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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지음, 양현모 사진 / 누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어머니~~~'
어머니에 대한 가장 강렬한 영상은 군대에 간 아들들을 둔 어머니의 심금을 울렸던 '우정의 무대'에서의 '어머니~~'를 부르던 군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면 '어머니'라는 보통명사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인 노희경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속페이지의 작가 사인에 이런 귀절이 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 자식이 철들 때까지만, 부디 건강하시길' 참 의미있는 말이고,가슴이 시려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 까칠한 성격으로 알려졌던 작가 '최인호' 그가 부르는 사모곡이 '천국에서 온 편지'이다. 환갑이 이미 지나고, 칠순의 나이를 향한 그에게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느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그 단어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내려 앉을듯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무겁다'는 표현이 좀 이상할 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가슴 절절하게 그리운 것이다.
최인호 작가와 김수환 추기경님의 대화 내용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 말씀은 한수산의 '용서를 위하여'에도 나온다.)
최인호 작가의 어머니가 그의 아내에게 보냈던 한 장의 편지. 그 편지의 어머니가 남기신 단 한 장의 편지이다. 그 편지가 30년전에 그의 머리에는 도착했지만, 심장에는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어머니에 대한 모든 기억을 심장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이 글을 쓴 것이다. 마치 이청준의 '눈길'에서 느꼈던 그런 생각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가 이미 오래전인 1987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의 소식을 취재차간 일본에서 듣게 되는 순간부터, 입관, 장례식, 하관식 등의 과정에서 느꼈던 이야기들과 그의 어머니가 남긴 단 한 장의 편지를 보면서 느끼는 단상들. 그리고, 그의 수필들의 주인공이 가족들이었고, 특히 그 수필속에서 자주 만났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글들이 아주 솔직하고 담담하게 쓰여 있어서 더욱 공감이 간다.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를 미화시키려고도 하지 않고, 그가 느꼈던 그대로 표현했기에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 절절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뛰어난 문장력과 표현력이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에서 너무도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고,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때론, 재미있게도 느껴지게 한다.
오랜 세월 가슴속에 담아 온 어머니에 대한 많은 기억들이 작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어 공감을 일으키기에 읽는내내 나의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과 그리움에 가슴이 사무친다.
젊은 시절의 작가의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의 글들. 바로 이런 것이 세월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연초에 읽었던 '인연'에서 느꼈던 부드러움이 '천국에서 온 편지'에도 그대로 느껴지기에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인연'을 읽은 후에 들었던 작가의 투병소식..... 빨리 완쾌되셔서 우리들에게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있는 행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