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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홀릭 - 유쾌한 런더너 박지영의 런던, 런더너, 런던 라이프
박지영 지음 / 푸르메 / 2010년 7월
평점 :
'해가 지지않는 나라'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지구상 곳곳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던 영국,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여왕과 황태자가 존재하는 나라. 때로는 황태자의 스캔들과 왕실 가족의 호화로운 생활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하는 나라. 어쩌면 수채화속의 흐린 날의 풍경이 떠오르는 그런 단상을 가진 나라일 것이다.
잠깐 들리는 여행자에게도 그렇게 낭만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도시가 아마 런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빨간 우체통과 빨간 2층 투어버스가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그저 그런 유럽의 도시중의 하나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밤에도 불꺼진 창들이 많은 모습에서는 근검절약을 엿 볼 수 있었다.
올해로 런던 생활 3년차인 박지영이 바라보고, 느낀 런던, 그것은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의 입장에서 본 런던의 모습이고, 실상이다. 어려운 언론고시를 거쳐 신문사의 사회부, 스포츠부, 문화부 기자를 거치는 동안 미술 시장의 매력에 빠져서 영국 유학을 하게되고, 그곳에서 아트 비즈니스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에 도전하는 그녀.

그녀는 영국에서의 생활인이고, 대학원을 다니는 학생이고, 건축사 남편을 둔 아내이고, 몽구의 엄마인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그녀이기에 그녀가 부딪히면서 바라보게 되는 런던의 모습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글중에 가장 신나는 이야기는 '박지성' 런더너들중에는 맨유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그러나, 박지성은 좋아한다는~~~ 까다로운 교수에게도 저자가 박지성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런더너들에게는 일본은 신비롭고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그리고 한국을 안다고 해도 북쪽인지, 남쪽인지 자주 질문한다는....
그런데, 한국의 박지성이 맨유의 축구선수이기에, 한 명의 스포츠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한다는 것이다.

런더너들에게 이민족, 그중에서도 아시안은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런던은 어떤 도시보다도 열린도시이다. 다인종, 다민족,다언어도시로 많은 이민자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은 사회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이런 이민족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게 된다. 때론 좋은 저택을 이들이 차지하고 살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문제로 순수 영국인들은 분노를 느낀다. 자신들이 버겁게 낸 세금들이 진정한 영국인이 아닌 이민족의 뒤치닥거리로 쓰여진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런던에서는 국립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한 대영박물관 등이 무료로 개방되어 모든 사람들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 영국인들은 어떤 생활을 즐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국인들의 삶에 있어서 행복이란 소박한 것에서 온다. 오후의 티타임, 개를 데리고 공원산책하는 일상에서, 그리고 대대로 내려오는 그릇,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손질하는 것에서, 뒷마당에 꽃과 채소를 기르는 것에서....
이렇게 영국인들은 큰 변화없는 일상을 가장 큰 삶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런 의식은 영국인을 실용적이고 소박한 생활을 하게 해준다.

이처럼 이 책은 여행 에세이가 아닌, 그렇다고 영국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는 인문서도 아닌 것이다. 단지, 영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영국의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일상에서 부딪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차츰 영국인들을 알아 가는 이야기들이다. 저자의 전공인 예술 분야의 이야기도, 그리고 몽구와 자신의 학업과정에서 알게 된 영국의 교육제도, 그리고 사회복지제도.... 늘상 신문을 장식하는 정치이야기까지. 생활속의 이야기를 통해서 런던을 분석(?)해 가면서 런더너와 런던 라이프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가 그녀의 직업이었기에 글솜씨 역시 뛰어나다.
그리고 맛보기로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유럽여행 이야기를 싣고 있다. 여행 에세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그리스의 산토니섬. 스페인의 발렌시아,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포르투갈 리스본, 카스카이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덴하그, 로테르담. 그리고,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작품설명까지.
영국을 알고 싶다면, 런던을 알고 싶다면, 런더너들의 일상을 알고 싶다면.
박지영의 '런던홀릭'을 만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