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인 '정석범'은 문학, 역사, 미술사를 공부하고 마흔의 나이에 미술사공부를 위해서 프랑스 유학을 떠난다. 그때 쓴 책이 바로 '어느 미술사가의 낭만적 유럽 문화 기행'이다. 저자가 유럽의 6 개 도시를 둘러보면서 인문학적 입장에서 쓴 책으로 시각예술과 얽힌 문학, 음악의 이야기가 함께 돋보였었는데, 그것이 바로 어릴적의 아버지의 영향이 많았을 것이라는 단상이 들게 하는 내용들이 '아버지의 정원'에 살짝 살짝 비친다.
 
그는 어린시절에 아버지가 직업군인이기에 여러 도시를 돌면서 떠돌이처럼 살아간다. 어떤 곳에 정이 들만하면 떠나고, 다시 정착하는 곳에서는 그곳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지내야 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추억속의 아버지는 참으로 정서적이신 분이셨다. 삭막한 병영생활의 단조로움을 자신의 봉급을 털어서 막사 주변에 나무를 심고, 수많은 꽃들을 가꾸신 분이셨다.

아, 내가 열한 살의 가을날 박 상병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가면서 본 병영의 꽃밭은 아버지의 정원이었다. 그것은 오직 명령과 복종만이 진실인 그 삭막한 인위의 공간에서 잃어버린 자연의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정신적 출구를 찾으려 했던 아버지의 소리 없는 절규였다. 나의 시선을 탱크로부터 빼앗아간 국화꽃의 현란한 색채와 진한 향기의 비밀, 그것은 정신적 자유를 갈구하던 아버지의 애타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p182~183)
그런 애잔한 추억속의 아버지. 가장 가슴속 깊이 남아있는 아버지의 정원. 그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한 편의 명화들과 대비시켜서 소개해준다.
이렇게 자신의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 32 편은 자신의 기억의 가장 처음 순간인 4 살부터 사춘기에 접어드는 12 살까지의 기억들이다. 자신의 어릴 적 에피소드와 함께 명화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독자들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특색이 있는 것은 그의 추억속의 에피소드는 분명히 과거의 일이건만 때론 현재시점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그 자신이 '들어가기'에서 밝혔듯이. 그것은 자신의 추억이라기보다는 현재 시점의 한편의 에피소드처럼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처음엔 약간 의아한 느낌이 들겠지만, 곧 그의 의도를 읽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추억은 아련한 것이지만 때론 그 시점이 지금 이순간처럼 생생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기억의 흔적을 좇아 과거의 실타래를 부여잡고 있다가 문득 현실로 돌아오기도 하고 그곳에서 다시 과거로 잠수하기도 한다. (p7)

 

그리고, 책에 실린 명화들. 저자의 과거의 추억과 너무도 딱 어울리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흔히, 그림에세이에서 많이 보여주는 서양 명화에 못지 않게 동양의 명화, 일본의 명화, 우리의 풍속도까지.... 그리고, 동판화나 다색판화 작품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 32 점이 소개된다.
추억속 아버지의 정원이 아름답게 생생한 모습으로 기억되기에 그가 소개하는 명화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그의 다양한 학식을 바탕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