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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8 제너시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7
버나드 베켓 지음, 김현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3월
평점 :
책소개 글부터 부담스러운 글귀로 시작된다.
'인지과학, 분자 생물학, 진화론, 플라톤 철학을 한 권에 담아내 소설' - 열거된 단어들에 대한 학문적 지식이 미미하기에 처음부터 잔뜩 긴장하고 읽어야 했던 소설이었다.
또한, 뉴질랜드 출신의 작가인 '버나드 베켓' 역시 처음 접해 보는 작가이기에 그의 작품 성향을 잘 알지 못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과학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미 십여 권의 책을 출간하고,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이다.
작가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여,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세계에 대한 글들을 많이 쓴다. 환경오염, 자원고갈, 지구멸망, 우주전쟁, 로봇의 세계제패.....
'2058 제네시스'는 이런 상상속의 미래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도 끔찍한 상상의 세계인 것이다.
소설속의 상상의 나라는 2058년. 이미 2031~2032년에 전쟁과 전염병때문에 세상의 종말이 찾아오게 된다. 그것을 피해서 외딴섬에 해양방벽을 세우고 외부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공화국이 세워진다. 공화국의 건국자는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염병에 대한 위협은 공동의 적이었기에 공화국의 유지가 쉬웠지만, 시간이 흐르게 되면, 긴장감은 둔해지고 공포 분위기도 사라지게 된다. 해양방벽을 지키던 아담이 어느날 배를 타고 떠내려오는 소녀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감금이 되고, 아담을 지키는 로봇 아트과의 이야기가 액자소설의 구조로 펼쳐진다.
이런 액자구조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것은 소설의 주인공인 아낙스가 공화국의 학술원에 들어가기 위한 구술면접시험에서 3명의 시험관과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그리고, 아낙스가 준비한 홀로그램을 통해서 보여준다. 아낙스가 연구주제로 선정한 인물이 바로 아담이기에 그는 사례연구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4시간의 면접을 통해서... 그렇기에 이 소설의 목차 역시 특이하게 ㅣ교시, 첫번째 휴식시간, 2교시.... 로 표시된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이름도 아낙스는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인데 그가 주창한 만물의 근원은 '혼돈'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공화국의 건국자인 플라톤, 아낙스의 스승인 페리클레스, 연구대상인 아담, 그밖에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철학자, 과학자 등을 비롯한 잘 알려진 인물의 이름이 차용되는 것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작품속에서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야기의 얼개가 되는 인간 '아담'과 로봇 '아트'의 논쟁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로봇,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감정이 없는... 그러나, 되풀이 되는 시도에 의해서 눈물도 흘릴 수 있고, 프로그래밍된 것만이 아닌 사람의 곁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면모를 갖출 수도 있는 그런 로봇의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든다.
과연,아담이 주장하는 것처럼 로봇은 '전기스위치를 복잡하게 연결한 깡통일 뿐일까?' 아니면 '관념이 만들어 낸 로봇은 로봇의 주장처럼 '사유하는 기계'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작가가 이 소설에서 가장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진화론도, 인지과학도, 플라톤 철학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철학적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인 '아담'과 로봇인 '아트'를 통해서....
그런데,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는 결말부분이다. '절대로 마지막 장면을 읽지 말기 바란다.'는 Michelle의 이야기처럼 반전의 묘미를 톡톡히 맛보게 해준다.
방심하고 있다가 한 방 얻어 맞은 것같은 마지막 장면이 이 소설이 가진 진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로봇의 다른점'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이 사유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많은 생각들을 해보게 하는.... 그리고, 우리들의 2058년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