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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 윤판사가 보내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
윤재윤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내가 울고 싶다면, 아니 지금 내가 울고 있다면 나와 함께 울어 줄 사람이 있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눈물, 그 눈물을 같이 흘릴 사람이 있을까?
내 아픔을 함께 울어주는 그런 눈물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내가 우는 사람을 보듬어 줄 수는 있을까?
참회한 사형수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직전에 자신에 의해서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죄를 고하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헬렐루야'를 부를 때에, 또 다른 사형수가 그동안에 새 사람이 되어서 아름다운 나라로 떠남을 기쁘게 생각하며 '할렐루야'를 우렁차게 외치면서 사라질 때에 그들을 지켜보았던 교도관들과 검사, 의사, 신부들이 흘렀던 눈물.....
자신의 딸을 살해한 살인범을 법정에서 용서해 주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심정을 바라보면서 흘렀던 눈물....
저자는 검사시보 시절부터 시작하여 오랜 판사 생활을 하면서 법정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서 느꼈던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법정이 어떤 곳이던가....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가보고 싶지 않은 곳. 그 곳에는 항상 다툼이 있고, 분쟁이 있고, 미움이 있고, 비리가 있고, 부정이 있고, 아픔이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가장 아픈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낼 수도 있었던 것이고, 그들의 삶을 통해서 삶의 해답도 찾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저자는 법정 실화를 통한 아픔의 치유뿐만아니라, 문학 작품속의 작가나, 작품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일깨워준다.
그가 좋아하는 작품중에 '죽음의 수용소'의 내용이 여러번 인용된다. 이 작품은 나도 읽어보고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던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 체험 수기이다.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친지들을 잃어가면서 강제노동과 추위, 굶주림 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이겨냈으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지 않았던 경험을 가졌던 사람인데, 그의 방에 걸린 액자의 글이 그가 겪었던 삶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아마도 생과사가 엇갈리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이야기가 삶을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는지, 프리모 레버가 쓴 '이것이 인간인가'의 글중에도 그가 처음 그 곳에 가던 날, 그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에게 따뜻하게 몇 마디의 말을 건네주었던 16세 소년 '슐로메'와의 짧은 포옹이 수용소 기억중에 가장 소중하다고 쓰고 있다.
사람은 가장 극한 상황에서 '삶, 삶의 목적, 죽음. 인간의 존재'등으 느끼게 되는 것인가 보다. 이런 생각을 나타낸 글중에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문이 소개된다. 나도 이미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의 비밀'에서 읽은 내용인데, 요약하면 죽음을 생각하면 삶의 목적이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인생의마지막 날처럼 산다는 것은 '완벽한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완벽한 하루'는 무엇을 얻어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버려야 가능하다고 한다. 몸에 걸친 것이 없이 가벼워져야 마음껏 춤을 출 수 있는 것처럼.....
'마음을 비워라', '몸을 낮추어라'. '무언가 버려라' - 이런 문장들은 여러 책들을 통해서 많이 접하는 구절들이지만 아직도 먼나라이야기처럼 우리의 실생활에서는 멀게만 느껴지고 버리기보다는 얻기 위해서 안달이 나 있는 것은 아닐까.
'욕심을 버리자' '마음을 비우자'
나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만들어 준다. 가장 낮은 곳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들의 이야기, 남을 배려하고 관용을 베풀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주고 잔잔한 기쁨이 피어나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법관 생활을 하면서, 정의와 공평을 법의 잣대로 결정하는데 있어서 재판이 삶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고, 재판의 판결이 버거웠음을 토로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답을 3가지로 정리해 준다.
'인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방향을 결정하여 과정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고통을 받게 되고, 이 고통의 강약이 사람들에게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고통을.... 그 아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며 치유하여 나가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이 결정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아픈 사람들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만큼 삶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 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