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빠진 록 스타 - 프란츠 퍼디난드의 거침없는 세계음식기행
알렉스 카프라노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언젠가부터 음식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맨해턴의 프랑스 전문음식점 '레알'의 '앤소니 보뎅'의 '키친 컨피덴셀', '쿡스투어'를 비롯하여 한국인으로는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 조리장인 '에드워드 권'의 음식관련 에세이, 그리고 이태리 전문 요리사인 박찬일의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보통날의 파스타' 등등~~
이런 책들은 셰프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레시피가 실려 있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앤소니 보뎅'은 '쿡스투어'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완벽한 한 끼. 또 한 가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모험. 전세계를 떠돌면서.'라고 하였다. 그에게 미각 여행은 모험이었고, 완벽한 한 끼는 그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찬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분위기있는 자신만의 의미있는 한 끼였다.
 
그런데, '맛에 빠진 록 스타'의 '알렉스 카프라노스'도 자신을 '미식 모험가' 라고 칭했는데, 그의 미각 여행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진다. ('앤소니 보뎅'의 모험과 '알렉스 카프라노스'의 모험은 엄밀히 따진다면 그 의미가 다르다.)
이 책의 저자인 '알렉스 카프라노스'는 스코틀랜드 4인조 록 밴드 '프란츠 퍼디난드'에서 기타와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이력은 다채롭다. 20대에 요리사, 바텐더, 배달원..... 그리고 호텔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학강사로 있다가 30살이 되면서 록 밴드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저자의 이러한 다채로운 체험이 이 책의 내용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특히, 요리사 경험이~~~
우리들이 연극이나 뮤지컬, 음악 공연을 보러 가서 느끼게 되는 것 중의 하나가 그들의 열정이다. 좁은 줄 모르고 무대를 종횡무진하면서 펼치는 힘있는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그들이 내뿜는 활력에 찬사를 보내곤 하는데, 과연 그들은 그런 공연후에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곤했다.
바로, 이 책의 저자는 세계를 누비면서 록 밴드 공연을 하고,  세계 곳곳의 맛을 찾아 미각여행을 하는 것이다.

2006년 7월에 '펜타포트록 페스티벌'에서 한국 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고 하니, 그가 만난 한국 음식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이 책의 p202~205 에는 그가 인천 근처의 재래시장에서 만난 한국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재래시장의 모습이 참 재미있게 묘사되었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익숙한 그 모습이 잠깐 본 그의 표현을 통해 읽자니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본 인천의 뒷골목의 모습이었고, 그가 맛본 한국음식의 단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가 좀더 다양한 한국의 음식을 맛보았다면 하는 점이다. 이처럼 인천의 재래시장에서 한국의 맛을 느꼈듯이 '알렉스 카프라노스'는 근사하고 멋진 레스트랑보다는 그가 공연을 하게 되는 도시의 초라한 뒷골목까지 깊숙히 들어가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미각 여행은 미식 모험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맛인 복어를 맛보기도 하고, 송아지 췌장요리, 황소 고환요리, 개구리 뒷다리까지......
  
  
그가 생각하는 음식에 대한 단상들은

최고의 맛은 일상의 맛이다. (...) 매일 먹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것이지만 방문객에게는 그 곳을 영원히 각인시키는 맛이 된다. (p11)
진짜 맛은 거리에, 카페에, 작고 별난 곳에 숨어있다 (p11~12)
어떤 음식은 기쁨을 주고, 어떤 음식은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 고툥을 안기는 음식도 있다. 나는 음식이 그저 배고픔을 가시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식은 그 이상의 것이다. 음식은 모험이다. (p17~18)

 
그는 우리들과 친숙한 스시, 카레, 햄버거등의 음식과 해기스, 새벌로이 딥, 카포레, 칼 데이라다 데 페이제스 두마르 등과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음식들과 함께 자신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준다.



그가 추억하는 음식에 대한 글들 중에 어린날의 이야기가 마음속 깊이 다가온다.

그의 5살 생일에 엄마가 만들어 준 푸른색 케이크. '노란색 크림'을 떠서 입안에 집어 넣었다. 그 황홀한 감각이라니. 뇌가 행복에 떨었다. 손가락을 더 깊게 집어 넣었다. 더 한 행복이 몰려왔다. (p18)

5 살 어린 아이가 느꼈던 그 노란색 크림 맛의 황홀함을 30 대의 그는 아직도 황홀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황홀했던 음식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터키의 이즈미르에서 히잡을 쓴 아주머니가 만들어 준 이태리 음식 라비올리를 닮은 음식이나 프랑스 레스트랑에서 맛 본 달팽이 요리, 나폴리의 홍합 스파게티, 마카오의 에그 타르타.... 그런데, 그 음식들이 맛있었던 것은 좋은 사람과 함께 했기에... 그리고, 여행이라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록 스타 '알렉스 카프라노스'가 전하는 음식에 얽힌 어린날의 추억부터 록 밴드공연을 위해 자신이 들렸던 낯선 곳에서 만난 음식 이야기.... 그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기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그리고 분위기가 있었기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느껴지는 '맛에 빠진 록 스타'을 읽으면서 자신만의 맛에 대한 추억을 생각해 보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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