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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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정도로 '막장 드라마'의 끝은 없다. '해도 해도 너무 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막힌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런데, 바로'고령화 가족'은 이런 막장 드라마가 무색할 정도로 막장 인생들이 모인 가족이다. 정말,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엄마에서부터 두 아들, 그리고 딸, 여자조카까지.
인생에 있어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아니 낭떠러지끝에 선 것처럼 도무지 어떤 해결책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가족이다.
칠순의 엄마, 이 가족의 생명줄과도 같은 엄마.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받은 보상금 중의 일부는 큰 아들이 날리고, 남은 돈으로 구입한 가난한 동네의 연립주택에서 자신이 낳은 아들도 아닌 남편의 아들이 얹혀 산다. 거기에 가족들 중에서는 가장 많이 배우고, 가장 잘 나갔던 영화감독으로 영화를 찍었으나, 며칠만에 망해버린 둘째 아들이 회생불능의 파산, 신용불량자, 전세보증금마저도 월세로 몽땅 써버리고 한 푼 남지 않은 상태로 이 집의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되고....
거기에 엄마의 바람으로 얻은 딸마저 두 번의 이혼에 딸을 데리고 들어오니.
와우~~ 정말 막장, 막장 이런 막장 가족이 있을까.
그륻의 평균나이는 49세. 그러니 막장 가족, 고령화 가족일 수 밖에.
 

'막장 드라마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 엄마를 포함해 나나 미연이나 오함마나 전과자이긴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모두 실패의 낙인을 간직하고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p140)
바람, 이혼, 파산, 전과, 무능 외도, 가출. 이런 단어로 뭉쳐진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 가족에게 가족이란 "무능과 무지, 숱한 수모와 상처, 불명예와 오명의 역사.... "(p14)
그런데, 이 소설이 시끌벅적지근하고, 칙칙한 소재들의 연속인데도 유쾌하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이 소설의 특색이라고 한다면 우연히 쓰레기더미에서 발견한 퇴색한 '헤밍웨이 전집 5권'의 내용이 소설의 내용과 그 소설의 영화 속 이야기와 함께 대비되면서, 또는 비유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다.
삶은 멈추지 않고 계속디는 것. 그 속에서 운좋게 불운을 피해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우리의 삶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바로 고령화 가족의 구성원 모두는 그런 삶의 나락에  떨어져서 허우적 거리는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가슴속에는 저마다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었으나, 서로간에 묻지도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아픈 상처를 잊으려고 하지도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이 고령화 가족 모두의 삶의 모습이었고, 그들의 가족 역사였던 것이다.
어느 순간 가족들은 자신들의 숨겨진 가족사를 모두 알게 되고, 그것은 이 가족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 왔던 가족들이 새로운 삶을 행복한 삶으로 연결짓는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엄마는 엄마대로의 남은 여생을 찾아 나서고, 큰 아들도 큰 아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둘째 아들도, 딸도, 조카도 그들 방식대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할 때는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구성원이 가족일까?'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지만, 이야기속에는 아무런 잔소리없이 자식들을 거두고 먹이는 것만으로도 가족을 보살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과 자식들간의 찢고 할퀴는 언행들이 결국에는 가족애였음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엉뚱하고 기이하고 사고뭉치들의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가족의 의미를....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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