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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가는 길
케니 켐프 지음, 이은선 옮김 / 이콘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케니 켐프'는 집필활동을 하지만, 그외에도 변호사. 그리고 전용기 조종도 한다. 처음에 저자 소개글을 읽을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가 전용기 조종을 하게 된 것이 아버지의 영향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2차세계대전에서 전투기 조종사였다. 어린시절의 작은 사고로 청력이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육군으로 근무하던 중에 조종사 모집에 응시하여 얻게 된 전투기 조종이었는데, 그의 아버지에게는 그것이 먼훗날까지 자긍심을 느끼게 했었다. 전쟁후에는 약사. 그리고 루게릭병을 얻은후에도 콰테말라에 자원봉사를 갈 정도로 자신의 삶에 충실한 아버지였다.
이 책의 내용은 실제로 저자인 '케니 켐프'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얼마후에 아버지의 소유물들을 정리하러 집에 가면서, 그리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추억속의 아버지를 담담한 문체로 써내려 가고 있다. 그런데, 아들은 아버지의 보물창고와 같았던, 퇴근후에는 언제나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던 창고에서 시시콜콜한 많은 연장들과 물품들을 보게 된다. 그것 자체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인 것이다.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약사였지만, 목수로 기억을 할 정도로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들, 자식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뚝딱~~ 뚝딱 잘도 만들어 주셨다. 그런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물건들은 친구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개성적이고 뛰어난 물건들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물건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집마당에 파티오(집뒤쪽에 만드는 테라스)를 만드실 때도 그 자리에 우뚝 솟은 나무를 자르지 않고, 그 나무를 살리기 위해서 지붕에 구멍을 뚫는 아버지. 하찮은 폐자재도 아버지의 손을 거치면 언제나 근사한 물건으로 변신을 하였다.
이렇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신 후에도 아들에게 소중한 선물(추억과 지혜)를 남게 주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 작아만 보이는 아버지들. 아버지의 권위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아버지들.
아버지들은 항상 과묵한 모습으로 가족이라는 묵직한 부담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그 자리에 묵묵히 계신다. 가족들에게 그 쉬운 '사랑'이란 말 한마디 건너시지도 못하고, '사랑'이란 말 한마디 가족들에게 받아보시지도 못하고 그자리에 항상 계신다. 가족들곁에 가장 가까이 계시지만 멀게만 느껴지던 아버지들.... 우린 그런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케니 켐프'의 아버지가 묵묵히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셨던 것처럼.... 그의 아버지는 참 선량하신 분이었다는 것이 책 구석 구석에 잘 나타난다.
'케니 켐프'가 있는 그대로, 가식없이 쓴 간결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글들은 그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한 글보다 더 아름답고 애잔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똑같이 '아버지에게 가는 길'을 읽는 독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은 독자들의 나이에 따라서 조금씩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생각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니까...
책표지의 영화배우 차인표의 두 문장이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