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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10년 만의 후기'가 인상적이다.
저자는 그래서 자신이 한때 자동차 부품회사 엔지니어였던 경험과 자동차하면 '교통사고'라는 생각에서 자신의 주변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고, 그것이 다시 10여 년이 흘러서 중판이 된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자신도 참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며, 문학지망생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희망을 가지시길 바란다.
우리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자신이 교통사고에 연관된 적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교통사고라는 것이 자칫하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기도 한다. 특히, 사망자가 있고 목격자가 없으면 그런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교통사고의 목격자들은 경찰서에 불려 다니면서 귀찮아지는 것이 싫어서 신고를 기피하기도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법규에도 문제가 있어서 가해자가 억울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바로 '교통경찰의 밤'은 이런 교통사고 현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처리하는 경찰의 모습과 함께 사고 뒷이야기들이 소개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에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이 숨겨져 있다. 한마디로 '한치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가 한 편, 한 편을 읽을때만다 소름끼치듯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 두 작품을 읽다보면 섣부른 결말을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본의 추리소설의 대가의 글을 읽는 묘미라고나 할까?

☆ 천사의 귀: 교차점에서 일어난 경차와 외제차의 충돌, 오빠는 사망했지만 장님 여동생을 살았다. 사고 직전에 라디오를 통해서 들었던 음악의 가사와 오빠와 나누었던 대화의 시점까지 모두 기억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여동생, 사고후 목격자에 의해서 촬영된 캠코더의 영상에 남아 있는 신호등 색깔. 그속에 함께 남아 있는 건물의 시간. 이것을 가지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별하여야 한다. 여동생의 기적의 힘과 같은 장님 특유의 소리에 대한 감각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누구도 장담하지 마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니까.
왜, 교통경찰 지나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분리대 : 앞차가 급정거와 함께 중앙분리대를 박고 마주오던 차와 충돌했다. 사고후 쏜살같이 앞을 빠져 나가던 차를 목격한 뒷차의 운전자. 앞차는 운송차였고, 자세한 상황판단은 힘들었지만 사망자의 아내는 자신의 끈질긴 추적과 고등학교 시절의 교칙위반이라는 억울한 경우를 당했던 것과 자신의 남편의 사망이 같은 이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교통법규의 모순을 이용하여 가해자는 아무런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없다. 피해자의 부인인 '스기누 마아야코'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위험한 초보운전: 골목길에서 앞차가 '초보운전'이라고 속력을 내면서 겁을 준 뒷차 운전자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처리도 없이 가버린 가해자. 피해자는 '단기 기억상실'이란다. 초보 운전자를 놀린 죄, 사고를 방치한 채 내뺀 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 불법주차 : 눈이 펑펑 내린 날, 골목길에 불법주차를 했다. 다음날 보니 누군가 차를 긁어 놨다. 그런데, 며칠후 자신이 한 행동이라면서 순순히 나타난 가해자.
"아싸" 피해부분이 아닌 부분까지 이 기회에 수리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꾸 친절을 베푼다. 과연 " 아싸" 하고 소리질렀어야 할까? 당신이 한 불법주차로 인해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때론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해 보았는가?
★ 버리지 마세요 : 차창밖으로 던진 쓰레기, 그것이 흉기가 될 수도 있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캔커피를 창밖으로 던져서 결혼을 앞둔 여자가 한쪽 눈이 실명이 되었다. 가해 차량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하얀색 볼보, 뒤에 유리창에 작은 가스등, 그 차가 지나갔던 그 길.... 이들에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 거울속으로: 자동차와 자전거의 충돌사건, 그 차에는 올림픽을 앞둔 유명한 마라톤 선수였던 코치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순순히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다. 왜?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과의 연관성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눈에 교통사고 현장이 발견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작품들에는 작가의 재치가 넘쳐 흐른다. 반전의 묘미, 그가 '10년만의 후기'에서 썼듯이 이 작품들을 쓸 당시에 꼼꼼하게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한 작품에 들인 뜨거운 열정은 그 어떤 때와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자만심은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재치 넘치는 작품 구성과 작품 내용은 자만심이 들어가지 않은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만큼 재미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