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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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여행'이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여행'이건간에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가장 먼저 여행의 교통수단부터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기에. 같은 길을 가더라도, 걸어서 갈 때와 자동차를 타고 갈 때에 바라보게 되는 시각에서부터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면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될 것인가?

한 눈팔지 않고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몰아야 쓰러지지 않는 것이 자전거 타기이다. 김수영이 시쓰는 것을 가리켜 '머리나 심정으로가 아니라 온 몸으로 밀고 나가는 일'이라고 설파한 것은 '자전거 타기'와 정확히 동일선상에 있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 타기 역시 시를 쓰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 뒷표지 글중에서)

  문학비평가이기도 하고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이종환'은 처음에는(책의 1부) K 와 함께... 그리고 K 의 다리부상으로 해서 그 다음에는 (책의 2부)는 홀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길을 따라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이 자동차 위주로 건설되어서 갖은 고생을 해야 할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갓길을 따라.... 그리고 터널을 건널 때의 무시무시한 트럭들의 횡포(?)를 피해서... 그리고, 자전거 도로라고 해서 가는 길끝자락의 허술한 도로처리로 위험 천만한 경우를 당하기도 하면서...   그러나, 이것은 교통수단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도중의 어려움일 뿐이고, 그가 가는 길위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는 여행은 세가지 풍경을 이 책 속에 담고 있다. 길의 풍경. 자전거의 풍경. 의식의 풍경. 그것들은 독자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국에는 서로 겹치는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여행의 길 위에서 '문장'을 보게 되는 것이다. 여행자는  그 길들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자는 자신이 가는 길 위에서 자신의 여행 속도에 따라서, 어떤 길은 천천히 읽게 되는 것이고, 어떤 길은 빨리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마치 자전거 여행을 시쓰는 일과 은유적으로 비교하기도 하는 것이다. 시를 쓰는 일과 같은 맥락으로 자전거 여행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런 비교도 신선한 사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려고 저자 소개글을 찾으니 그 부분부터 이색적이었다. 저자의 경력대신 그의 생각들이 쭉 나열된 문장들이...
나는 나에게 중독되어 있다는 것, (...) '자아사고' (...) 자아사고는 세상을. '나를 둘러싼' 어떤 것으로 이해한다. 그 현실은 추하다. '나를 감옥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추하고, 나를 탈옥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에 추하다. (작가 소개글중에서)

  펼쳐 본 책표지 안쪽의 작가의 사진과 함께 실린 작가의 이력을 나타내는 페이지에는 이와같이 알 듯, 모를 듯한 글들이 실려 있었다. 여행서이기에 가볍게 집어들었던 손이 잠시 멈칫했다. 이 책의 성격을 아니, 저자를 이해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문장이기에 순간 내 머리는 긴장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들은 서울에서 서해안을  따라 남해안, 그리고 울릉도, 동해안을 돌아 청평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위의 풍경들과 단상들이 담긴 여행서인 것이다.
그가 이야기하듯, 자전거의 길이란, 균형을 잡아야 쓰러지지 않고 갈 수 있는 길. 그리고 자전거여행은 긴장과 이완, 그리고 휴식과 노동을 동반하는 것. 바로 우리 인생의 길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자전거의 길인 것이다.
 
달리다 보면 마땅한 휴식처도 없어서 나는 중간 중간 길 위에 자전거를 세우고 멀리 들판이며 오밀조밀 나 있는 샛길과 철길 등을 바라보는 것을 하나의 낙으로 삼는다. 길들은 하나같이 어딘가로 가고 있는데 내게는 '만남의이미지'보다는 '떠나감의 이미지'로 더 크게 다가온다. (P141)
그는 무엇때문에, 그리고 무엇을 보기위해서, 무엇을 깨닫기 위해서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었을까....
자전거를 타는 동안 나는 속새로부터, 나로부터 멀어져 간다. 나로부터 멀어져 주변이 되고 만물이 된다는 것. 그것이 존재의 궁극아닐까? (책 뒷표지글중에서)
두 바퀴에 의존하여 균형을 잡고 세상을 돌아보는 여행. 아마도 자전거 여행은 가장 소박하고 힘든 여행이 아닐까. 그렇기에 자전거위에서 보는 풍경들. 그리고 스쳐가는 생각들이 가장 세상을 밝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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