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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짐승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
그녀는 루마니아출신의 여류작가이며, 차우세스쿠 독재치하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비밀경찰의 감시를 받기도 하면서 문학활동을 하다가 독일로 망명을 하였다. 그과정에서 그의 친구인 '롤프 보세르트'와 '롤란드 카르시'가 목숨을 잃게 되기도 하였는데, 그 두 친구를 위하여 '마음짐승'을 썼다고 할 정도로 이 작품의 내용은 그녀의 아름다워야 할 청춘시절의 이야기가 독재정치하의 두렵고 불안하고 아픈 체험의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 있다.
그녀의 작품으로는 '숨그네',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인간은 이 세상이 거대한 꿩이다'등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그녀의 작품경향이나 문체 등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헤르타 뮐러'의 작품들 중에 어떤 책을 먼저 읽어 보아야 할 것인지도 전혀 무지한 상태에서 '마음짐승'을 읽게 되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한다는 것은 약간은 설레임을 가져다 준다. 그이전의 오르한 파묵의 경우에는 '내 이름은 빨강'을 읽고 그의 작품세계를 빠져서 그의 작품들을 차례 차례 읽다보니 신간인 '순수 박물관'에 까지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작가의 작품을 모조리 읽어나가게 되는 경우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되는 순간에 결정이 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약간의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마음짐승' 그런데, 루마니아를 1965년부터 1989년까지 공포로 몰아갔던 차우세스코의 독재정치하의 이야기가 내 머리속에서 약간의 충돌과 함께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낯설게만 느껴지는 문장들. 쉽게 넘어가지 않는 책의 페이지들..... 왜 이 문장이 여기에 쓰여졌는지, 이 이야기가 갑자기 무엇을 의미하기에 여기에 놓여 있는 것인지.... 한참을 방황을 하였다. 약 80여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면서.... 그것도 아주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면서 읽어내려가는 가운데, '롤라'의 이야기가 들어온다. 그 책의 주인공 '나'는 이런 문장을 자주 쓴다. " ~~ 라고 롤라는 공책에 쓴다.' 이 문장 역시 처음에는 내 머리와 가슴이 정확하게 받아들여주지를 않았던 그 문장.
네모 속(기숙사 방)에 여학생 6명이 함께 있다. 그중의 한 여학생이 '롤라' 그는 가난에 찌들었던 촌을 떠나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의 꿈은 하얀 셔츠(엘리트)를 만나서 함께 고향으로 가서 안락한 삶을 사는 것. 그러나, 그녀의 현실은 노동자를 상대하거나, 학교 체육강사의 욕망을 채워주는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그가
당원이 되고 어느날 목을 매서 죽는... 이것은 단순한 겉으로만 나타나는 '롤라'죽음. 그러나 그 이면에 감추어진 독재정치의 실상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다시 맨 처음으로 책 페이지를 되돌렸다. 작품속에 숨겨져 있는 문장을, 그리고 단어들이 의미를 다시 찾고자 첫 페이지로 돌아간 것이다.
진실은.... '롤라'의 죽음의 진실이 아닌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그 모든 사람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 두려움은.... 그 불안은.... 그 모든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다시 음미하고 싶었다.
'롤라'의 죽음은 이 이야기의 한 축에 불과할 뿐이다. 이야기는 나와 '에드가', '쿠르트' '게오르크'의 세 명의 남학생과의 여름별장에서의 책읽기, 그리고 시...
항상,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는 체제속에서 떠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독재자 한 사람만이 이 땅을 떠나면 될 것을... 그들은 독재자를 피해서 어딘가로 떠나려다가 잡히고, 죽고.....
두려움과 불안속에서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도 비극적이고 처참한 이야기.... 그 이야기들은 '헤르타 뮐러'를 만나서 시의 옷을 입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말했다. 그당시의 루마니아의 현실을... 그리고 자신의 문학에 대해서...
그녀는 이렇게 비참한 이야기에 시의 옷을 입혔던 것이다. 내가 처음 이 책을 대하면서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했던 그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작가는 루마니아의 그 비참하고 무섭고, 처절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이야기속의 인물들의 상황을 자세하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녀는 극도의 자제하여 절제된 단어와 문장을 선보인다. 그리고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으로 글을 다듬어 나간다. 그래서 '마음짐승'은 빨리 읽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아주 느리게. 그리고 차근차근 글 속의 문장 하나 하나를, 한 단어, 한 단어를 음미하고 유추하면서 읽어내려가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자, 나에게도 글의 내용들이 아주 가깝게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 슬프면 눈물이 안 나오듯이, 처절하고 힘겨웠던 이야기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만약에 '헤르타 뮐러'가 자신의 체험적인 이야기인 '마음짐승'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썼다면 독자들은 그 내용을 리얼하게 받아들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짐승'처럼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표현들을 통해서 응축된 시의 옷을 입혔기에 그 의미를 유추하기 위해서 독자들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 이야기는 독자들의 머리속에, 가슴속에 더 깊이 각인 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또 궁금해진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이와같은 표현방법으로 쓰여졌는지....
얼마후에는 또 나의 손에는 '헤르타 뮐러'의 다른 소설이 들려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