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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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읽지 않고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을 읽어서인지 이야기를 따라 가는데는 별 무리가 없이 읽히기는 하지만, 읽는 도중에 무엇인가를 빼놓고 읽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은 前作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위에 쓰여진 소설이기때문이다. 1권보다는 2권이 더 치밀한 구성과 '잘금 4인방'의 재치있게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들이 재치있으면서도 심도있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태여 대물 윤희와 가랑 선준의 사랑이야기를 많이 할애하지 않아도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은연중에 그들의 사랑을 비추어 주기때문에 더 좋은 느낌이 든다. 조선 시대 규장각에서 일어나는 평상적인 이야기들과 규장각의 존재조차도 거슬리게 생각하는 무리들의 이야기도 소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깔끔한 느낌마저 든다.
 
조선 중기의 소설들의 배경은 유교와 당쟁이 주를 이루기 마련이지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서는 그런 부분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암투라든지, 살해라든지, 그런 류의 이야기로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조선시대의 가장 세도가이며, 당쟁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집안의 자제들인 세 젊은이의 순수한 학문적 결합과 우정으로 무마되는 것이다. 거기에 보잘 것없는 가난한 집안의 윤희가 자신의 처지와는 상반되게 똑부러지는 이미지와 당당함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 더욱더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조선시대 왕정에서는 가장 권위있어야 할 임금 역시 '잘금 4인방'을 보호해주면서 시시각각 소설의 중요 부분에 나타나서 임금답지 않은 언행으로 한없는 애정을 나누면서 군신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홍벽서'와 '청벽서'의 비밀을 둘러싼 이야기도 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재치있게 잘 이끌어 나간다. 용하의 '암행어사 기행'은 처음엔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유람을 나온 팔자 좋은 한양의 갑부 행세를 하는 용하. 비단옷에 아름다운 부채에 가는 곳마다 색향을 찾아서.... 더군다나 때에 절은 마패가 두렵다고 몸에 지니기 싫어서 하인이 양잿물에 번쩍 번쩍 윤이 나도록 박박 씻었다는 대목에서는 박장대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암행어사. 암행어사는 초라한 삿갓에 누추한 의복이어야 하다는 편견을 깨뜨린 이야기. 그것이 또 색다른 암행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에 수긍이 간다. 이것 역시 작가의 번뜩이는 재치가 아닐까?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임금의 명을 받고 전라도 지방으로 떠난 선준을 그리워 하는 윤희의 눈에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편지, 선준이 남겨 놓고 간 편지는 창호지에 덧대어서 달빛에 환하게 반사되면서 나타난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특별한 방법으로 받아 보는 편지.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대가 용이 되고자 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대가 헤엄쳐 놀 수 있는 물이 되겠소.그러니 그대의 바람이 곧 나의 바람이오. (p265)

윤희의 마음속 답장
"아랑, 당신의 사랑이 저를 자유롭게 합니다.그렇기에 당신의 사랑안에 있는 한,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합니다.알고 계신가요? 당신이 제게 세상을 주었음을...(p265)
읽어 내려갈수록 재미가 더해지는 이야기이다. 조선 중기의 시대적 배경위에 오늘날에나 있을 듯한 '잘금 4인방'의 사랑과 우정이야기.
알면서도 모르는 척 감싸주는 군신의 관계, 임금은 윤희가 여자이기에 영원한 신하가 될 수 없음을 애석하게 생각하면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준다. 그리고, 친구들 역시,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며, 영원히 함께 걸어갈 사이임을 일깨워준다.
1권에서는 좀 남장 여인이라는 설정이 거슬렸지만, 2권까지 읽으면서 '정은궐'작가의 재치와 깔끔하고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만,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가 완결판이라고 하니, 차라리 안심이 된다. 무엇이든지 적당한 시점에서 끝맺음을 할 수 있는 용기도 대단한 결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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