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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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 탄신일인 4월 초파일이 되면, TV에서는 절의 풍경들과 함께 산사의 이야기들을 담아 낸다. 그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직 철없는 동자승들의 이야기이다. 절에서 생활하는 동자승들의 모습은 천방지축이다가도 부처님을 공양하고 불경을 공부할 때는 의젓한 어린 스님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한다. 이런 모습은 그동안은 무관심하여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석가탄신일에 즈음하여 한 번씩 동자승의 생활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안의 씨앗'은 어린이들에게는 좀 낯설게 느껴지는 동자승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산사의 노스님께서는 동자승 본, 정, 안에게 '수천 년 된 아주 귀한 연꽃' 씨앗을 나누어 주면서 '이 씨앗을 심어서 싹을 틔워라' 하신다.
    
'천 년의 씨앗'을 누가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연꽃 씨앗을 틔우기 위한 동자승의 행동은 3인 3색이다.
'내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울거야' 하는 마음에 본은 눈덮인 땅 속에 씨앗을 묻고, '어떻게 하면 빨리 꽃을 피울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정은 연꽃에 관한 책들을 찾아 공부하면서 좋은 화분을 마련한다.
본의 마음이 성급한 마음이라면, 정은 학구적이지만 이론만을 앞세웠다고 할 수 있를 것이다. 그런데, 안은 자신의 주머니에 씨앗을 넣어 두고, 자신의 일을 충실하게 한다. 안은 봄이 되어서야 연못 한쪽에 씨앗을 심고, 때가 되자 씨앗은 싹을 틔워서 수려한 연꽃을 피우게 된다.
 
  동자승들의 이야기라는 좀 멀게 느껴지는 대상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야기속에는 귀중한 말씀이 숨어 있는 것이다.
노스님이 주신 '천 년의 씨앗'. 그것은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본처럼 귀한 것을 얻기 위해서'빨리 빨리 ' 서두르지는 않았는가? 아니면, 우리의 목표를 향해서 눈앞에 닥친 일에만 열중하지는 않았는가?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다가 낭패를 보지는 않았는가?
안은 귀한 연꽃 씨앗이지만, 그것이 쓰일 때가 아님을 알고, 주머니에 넣어둔채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바로 씨앗이 심어져야 할 시기를 알았고, 씨앗을 어디에 심어야 되는 줄도 알았던 것이다. 연꽃 씨앗은 좋은 화분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연못에서 자랄 수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안은 그런 자연의 섭리를 생각할 줄 알았으며,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유를 가지고 때가 오기를 기다릴 줄 알았던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안의 행동을 통해서 '기다림의 지혜' 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것. 기다림끝에 얻는 것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봄이 오자, 안은 연못 한쪽에 연꽃 씨앗을 심었습니다.
며칠 뒤, 안의 씨앗에서 싹이 텄어요. 안은 파릇파릇하게 돋아난 연잎을 보고 몹시 기뻤습니다.
어느 여름날 아침,
천 년의 연꽃이 따스한 햇살 아래 살포시 피어났어요. (그림책 내용중에서)
아름다운 연꽃처럼, 아름답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기다림의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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