됐다. (p60)
이 <군주론>은 메디치가에 헌정을 하면서 공직에 복귀를 하길 희망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문필가의 글로 쓰기로 한다. 이 부분에서는 <군주론>의 집필기간이기에 그 내용들이 많이 소개된다.

마키아벨리는 일반적으로 선하다고 여겨지는 자질이 실제로 이런 덕을 비웃는 통치자를 예외없이 악에 빠뜨릴 정도의 미덕이라 할지라도, 통치자는 통치하는데 유용하거나 통치와 무관한 악덕을 행하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p89)

여기에서 앞에 인용했던 문장인
"이는 현명한 군주는 "잔인하다는 평판을 얻는데 개의치 않아야"하며, 특히 군 지휘관의 경우 잔인하다는 평판에 신경쓰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라는점을 의미한다. (p91)" 에 대한 주제에 '군주를 위한 조언서들의 저자들'은
"도덕적 강직함에 필수적"이며, "사생활에 대한 어떠한 비행도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마키아벨리는 "당치도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마키아벨리의 생각이 담긴 <군주론>의 내용을 두고 후세의 정치사가들의 악평을 듣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장 - 자유의 이론가 마키아벨리
메디치가의 정권에 유용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공직에 복귀하는 것이며, 그의 꿈이었지만, 그것이 좌절되자 문필가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그래서 쓰게 된 희곡이 <만드라골라>인데, 이 희곡은 공연까지 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어서 <로마사 논고> 총 3권을 집필하게 된다.
리비우스의 <로마사>의 주석서 형식이지만, 이 책에서는 '자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싣고 있기도 하다.
이 시기는 <로마사 논고>에 대한 내용들이 주요 내용으로 실려있다.

<로마사 논고>는 통치이론에 대해 마키아벨리가 남긴 가장 방대한 분량의 저술이며,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그의 가장 독창적인 기여가 돋보이는 저작이다. (p97)

4장 - 피렌체의 역사가 마키아벨리
1장, 2장이 <군주론>에 관한 내용들이, 3장이 <로마사 논고>에 대한 내용들이 실려 있고, 4장은 <피렌체사>의 내용이 실려 있다.
그가 꿈꾸던 공직의 꿈은 이룰 수 없었지만, 마키아벨리는 메디치가로부터 부름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피렌체사>의 저술이라는 공식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남은 여생의 대부분을 <피렌체사>의 집필에 쏟는다.
<피렌체사>의 가장 핵심 주제는 '부패'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부패의 사악한 영향력이 피렌체를 사로잡아 도시의 자유를 질식시키고 마침내 전제(전제)와 불명예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p156)

절대군주시대,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 그리고 마키아벨리, 군주론.....
나에게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생각들로 뒤범벅이 된 그런 인물에 불과했다.
15~16 세기의 피렌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읽다가 언뜻 언뜻 스쳐가는 그런 인물.
"군주론"이란 책명만으로도 나와는 무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얼마나 딱딱한 내용의 글일까 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그런 책이었다.
그저 "들어는 보았지?" 라는 물음에 "그래,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썼잖아"라고 답할 수 있는 그런 정도였던 얇팍한 지식이 전부였다.


'마키아벨리'에 대해서 깊이있게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아주 얇은 책. 그리고 아주 작은 책을 통해서 많은 새로운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은 문고판 사이즈에 192 페이지 분량의 내용이지만, 참고문헌을 빼면 170 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책이다.
그리고 책의 내용이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적고 있기에 그다지 부담감이 안 가는 내용이다.
한 인물을 평가한다는 것,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군주론>의 내용들을 보면 '마키아벨리'가 그런 악평을 들어서 마땅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나, 좀더 폭넓은 해석을 읽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한 번 읽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탈리아를, 아니 피렌체를 알고 싶은 사람들도 한 번 쯤은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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