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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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릴적 추억중에 하나는 어느해 여름방학에 시골 외갓집에 갔었던 기억이다. 한여름밤, 깜깜한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고, 그 밤하늘이 내다보이는 대청마루에 누워서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였다. 아마 이모가 들려 주었던 것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달빛에 비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도 유령처럼 느껴져서 숨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들었던 옛날이야기중의 몇 편은 지금도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의 그 밤풍경과 함께..... 그런 생각을 하면 요즘의 어린이들은 추억다운 추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이강엽은 국문학 중에서도 고전문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로 잊혀져 가는 옛이야기들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청소년, 대학생, 청춘들에게 이 책의 내용을 들려주고 싶은가 보다. 물론, 부모세대들도 나처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추하면서 읽었으면 한다는 '머리말'을 덧붙인다.

자신이 경험한 삶의 조각들 위에 옛이야기를 함께 풀어 놓음으로써 과거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잇고 있다. (책날개글)

옛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를 넘나들며 살아 숨쉬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인 것이다. (p8) - 저자의 옛이야기에 대한 생각

바로 저자는 옛이야기에 대한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목차는 '꽃자리' 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하나~여덟'까지 그 꽃자리에는 각각 5~7편의 옛이야기가 소개되어 총 48편의 옛이야기를 독자들은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옛이야기를 자신의 삶의 경험과 고전문학에 관한 해박한 전문적 지식으로 풀어 나간다. 그러니까 옛이야기에 대한 해석이 단순한 해석이 아니라, 저자의 삶의 지혜가 옛이야기에 녹아들어간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재미와 함께 옛이야기속의 삶의 지혜와 해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풀어 나가는 옛이야기에 대한 분석적 해석도 그전에 알았던 해석과 다른 각도의 해석들이 있어서 그전에 알았던 이야기도 새롭게 읽혀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자녀가 '철들었다'는 말이 있을 것이다. '철들다'는 부모 또는 어른 입장에서 본다면 부모님 걱정끼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타의 모범이 되는 자녀일 것이다. 그런데, 자녀입장에서는 그 나이에 철든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야기중의 '우공이산'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공이산의 기적은 자신의 노력없이 얕은 술수를 쓰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지금은 목표를 향한 나의 외침이 한낱 변방의 북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북소리 또한 언젠가는 도성의 대궐에 올릴터, 지금 손에 북채를 들었거든 주저말고 둥둥 북을 울려라! (p42)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은 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쑥개떡'이 남겨주는 교훈도 잊지 말아라 할 것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똑같지 않기에 잘나고, 잘 사는 자녀에게 후해지는 것이 부모의 인심이었던가? 가난한 딸에게 준 쑥개떡이 처음엔 상처가 되었지만 그것은 결국에 새로운 다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에 자매간의 다른 삶의 모습에 상처를 입었거나, 동창회에 나갔다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우울해졌다면 '쑥개떡'의 교훈을 되새겨 봄직도 하다. 그리고, 저자의 스승의 말씀중에 너무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는 우리들이 자녀에게서 '결핍'을 빼앗은 것이 가장 잘못된 교육이라는 말씀. 누구나 깊게 새겨야 할 부분이다.
혹시 마음속에 부모님께 받은 오래 묵은 '쑥개떡'이 있거든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다는 보란 듯이 일어설 일이요, 쑥개떡을 싸 들고 쓸쓸히 돌아서는 형제 자매를 보았다면 마음 깊이 보듬어 줄 일이다. '좋다, 쑥개떡! ' (p80)
우리 옛이야기에는 '혹부리영감'류의 이야기가 많다. '흥부 놀부이야기'처럼 남이 잘 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지만 오히려 害를 당하는 이야기이다. 어떤 일에든 아무 목적없이 행하는 일이 숭고한 것이다. '무목적성'을 따라서 모방을 하는 행동에는 타인의 행운만을 차지하고 싶은 것이기에 여기에는 행운이 아닌 불행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다음의 구절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하든, 춤을 추든, 마음속에서 정말하고 싶은 것을 하라. 이유를 달지 말고, '그냥 좋아서' 하라" (p157)
이 책에도 '일등만을 기억하는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목수이야기가 있다.
인재 또한 마찬가지로 찾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가까이에 작은 나무같은 사람이 있거든 큰나무와 비교하지 말고 크게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격려할 일이다. 일등만 기억하기 보다는 직접 내 손으로 일등을 만드는 일에 힘을 더욱 쏟았으면 한다. (p197)
꼭 일등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큰나무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한다.


 

너무도 잘 알려진 이야기들, '소가 된 게으름뱅이' '혹부리 영감의 노래' '구운몽' '심청전'에 이르기까지...  알고 있는 옛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이야기와 저 이야기가 합쳐진 듯한 이야기들.... 우연의 연속.... 환상속의 이야기... 이런 옛이야기는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허황되고 황당하고, 과장된 이야기들 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리고, 옛이야기는 과거의 이야기(아주 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시공간을 넘어서 지금도 옛이야기와 유사한 상황들 속에서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람들, 인생의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경우에, 답답한 현실 속에서 어떤 해답을 찾고자 할때에 가벼운 마음으로 옛이야기를 접해보면 분명히 그 속에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황당하고 허황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옛이야기속에 담겨진 해학을 깨닫게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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