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미국사회의 병폐중의 하나는 흑백갈등일 것이다. 이런 주제를 다룬 작품들은 상당히 많지만, 아직도 흑백갈등의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백인이 아니라는 점은 앞으로의 미국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전주곡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컬러 오브 워터'는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1996년에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에 관한 에세이를 발표한 것인데, 1930년대부터의 미국사회의 흑백갈등의 문제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암울한 이야기가 저자의 어머니와 자식들의 행동에서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도 표현된다는 것이다.  

'컬러 오브 워터'는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1930년대 미국의 남부지방에서는 흑인과의 결혼은 금기시되던 시대에 흑인과의 두 번의 결혼을 된 어머니의 이야기와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두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어린시절에 저자가 본 어머니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고,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는 분이셨다. 저자가 성장한후에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의 이야기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어렵게 듣게 된다. 백인이면서 흑인과 결혼을 했기에 흑인들이 당하는 사회적 멸시보다 더 심한 냉대를 받고 살아 왔음을... 

어머니는 절대적 사생활 보호와 뛰어난 학업 성적을 고집했고, 인종을 막론하고 외부사람은 신뢰하지 않았다. (p36)
백인들뿐만아니라 흑인으로부터도 심한 차별대우와 멸시를 받았던 어머니의 모습을 아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언제나 흑백갈등에 있어서는 흑인의 편에 서있었던 것이다. 자신은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흑인보다 더 흑인다웠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의 성취를 마치 자신의 것인양 생각했다. 어쩌면 백인인 어머니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제3자의 것 처럼 생각했다.
이 소설의 또다른 축이 되는 아들인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인생은 착실한 학생에서 뒷골목의 청소년... 그리고, 방황하던 시절을 끝내고 다시 학업에 열중하여 저널리스트, 작가, 작곡가, 뮤지션의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힘겨웠던 것은 흑인이 아닌 혼혈로 살아가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백인 어머니의 손을 잡고 가는 흑인 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항상 느껴야만 했고, 심지어는 대놓고 멸시의 말들을 던지곤 했다.
혼혈로 살아간다는 건 마치 재채기가 나오기 전에 코에서 느껴지는 따끔따끔한 느낌, 얼른 나오기를 기다리지만 절대 나오지 않는 느낌과도 같았다. (p286)
또한, 그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간다는 것. 그것은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예수를 아는 게 엄마를 아는 것만큼 오래 걸린다면, 난 생각했다. 난 큰일났네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데 많은 세월이 걸렸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탓이었다. 나 자신을 발견하기가 문제였다기 보다는 직면하지 않으려는 나의 결심이 문제였다. 어렸을 때 난 인종 문제로 혼란을 느꼈지만 스스로 불우하거나 불행하다고는 여기지 않았다. (p285)
이렇게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
1930년대의 미국남부 버지니아주의 서퍽에서의 아버지의 성추행과 동네청년에 의한 낙태의 아픔, 그리고 고향을 떠나 방황, 두 번의 흑인과의 결혼생활에 의한 미국사회로부터의 차별대우와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어머니는 12 명의 자식들을 창의적이고 재능있는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위치의 인물들로 키워낸다. 어머니는 그런 자식들의 성공을 자신의 평생 업적으로 여기고 살아온 것이다.
또한, 1970년대부터의 어린시절의 아들은 가난과 인종적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면서 미국의 중심 뉴욕에서 성장한다. 혼혈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일시적인 방황을 거치기는 하지만 지금은 미국사회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누가 인간의 피부색으로 이런 허황된 편견을 만들어 놓은 것인가. 인간은 어떤 조건으로도 그 우위를 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본 체험이 묻어나는 에세이지만,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세대를 달린 한 어머니와 아들의 성장 소설 두 편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 미국사회의 한 단면인 인종문제를 잘 표현하고 있어서 한 편의 에세이의 의미를 넘어서 시사적인 시각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인종갈등을 그린 많은 작품들을 접해 보았지만 그런 작품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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