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육계 - 모략과 지략의 미학
천차이쥔 엮음, 박영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올들어 우연하게도 중국인이 저자인 책을 여러 권 읽게 되었다. 소설책이 아닌 자기계발에 관한 책들이었다. '삼십육계'도 역시 중국인인 '천자이쥔'이 쓴 책으로 일상생활에도 응용할 수 있는 지략과 모략이 담긴 책인 것이다.
흔히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렸을 때에 '36계 줄행랑을 쳐' 이런 말들을 많이 할 것이다.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 첫 문장에서 '줄행랑이 최고'라는 잘못 인식되어 온 '삼십육계'에 대해서 그 오류부터 설명을 한다. 나 역시 '36계 줄행랑'을 손무(손자)가 쓴 '손자병법'의 마지막 계책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손무의 손자병법'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삼십육계'는 다른 병법책인 것이다.
  물론, 이 두 책은 병법에 관한 책이기에 서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고, 병법의 내용도 그 표현방법이 다를뿐이지 일치되는 병법들이 상당수가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과 '삼십육계'는 중국 고대 병법을 집대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삼십육계'는 작가나 연대가 부정확하다. 책에 쓰여진 어휘나 명칭을 보면 명대의 군사적 내용과 중국 전통사상인 유불도사상이 포함되는 등 다양한 사상과 철학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삼십육계'가 세월을 거치면서 어느정도 다른 사상들도 가미되지 않았을까 한다.

'삼십육계'는 다음의 세가지 측면으로 생각해 볼 수가 있다.
(1) 유가의 '역경' 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양법칙에서 출발되었다.)
(2) 중국인의 다양한 사유방식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3) 복잡 다양한 사회속에서 군사적 측면뿐만아니라 정치, 경제, 외교, 경영 등 지혜로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일종의 개인생활 지침서로도 응용될 수 있다.

'삼십육계' 사상의 출발점은 '역경'이다. (p9)
'삼십육계'의 구성을 보면 모두 6 개조로 되어 있으며, 각 조마다 6 개의 계략이 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36 개의 계략이 소개되는 것이다. 이런 36개의 계략을 원문 그대로 읽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36계의 각 조의 계략들은 하나씩 원문으로 소개하고 - 번역하고 -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계략을 분석해주고 - 이 계략을 적용했던 사례들을 소개해 준다. 또한,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는 주석을 달아서 보충 설명을 해 준다.
 
  이런 사례들은 '36계'가 병법이기에 전쟁에서 이 병법이 응용된 사례가 단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중국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삼국지에서 보여주는 '지략과 모략'을 떠올릴 것이다. 전쟁이란 꼭 군사력이 우위여야만 승리하는 것이 아님을 삼국지를 통해서 많이 접해온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조조와 유비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마치 토막 토막의 삼국지를 읽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등장한다.  진시황제의 중국 대륙의 첫번째 통일이야기.춘추전국시대 이야기, 유방과 항우의 '위촉오'의 싸움. 당나라의 안록사의 난, 비교적 열세였던 송나라 이야기. 명의 마지막 황제 이야기. 중일전쟁이야기 등등 중국의 역사를 토막토막 들여다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병법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와함께 제 1,2차 세계대전에서의 전술이야기. 상술, 기업이나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 등....
  
내가 픽션이 가미된 역사소설보다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역사이야기를 좋아해서인지 책의 내용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전쟁의 이야기여서인지 병법의 적용은 그 상황에서는 당연한 이치일지는 모르겠으나, '36계'는 어찌 보면 '모략과 지략'이기에 그 계책속에는 사기와 거짓, 속임수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기업의 전략상, 정치가들의 당선되기 위해서.... 의 이유로 병법이 적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나쁘게 생각하면 타인을 해칠 수 있는 방법들인 것이다. '36계'가 다방면에 걸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자칫 의도적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좋은 결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줄행랑'.
36계: 주위상(走爲上)- 때로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번역) 군대는 강한 적군을 만나면 피해서 퇴각해야 한다. 2보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써 적군을 물리치는 것으로, 이것은 정상적인 병법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p395)
피하는 것은 가장 낮은 자세이지만 가장 높은 전략이기도 하다. (p396)
'36계'는 고대 중국인의 지혜가 담긴 병법이지만, 일상생활속의 많은 부분에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어려운 일을 쉽게 헤쳐나갈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36계'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일에 적용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특히, 정치, 세계정세 등에 '모략' 역할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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