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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미나토 가나에' -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모으고, 일본 문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작가 - '소녀'의 작가를 소개하는 글이다.
내가 읽은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은 2009년에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던 '고백', 그리고 이번에 '소녀'가 두 번째 읽게 된 작품이다.
'소녀'가 출간되었은 때에 인터넷 서점에서 읽게 된 광고문안이 참 자극적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서름끼치게 괴기스러운 장면을 연상했다. 언젠가 살인범이 자신이 살해하는 사람들의 죽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그런 믿거나 말거나 한 내용의 글을 볼 적이 있기에, 나름대로 그런 살인의 장면을 연상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이 소녀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미나토 가나에'의 전작인 '고백'에서 내가 받았던 충격이 너무 컸었기때문인 것이다. 이 소설은 여선생님이 자신의 딸을 살해한 두 제자를 계획적으로 복수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지막에 밝혀지는 그 복수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두 제자가 자신의 딸을 고의적으로, 그러나 또한 실수로 죽음의 순간에 이르게 만들고, 실수로 인한 그 죽음의 순간을 은폐하기 위해서 또 고의적인 살인을 방조했지만, 그 제자들이 미성년자이기에 처벌을 받을 수 없고, 그런 이유로 자신이 가하는 처벌.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보다 더 진한 교사와 제자의 관계가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음에 후반부에는 거의 충격속에 잠겼었다. 그래서 '고백'를 쓴 작가라면 어렵지않게 그런 이야기 전개를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고백'이 열세 살의 남학생들의 이야기였다면, '소녀'는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작품의 분위기가 닮은 듯이 보인다.
'소녀'는 아쓰코와 유키라는 두 여학생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두 소녀는 가정환경, 성격, 가치관 등이 서로 다르지만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두 소녀 모두 검도를 하다가 중간에 신체적 상처로 인하여 그만두게 되었으며, 자신들이 원하던 명문고등학교에 가지를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서로 가까운 친구이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그런 관계다. 더군다나 유키는 치매할머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아쓰코는 자신이 검도를 그만두게 되면서 겪게되는 소외감으로 과호흡 증상을 가지고 있다. 이런 두 소녀가 갈망하고 보고 싶은 것이 바로 '죽음' 그 순간을 보고싶은 것이다.
이 소설의 소녀들의 이야기는 여름방학 직전부터 여름방학동안의 경험의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그들이 방학동안에 자원봉사를 가게 되는 노인요양센터와 소아병원 난치병 환우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리고, 소설속에는 또다른 소설. '요루의 외줄타기'가 또 하나의 소재로 등장한다. 성장소설과 추리소설의 형태가 접목되기는 했으나, 추리의 성격이 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탄탄한 구성에 드라마틱한 소재와 설정들, 그것이 초반부터 거의 다 드러나 있는 상태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중간 중간에 복선이 깔려 있어서 그 복선이 이야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후반에 또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역시 결말부분은 깜짝 놀랄만한 장면이 연출되어서 '아니 !! 역시, '미나토 가나에' 다운 설정 ?' 하면서 놀라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백'에서 워낙 큰 충격을 받았기에 '소녀'의 반전은 약한 충격이라고 해야 할까.
죽음을 보고 싶다는 설정이 한 가닥을 이루고는 있지만, 이 소설은 일본의 여고생들의 생활, 치매노인 문제, 난치병 환우의 우정, 그리고 아쓰코와 유키의 우정과 가족애 등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청춘소설, 또는 성장소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