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 다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옛이야기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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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로 청춘들에게 우리의 옛이야기를 들려주던 '이강엽' 교수가 이번에는 '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로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중년이후의 독자들을 찾아 왔다. 저자가 말하기를 '인생의 오후이거나 가을의 어름에 서 있는 모든 이들과 이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한다.

'오후3시'

청춘이 쇠했다고 느낄 무렵이면 우리는 곧잘 포기한 채 어딘가에 걸터앉고 만다. 일어선 것도 주저 앉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시간을 보내면서 말이다. 누군가 이런 때를 오후 3시에 비유한 적이 있다. 무엇을 새로 하기에는 좀 늦은 듯하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이른 시각이라는 것. 오후 3시. 그러나 아직 날이 훤하다. (책 뒷표지에서)
중년, 노년으로 접어드는 시기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런 느낌을 '오후3시'로 참 잘 표현한 것 같다. 청춘들에게 열정이 있다면, 오후 3시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깊은 연륜이 쌓이는 때가 아닐까? 그들도 청춘시절이 있었기에 생동감있고 힘차게 세상을 살아 왔기에, 이제는 좀더 다듬어진 삶의 지혜들이 응집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또다른 새로운 길이 생기듯이 청춘이 끝난 자락에서 그동안의 삶의 지혜를. 그리고 세상살이 이야기를 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저자인 이강엽 교수는 오후3시에 도착하려는 지점에 있거나, 이미 그곳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53편은 전작인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보다 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풍부해졌고 넉넉해 진 것이다. 바로 '일희일구(一喜一懼)' 인 것이다. 한 편으로는 기쁘고, 한 편으로는 두렵다. 이 시기에 접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살아온 세월들이 쌓인 만큼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안목은 그만큼 깊고 높아졌을 것이다.
'현실에 꿈과 유머를 더한 것이 지혜' (p146)라고 했다. 이런 유머가 깃든 지혜가 옛이야기인 것이다. 대부분의 옛이야기들은 비유법을 많이 사용한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은유적으로 풀어 나감으로써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은연중에 깨달음을 갖게 한다. 그런 장치로 옛이야기들에는 대조적인 인물이나 동물, 사물들을 등장시켜서 그 의미를 비교하게 되고 거기에서 또 깨달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옛이야기들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그 속에 유머와 위트가 곁들여져 있어서 듣거나 읽는 맛을 더 해준다. 이런 이야기들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에 의한 현실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에 해당되는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자 나름의 신선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해석까지 해준다. 아무러면, 오후 3시에 접어든 사람들이 옛이야기를 듣고 그 해석을 못 할까마는 그의 해석은 때론, 우리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설명해 주기에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은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지만, 다시 들어 보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도  재미있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흰 볼기, 검은 볼기'의 이야기처럼 똑같은 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의 인생에서도 똑같은 경우를 경험하기도 했을 것이다. 현실과의 괴리감이 없는 이야기들이기에 더 의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다.채근담에 나오는 말 중에
태평한 세상에는 몸가짐을 반듯하게 해야 하며, 어지러운 세상에는 몸가짐을 원만하게 해야 하고, 말세에는 반듯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p152)
옛 문헌에 나오는 글들이나 옛이야기들은 선조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농익은 경험과 지혜가 묻어난다.
'흑치상지의 말무덤'의 일깨움처럼 우리들은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 서둘러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모든 것이 허망하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너무 빠르면 무엇하랴~~~' 이것이 옛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혜인 것이다.
어느덧 인생의 가을은 깊을 대로 깊어서 가만 두어도 열매가 여물고, 단풍이 들며 잎이 떨어진다. 천리마를 타고 팔구백 리만 간들 어떻겠으며, 말을 잊고 하릴없이 가을 산을 소요한 들 또 어떻겠는가. (p221)
저자는 우리에게 옛이야기를 통해서 지나온 삶의 소중함과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펼치기에 아직도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놓쳤던 부분들,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기를 일깨워준다.
그리고, 마지막 말. 심상(心想). 그 안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말해준다.
워런 버핏 같은 투자의 귀재가 만일 사람에게 투자한다면 대체 그 사람의 무엇을 보고 투자할까? 보나마나 심상일 것이다. 사주를 보고 투자하면 하수이고, 관상을 보고 투자하면 중수이며, 심상을 보고 투자하면 고수이다. 또한, 과거만 보면 하수요, 현재도 보면 중수요, 미래까지 보면 고수이다. 심상, 그 안에 모든 답이  들어 있다.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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