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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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가수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 '생에 감사드리며'~~~
잉카 제궁의 가련한 마지막 황제 이름을 예명으로 삼은 '아타우알파 유팡키'의'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너무도 생소한 남미 노래들. 이러한 것들에 문외한인 내가 과연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끝이 났지만 책장을 덮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자는 80년대를 거쳐 오면서 한때는 연행패에서 잠시 노래꾼의 삶을 살다가 다시 사회로 복귀한 사람이기에 그의 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에는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그리고 자신의 관심사였던 노래패에 대한 이야기가 깊숙히 담겨져 있다.
 
  이 소설은 대학때부터 노래꾼으로 활동해 온 연우가 공연후에 잠적해 버리게 되고 그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와 연우가 잠적하기 전에 친구에게 자신의 잘 정리된 비망록을 전해주고 떠나는데, 그 비망록의 내용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이 되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연우가 남긴 비망록에는 유서처럼 칠레의 가수인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 '생에 감사드리며'의 가사가 쓰여져 있는 것이다.
연우의 비망록은 '아침- 에덴에서, 오전- 예수의 소야곡, 대낮- 잃어버린 가족을 찾습니다, 오후- 마리아가 가네, 저녁- 만물산야'의 5 부분으로 나뉘어져서 그의 어린시절의 이야기에서부터 잠적되기 전까지의 기록이 자세하게 씌어져 있다.
한때, 연우가 힘겨울 때에 그의 곁에서 그가 노래꾼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아내 승미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 버렸기에, 승미는 비망록의 지역들과 사연을 더듬어 남편을 찾아 나선다.
연우와 승미, 선화, 그리고 승미와 함께 연우를 찾아나선 선배...
그들은 인연인지, 악연인지, 아니면 운명인지, 잘못된 만남인지... 그렇게 얽혀있다.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소설속에는 민요 판소리, 가요, 남미노래, 그리고 선화의 해금가락까지 책 속에서 가락이 되어서 흘러 나오는듯이 표현되어 있다.

꼭 유행가 가사같지? 사는 게 다 유행가여 (...) 사는 게 다 유행가라는 말, 사는 것 다 유치하다는 말로 들렸다. 다만 그 유치한 처지가 자신의 것일때는 유치하기보다는 절박하다는 게 문제일 따름이다. (p195)
알듯 모를듯 흘러가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눈치빠른 독자들의 이야기의 흐름을 감지하게 되고 연우가 왜 그렇게 슬픈 가락의 노래꾼의 인생을 힘겨워 했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승미에겐 슬프게도, 연우가 찾으려 하는 노래에는 어떤 여인과의 사연이 담겨 있다. 그런 승미를 보며 나는 오래전 잊은 승미에 대한 감정과 만나게 된다. 나는 그러한 감정을 억누르며 한때 좋아했지만 오래전 친구의 아내가 된 여인과 함께 그 친구에게 치명적인 슬픔을 안긴 또 다른 여인을 뒤쫓기 시작한다. (출판사 리뷰중에서)
연우와 선화의 치명적인 사랑. 그래도 잊지 못해 찾아나선 연우의 사랑.
그렇다면, 승미는 연우에게 어떤 존재였다는 말인가.....
승미는 나에게 맑은 힘을 주었지만, 선화는 늘 나를 취하게 했다. 승미는 내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 주었지만 선화는 내가 노래를 부르게 했다. 승미는 나에게 세상의 밝은 햇빛 아래 맑은 대기를 호흡하게 했지만, 선화는 나에게 정념의 깊은 수렁을 헤매게 했다. 승미는 나에게 에덴이었지만, 선화는 연옥에서 고통받는 연민의 대상이었다. 나에게 승미가 있는 에덴과 선화가 몸부림치는 연옥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지금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에덴에는 죽음이라는 형벌이 없는 대신 감각의 쾌락과 사랑의 느꺼움이 없다. 연옥에는 머리를 쥐어뜯는 아픔과 번민이 있지만 에덴에는 맑은 빛과 청명한 대기와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 (p143~144)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았던 선배에게 승미는 이런 존재였는데.
배경으로만 존재해도 아름다운 사람이 있지 않은가. 배경이 사람과 사랑과 음악을 받쳐 줄 수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눈에 보이진 않아도 존재를 느낄 수 있는 바람이고 싶다. 그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칼이 있어, 가까이 다가서서 샴푸 향이라도 맡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p269)
그래서, 나는 연우와 선화의 그런 사랑보다는 '배경으로만 존재해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 소설의 화자인 선배와 승미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랑이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남미 초원에서 '가우치'로 일하면서 기타 하나 둘러메고 시골 마을을 떠다니는 유랑가수인 ''아타 우알파 유팡키'의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노래가사를 되짚어보면서 힘겹게 이 책을 덮는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기에.....
☆ 이 작품의 나오는 '뭉크'의 작품들

     (뭉크의 '봄날' p179~180) 
 

   ( 뭉크의 '마라의 죽음' p198~199) 
 

              (뭉크의 '흡혈귀' p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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