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의 아버지
카렐 판 론 지음, 김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네덜란드'하면 아름다운 풍차마을이 떠오르기도 하고, 유명한 화가인 고흐, 렘브란트, 몬드리안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항상 함께 생각나는 것이 매춘, 안락사, 게이들의 결혼, 마약 등이다. 그만큼 네덜란드는 아름다우면서도 개방적인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서두에 쓰는 것은 '내 아들의 아버지'의 작가가 네덜란드사람인 '카렐 판 론'이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상당히 명망이 있는 작가라고 한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 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로도 활약을 하고 있다.
'내 아들의 아버지'
처음엔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아내의 외도? 소설은 상상의 세계이기에 외도에 관한 이야기도 얼마나 다양하던가.... 자신의 아내가 남편모르게 결혼을 했다는 설정까지.
그런데, '내 아들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소설의 주인공이니, 아들의 아버지는 그가 아니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나(아르민)는 30대  한 아들의 아버지이다. 아내 모니카는 10년전에 너무도 갑자기 감염성 질환에 걸려서 며칠만에 세상을 떠난다. 3살난 아들 Bo를 남겨둔채로. 아르민은 아내의 친구였던 엘런과 애인관계가 되는데, 그녀가 아르민의 아이를 낳기를 원하는데, 임신이 안되자 검사를 받게 되고, 자신이 아이를 갖지 못하는 무정자증 환자임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인 'Bo는 누구의 아들이란 말인가. 누구나 닮았다고 하는 눈매와 왼발이 오른발보다 5mm 정도 작은 것은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죽은 아내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아들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추적한다. 아내가 알고 있던 남성들을 한 번쯤은 의문해 보면서.....
그 추적과정에서 아르민이 느끼는 모니카와의 사랑들. 그 사랑을 의심해 보기도 하고, 아내의 불륜을 추측해 보면서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배경이 네덜란드이기에, 성에 대한 인식이 매우 개방적이다. 아르민과 모니카는 아들을 낳아 기르는 부부관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르민과 모니카의 사랑에 모니카의 친구인 엘런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성을 사귀는 과정에서 다른 이성과의 관계도 개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것들이 네덜란드의 성문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르민과 모니카의 사랑, 아르민과 엘런의 사랑.... 히피적이고, 즉흥적인 자유연애와 동성 연애와 같은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 안되는 것이기에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자유분방한 성문화속에서도 자신의 아들인 줄 알았던 자식이 다른 사람과의 외도에서 낳았다는 사실은 아르민에게 큰 상처로 다가온다.13년이란 긴 세월을 속아서 살아왔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리라. 이와같이 이 소설은 내 아들의 아버지를 추적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로 출발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과연 누가 Bo의 아버지일까에 관심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강한 추리력은 없다. 어디에서 아들의 아버지를 찾아야 할지 실마리를 찾기도 그리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 소설은 이야기의 구성이 과거와 현재를 어떤 규칙성이 없이 그저 왔다 갔다 한다. 어떤 사건이나 단상에 의해서 과거의 이야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무질서한 시간 이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상황에 따른 아르민의 심리 변화는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결말은 반전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추측조차 할 수 없었던 커다란 바위 하나가 가슴에 '쿵'하고 떨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가져다 준다.

"여자가 잉태한 아이는 그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닮는다. 남편을 사랑한다면 남편을 닮을 것이요, 난봉꾼을 사랑한다면 그 난봉꾼을 닮을 것이다. (p356)
번개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만도 못한 일이군." 나는 엘런에게 말했다. "진짜 인생은 할리우드 영화만도 못한거야." 엘런이 말했다. (p357)
한마디로 '쇼킹' 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우리의 정서로는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 사실을 누가 알고 있었을까? 왜 아무도 이야기 할 수 없었을까?
그렇게 큰 비밀을 가슴에 안고 아내인 모니카가 남편인 아르민을 마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게 된다.
'있을 수 있는 일'과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그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빛과 어둠, 삶과 죽음, 오른편과 왼편, 이것들은 서로 형제이다. 이것들은 불가분의 관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선은 선하지 않고, 악은 악하지 않으며, 삶은 삶이 아니고,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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