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는 출판당시부터 지금까지 각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잡고 있는 소설이다. 한창 베스트셀러 5위안에 들 적에 작가가 한 인터뷰 기사를 보니, 작가 자신도 이렇게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작가인 '권비영은 신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하였으며, 그후 10년 동안 '소설 21세기' 동인으로 활동을 하였으며, 작품집으로는 '그 겨울의 우화'가 있다. 나는 '그 겨울의 우화'를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낯설게 느껴지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대마도'여행에서 였고, 여기에서 '덕혜옹주'의 굴곡많은 삶을 소설로 쓰고자 했다. 그런데 일본인인 '혼마 야스코'가 쓴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왕녀'라는 일본어판 덕혜옹주의 책을 발견하고 일본어를 해석해가면서 읽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소설을 끝맺을 무렵에 이 책이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된 것이다.
얼마나 당황했겠는가? 그래서 이 책의 한국어판인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를 다시 읽고 소설의 구성의 많은 부분을 고쳐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리뷰를 쓰면서 이런 사설을 길게 쓰는 것은 나도 이미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를 읽은 후에 권비영의 '덕혜옹주'를 읽었기 때문에 그 작품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앞선 '혼마 야스코'는 일본의 여성사 연구가로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학자이다. 그는 일본인이면서도 '덕혜옹주'의 삶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복식학자인 '석주선'교수(작고)등을 만나고 창덕궁, 낙선재 등을 둘러보고 '덕혜옹주'에 관한 신문기사를 비롯한 참고자료를 수집하고 덕혜옹주의 남편인 소 타케유키의 자료도 수집하면서 여러해 동안의 연구를 걸쳐서 역사 문화분야의 책을 썼던 것이다. '혼마 야스코'이전의 책들이 '소 타케유키'를 비난하는 글들을 많이 쓴 점에 비하면 그는 '소타케유키'의 시집의 시 몇 편에 나타난 '아내'라는 시어가 나온 시들을 들추어 내면서 '소타케유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고 할 수 있다. 워낙 '소타케유키'은 '덕혜옹주'와의 이야기를 함구하고 살았기때문이다.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는 참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혜옹주'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이면서도 마지막 황녀에 대한 시각이 조심스럽게 조명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책 속에는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노력이 엿보였고, 질곡많은 역사속에서 희생당한 여인에 대한 연민의 정도 가득 담겨 있었다.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를 먼저 읽고 '권비영'의 '덕혜옹주'를 읽는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는 순간 너무도 많은 부분들이 '혼마 야스코'의 작품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그대로 인용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권비영의 '덕혜옹주'는 역사적 인물을 소설로 구성하였기에 허구성이 들어가 있다. 마지막 목차에 해당하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의 정신병원 탈출 사건과 박무영과 복순을 비롯한 몇 몇 인물의 등장과 사건을 뺀다면 별다룬 허구성이 보이지 않는 소설이다.
'혼마 야스코'의 작품속의 내용들이 그저 시간적 구성에 따라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 너무도 짙게 느껴진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나중의 정신병원 탈출 장면을 재구성한 것이 아닐까 한다. 왜냐하면, '권비영'의 '덕혜옹주'는 너무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가서 획기적인 정신병원 탈출 사건이 펼쳐지고 그 사건을 위해서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다. 그리고 '소타케유키'에 대한 인물묘사도 너무나 '혼마 야스코'의 작품과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소타케유키'의 폭력적 모습은 아주 사라져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소타케유키'의 시집인 '해향'에 실린 시가 그 단초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詩란 얼마든지 감정을 순화시켜서 쓰여지는 것이기에 덕혜가 쓰러져 간 나라의 황녀였고, 굴곡많은 삶속에서 정신병자까지 되었기에 시 속에서는 그렇게 표현될 수도 있다고 본다.
 
 '소타케유키'조차 원하지 않았던 결혼이었고, 그 역시 역사의 피해자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기때문이다. 그당시 사회에서 조선인이 받았던 멸시가 남편과 덕혜사이에서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남편의 입장이 너무도 순화되어서 표현되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덕혜옹주가 일본에 건너가 얼마 안 되었을 당시 연꽃을 그리는 모습에서 그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때로는 연꽃을 그린다. 때로는 매화를 친다. 마음속 어지러움과 탁한 것을 가라앉히고자 먹을 간다. 서걱대는 갈잎처럼. 마음을 할퀴는 그리움을 지워내는라 난을 친다. 시커먼 먹물이 화선지에 번지면서 마음속 형상이 된다. (p147)
또 한 사람 역사속 비운의 황태자 의친왕의 말

연꽃은 썩은 물에서도 향기고운 꽃을 피우고 매화는 엄동설한에 꽃을 피우지 (p148)
고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랐던 옹주가 무너지는 나라앞에서는 바람앞의 등불과 같은 처지였음을 덕혜옹주의 삶을 통해서 조명해 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세밀한 문체도 아니고, 평이한 문장들이며, 소설의 구성도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독자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것은 '덕혜옹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의 작품들이 별로 없었고, 그녀의 삶이 너무도 드라마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 다시 살아야하는 생, 인생의 굴곡도 길고 깊었다. (p338)
모든 일이 봄날의 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구나. 모든 것은 사라짐으로써 덧없나니 (p403)
조선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지만 한 번도 황녀로 살지 못했던 여인 (p404)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혼마 야스코'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와 함께 읽어보면 역사적 사실에 근접한 내용들을 참고 자료를 통해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며, 왜 권비영의 '덕혜옹주'가 앞의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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