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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은 시인 김수영의 산문 '이 거룩한 속물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런데, 난 그 작품을 읽어보지 못해서 이 제목이 뜻하는 바를 잘 이해할 수는 없다. 인간의 속성중에 두드러지면서도 혐오스러운 것이 '속물'근성이 아닐까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듯이 속물근성 역시 나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것처첨 느껴지고 때론 남들에게 나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지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런 속물근성을 발견하게 된다면 흉을 보고 혐오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본 제목의 '거룩한'이 나타내는 의미는 반어법적인 강조의 뜻이며,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할머니의 제사날 모인 식구들이 할아버지의 재산이 어떻게 분배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그 가족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인물이 어떤 사회적 위치에 있는가를 부각시키고 싶어하고, 자신의 자녀들이 어떤 엘리트 과정을 밟고 있느냐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본질을 떠나버린 가족 모임.
내가 사귀는 남자 친구가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 학벌은 어떠한지, 가정환경은 어떠한지를 그의 성격이나 취향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대생들.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기에 해야하는 도시락 봉사활동이 하나의 과정일뿐이지 어떤 마음에서 우려나온 행동이 아닌 행동이라는 것.
친구는 그저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한 사람일뿐이고, 그들이 걸친 옷과 성형수술, 사귀는 남자 친구의 배경만이 관심이 되고, 친구의 빈티나는 행동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뿐인 관계라는 것.

우리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 속물근성이 담뿍 담긴 3명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대학을 졸업해도 자신이 가야할 길이 어디인 줄 모르고, 방황하는 사람들.
그러나, 속물스러운 그들도 결국에는 자신들이 가야할 길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이 소설은 원래는 '문학웹진 뿔'에서 연재되던 소설인데, 평균 조회 수 5천여 건, 평균 추천 수 100건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속물적 습성에 젖어 있었던 자신들의 모습을 뒤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의 잣대를 남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