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중그네>로 너무도 잘 알려진 '오쿠다 히데오'.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엽기 간호사 '마요미'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펼치는 코믹하고 유쾌한 이 소설을 읽다보면 한바탕 웃음이 "팡" 터져 나온다.
"도대체, 뭐 이런 의사가 있어? 간호사는 또 왜 이래?"라는 생각은 잠시 어느새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에 관심이 가게 된다.
그래서 읽게 되는 작품이 <공중그네>의 2탄인 <인 더 풀>.
그리고 또 그의 작품을 찾아 읽다보면 <스무살 도쿄>.
일탈을 꿈꾸는 30대 부부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 <오 해피 데이>
이런 작품들은 내용이 그리 길지 않은 몇 시간이면 잠깐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2010년 겨울의 막바직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인 <올림픽의 몸값 1>, <올림픽의 몸값2>는 각각 470 페이지에 달하는 긴 장펴이었다.
그리고, 앞의 작품들과는 다른 긴 호흡과 진지함이 묻어있는 나에게는 꽤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미 40여년이 넘은 1964년의 도쿄 올림픽이 시대적 배경인데 오랜 동안의 문헌과 영상, 인터뷰 자료를 조사하여 '소카지로 사건'을 소설의 장치로 썼다는 것도, 그리고 저자의 첫번째 서스펜스 작품이라는 것도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내가 이 작품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멍멍한 것은, 이 당시의 일본의 불균형적인 경제발전 속에서 올림픽을 담보로 벌이는 '시마자키 구니오'의 한판 승부. 불보듯 뻔한 결과를 가져 올 수 밖에 없지만, 그의 무모한 행동이 결국은 그를 쓰러트릴 수 밖에 없었던....
인력노동자인 형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가장 인텔리계층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 갔을 도쿄대학원 경제학도 '시마자키 구니오'의 망가지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외에도 이 작품은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쿠다 히데오'를 <공중그네>를 비롯한 유머가 깃든 그의 작품들보다는 깊이있는 <올림픽의 몸값>으로 더 좋아하는 작가이다.


이번에 읽은 <꿈의 도시>도 600 페이지가 넘는 분량과 일본의 불균형적인 경제 발전 등을 다루고 있다고 하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 저자의 글은 그 누군가가 읽어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나간다.
그러나, <공중그네> 정도를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팡" 터지는 웃음)의 실종을 느끼게 되면서 새로운 이미지로 작가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의 특징은 일본 사회의 모순을 끄집어 내서 작가만의 부담없는 문체로 조롱하듯이 이야기를 펼쳐보여주는 특징이 있음을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별 특이한 작품은 아님을 알 수 있기도 한 것이다.
작품의 제목인 <꿈의 도시>는 이 소설의 배경인 "유메노"라는 소도시.
"유메노"는 일본의 경제 발전의 무대에서는 소외된 작은 3개의 소도시가 합쳐져서 탄생을 하게 될 신도시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대도시로 떠나고, 떠날 수 없는 사람들. 언젠가는 떠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 마치 루저들만이 남아 있는 듯한 그런 도시이다.
그러니, 소설의 제목은 "꿈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나타내는 느낌보다는 역설적인 의미가 더 강하게 담겨 있는 그런 도시를 말하는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 소설에 5명의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다소 많은 느낌의 5명.
작가는 이 소설에서 다양한 군상들의 이야기를 펼쳐내고자 했지만 역시, 소설을 읽다보면 5명의 거의 같은 비중을 가진 주인공이란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은 그만큼 작품속에서 자칫 어수선한 느낌이 들 수 있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또한 이 5명의 독특한 캐릭터의 인물들은 서로 전혀 상관이 없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우리들이 거리를 거닐다가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듯이 잠깐 마주치는 인물들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지, 그들의 만남이 더 이상의 진전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5 명의 주인공을 잠깐 소개한다면.
아이하라 도모노리: 시청에서 생활보호대상자들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한다. 빈둥빈둥 놀면서 생활보호비를 받는 수급자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내년이면 이곳을 떠나기에 조금은 느슨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어느날 주부매춘에 빠지게 되고,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는 덤프트럭의 추격을 받게 된다.
