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라는 대하소설에 담아낸 작가 조정래. 그의 작품인 '황홀한 글감옥'을 통해서 3편의 대하소설을 쓰기 위해서 20여 년이란 긴 세월을 글과 씨름했었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린 책상위에 몇 권의 책들을 올려놓고 읽어나가면 되지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겨운 작품활동을 해야 했던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에 묻혀서 내가 빠뜨린 작품이 2006년에 발표한 '인간연습'이다.
그의 소설이 민족의 아픈 상처를 파헤치는 작품이듯이, '인간연습' 역시 분단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거의 1세기에 걸친 시간들을 되짚어 3편의 묵직한 대하소설의 탄생시켰고, 그 마무리 작품으로 분단 문제를 다루게 된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온 발자취에는 언제나 '반공'이라는 이념이 따라 다녔다. 학창시절에는 반공글짓기, 반공 포스터, 반공 웅변대회, 심지어 도덕 교과서의 일정부분은 반공 관련 단원으로 가득차 있었다. '공산당'은 나쁘다. '공산주의'는 모순이다. '일당독재체제'이다.... 수없이 들어온 '반공'은 모든 국민들의 곁에 일상처럼 따라 다녔다. 그런 의식구조속에 살아온 나이기에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느꼈던 의식의 혼란.... 결국 작가는 좌익을 옹호한다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었지만....
'인간연습' 역시 이런 반공 교육에 찌들었던 세대들에게는 이 작품을 처음 대할 때는 사고의 혼란을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연습'속의 주인공 '윤혁'이 느끼는 사고의 혼란 정도의..... 물론, 이런 소재가 이젠 아무런 제약없이 다루어 질 수 있으며, 독자들도 이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정도의 여건은 만들어 졌으니까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선 대하소설들이 민족의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소설은 분단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해온 한 개인의 시각을 통해 사회주의 몰락 이후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한국전쟁시에 북으로 간 윤혁. 그리고 60년대에 서점을 거점으로 한 대남활동을 하기 위해서 남파된 간첩. 활동도 개시해 보기 전에 체포되어 무기 징역을 받았다. 국가적으로, 아니면 자신의 승진을 위하여 가해지는 강제 전향. 못내 그 사실이 지울 수없는 오점처럼 남아 있는 윤혁과 그의 동지 '박동건'
서로 위안이 되었던 '박동건의 죽음'으로 '윤혁'은 심하게 무너진다.
박동건의 장례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가족들과 친지의 냉대. 그러나, 그들의 친지들에게도 남파 간첩이 집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연좌제의 사슬에 얽혔던 사람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윤혁이 그렇게 믿고 신봉하던 사회주의 국가 '쏘련'이 붕괴했다고 한다. 그리고, 북한은 굶주림에 허덕인다고 한다. 자신이 남파될 당시만해도 그런 결과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또 윤혁의 마음을 짓누르는 사건. 남북 정상들의 만남을 기해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송된다고 한다. 지적 능력을 가진 윤혁이 겪어야 하는 사고의 혼돈.... 30년 동안 그를 버티게 했었던 이념은 그렇게 무너져 간 것이다. 그는 세상을 헛살았던 것일까....
그러나 작가는 윤혁의 무너지는 의식들속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내 준다.
인간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곧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인생이란 거듭되는 연습의 과정....
그런데, 작가는 남북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이 설정이 어딘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정래 작가답지 않은 결말이라는 생각이 자꾸 자꾸든다.
질곡많았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분단이 가져다 준 이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