가토 유야: 20살무렵까지 이 지역 최고의 폭주족 단체인 '화이트 스네이크'의 간부였으며, 지금은 누전차단기를 점검한다는 명목하에 노인네들을 속여서 사기 세일즈를 한다. 이혼남에 전처는 생활보호수급자이나 생활보호비가 삭감되자 아들을 유야에게 보낸다. 어느날 브라질인과 화이트 스네이크의 싸움의 중재에 나섰다 다치기도 하고, 선배의 살인사건에 얽히게 된다.
구보 후미에: 고등학생, 그녀는 도쿄에서 대학생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이자 은둔형외톨이인 노브히코에게 납치된다. 노브히코는 인터넷 게임에 빠진 자로 후미에를 게임의 공주 메일린으로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후미에를 납치할 정도로 강한 인물이라는 생각과 자신의 부모에게는 강하게 대처하며 폭행을 일삼는다. 그러나, 현실에 적응못하는 지독하게 소극적인 인물.
후미에는 몇 차례 탈출의 순간이 있지만 탈출시도를 할 수가 없었다. 탈출후의 세상의 이목이 두렵기에.... 
호리베 다에코 : 드림타운 마트에서 소매치기를 잡는 보안요원.그러나 잡았던 소매치기가 만신쿄라는 신흥종교의 초보 신도인데, 자신이 다니는 신흥종교인 사슈카이에 다니게 하려다가 만신쿄 신도들의 계략에 걸려 직장도 잃고 병든 엄마를 자신의 집에서 모셔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야마모토 준이치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과 정치 조직을 업고 시의원을 하는 사람. 그러나 새로운 도시 유메노 시의원이 되기위한 작업을 하던 중에 갖가지 작업을 하던 중에 산업폐기물 처리장을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생기게 되고, 해결을 위해서 야쿠자를 고용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살인을 하게 되고, 또 다른 납치사건에 연루되게 되는데....
이렇듯이 이 소설의 5명의 캐릭터는 다양하다. 일본의 불균형적인 경제 발전속에서 쇠락한 소도시의 모습은 이렇게 회색빛깔로 칙칙할 수 밖에 없고, 그 도시에 살고 있는 군상들의 모습은 대체로 이렇게 5명의 주인공들처럼 사회로 부터 소외된 사람들이거나, 자신의 현 위치에서 추락해 가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소도시가 "유메노"가 된다고 해서 "꿈의 도시"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는 회색의 도시 유메노의 군상들의 이야기를 일본 사회의 문제점의 집합체처럼 각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혼남, 이혼녀, 생활수급자. 가정폭력, 만신쿄, 사슈카이 등의 신흥종교, 정치권의 세습과 부조리. 은둔형 외톨이, 폭주족, 사기 세일즈 등의 사회적 문제점을 꼬집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런 이야기들은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슬쩍 슬쩍 문제점을 들추어 나가기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작가가 들추어낸 문제점을 독자들이 충분히 느끼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고 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전개도 그렇게 명쾌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5명의 주인공들은 아무런 관련도 없고 이야기속에 얽히지도 않는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도인 것이다. 그리곤 그것이 스토리로 진전되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작가의 말을 들으면 이해가 될 것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스토리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이야기 속에 그려진 인간들의 모습에 관심이 있습니다.” _ '오쿠다 히데오'의 말 중에서

이렇게 전개된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이끌어 낼 것인가 무척 궁금했는데....
결말은 너무도 황당한 것이다. 억지로 꿰 맞추어 놓은 것처럼 겉도는 느낌이 든다.
어찌 이런 결말이 있단 말인가?
아마도 신인작가의 작품이라면 아무리 소설이 '허구' 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실현가능한....  현실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을 받을지도 모른다.
너무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는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일본의 불균형적인 경제 발전 속에서 소도시에 살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도 소도시의 군상들의 모습에 관심을 두었던 것이라고 하니 그런 모습을 접하게 해 준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다음은 독자 자신들이 나름대로의 느낌을 가지는 것이 이 소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