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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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많이 망설여지는 소설이다. '사라 에림리 미아노'의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장르에서 생각하는 장편소설을 생각한다면 읽는데 많은 혼란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지금까지 보았던 장편소설의 구성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많은 혼란을 거듭하면서 읽어야만 했다. 특히, 출판사 소개글과 추천글을 먼저 읽고 접했기에 그런 혼돈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눈과 관련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접한다면 독자들은 나처럼 좀 어리둥절하고 이 책속에 나오는 '눈'에 대한 백과사전적 의미들과 여기 저기에서 발췌된 내용의 글들의 연관성을 찾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는 1974년, 뉴욕 버팔로 출생이다. 2002년 첫 장편소설인 '눈에 대한 백과사전'의 발표로 '에즈라 파운드', 'T.S. 엘리웃'등과 같은 포스트 모던 계열의 작가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또한 두번 째 작품인 '렘브란트 반 라인'이라는 작품은 '눈에 대한 백과사전'보다 더 일찍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포스트 모던'계열의 문학작품이라는 사실이다.

혁신적이었으나 다소 보수적인 성향으로 대중과 유리되었던 모더니즘에서 탈피하여 20세기 후반에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을 되찾고 다양성, 대중성을 중시하는 경향의 사조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에서는 기존의 소설 형태를 부정하는 앙티로망(반소설)이 나왔고, 작품 속의 주요인물이 히어로(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안티히어로가 되는 경향을 보였다. -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에 대한 설명(인터넷 검색 내용을 요약)
'포스트모더이즘 문학'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그 소설을 읽어나가야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2000년 12월 12일. 폭설로 인해 고립된 뉴욕 버펄로 시 곳곳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현장에서는 A부터 Z까지 알파벳순으로 눈에 대한 표제어들이 가득 수록된 노트 한 권이 발견된다. 백과사전식 노트의 내용은 Angel(천사), Blindness(설맹雪盲), Crystal(결정) 등 눈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레 연상되는 단어들로 시작해 눈에 대한 과학적인 정의, 시詩, 희곡, 역사적인 명제나 고전에서 발췌한 눈에 관한 이야기, 환상과 신화까지를 넘나들고 있다.
그저 누군가 눈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진 사람의 조금은 특별한 작업으로 여겨졌을 법한 이 노트는, 한 눈 밝은 작가이자 편집자의 손에 쥐어지면서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차가운 눈에 빗댄 이 위대한 저술은 실은 노트의 주인이 차마 생전에 고백할 수 없었던 뜨겁고 절절한 사랑의 기록인 것이다.
작가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가 사라진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의 목적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동시에 눈처럼 희고 깨끗하며 순수한, 가슴 먹먹한 사랑의 연대기로 읽을 수 있는 매우 독특하고 실험적인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중에서)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출판사 리뷰를 인용했다. 이처럼 폭설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남자의 노트에 쓰여진 글들은 우리가 백과사전을 찾을 때처럼 알파벳 순으로 나열되어았다. A부터 z 까지, 모두 눈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사전의 의미를 찾아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어쩌면 그 중에는 "왜 눈과 관련이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이 단어들과 얽힌 글은 출판사 리뷰에서처럼 '시, 노래, 전설, 연극 대본, 여러 문학작품인 고전들의 어느 한 부분을 발췌한 내용들, 크리스마스 시즌에 장식을 위한 게획, 성서의 내용, 주고 받은 편지글, 일기형식의 글.... 가장 이색적인 것은 사자(死者)검증조서도 있다.
그리고, 발췌한 문장의 끝에는 그 작품과 관련되어서 참조할 페이지가 기록되어 있고, 참조 페이지를 따라 가서 그 글의 내용에 관한 설명이나 작가의 설명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참고 문헌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네와 같은 미술가에서부터 엘리웃, 입센, 야훼.... 그리고 살인자까지 등장한다. 다소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한 눈 밝은 작가이자 편집자의 손에 쥐어지면서 조금은 다른 의밀를 가지게 된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백과사전의 어떤 부분을 써놓은 것같은 내용에서 눈과 관련이 있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찾아 낸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작가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가 본인을 교통사고에서 사라진 작가로 설정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바로 아래와 같은 버팔로 경찰서의 사람 찾는 광고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나온 노트의 단어들을 읽어가면서 그곳에서 독자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2월 27일
사랑하는 M
당신과 나는 얼음과 불입니다. 얼음은 환한 불꽃에 비쳐질 때 가장 멋지며, 불은 얼음의 렌즈에 반사될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으면 불은 얼음을 녹이고, 그다음 물은 필연적으로 불꽃을 꺼뜨리고 맙니다. 상호 아름다움에서부터 상호 파괴성이 자라납니다. 고의적이지도 계획적이지도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왜 시계는 거꾸로 돌지 못하며 왜 미칠듯한 열망은 계속되지 못할까요? 왜 우리는 꼭 어른이 되어야 할까요? 석양이 헌드레드 에이커숲을 부드럽게 넘어갈 때 그저 당신과 나, 티거와 푸우만 있는게 더 멋지지 않을까요? 왜 당신은 그렇게도 오만해야 합니까?     버터플라이
   (P108)


7월 7일
친애하는 버터플라이
당신이 허락하든 말든. 나는 다정하면서도 불안정한 당신에게 내 행복과 당신의 행복 모두를 맡기겠습니다. 당신이 내 마음을 모른척하며 호응해주지 않아도, 나는 당신과 내가 함께 창조할 수도 있었던 인생을 반영하는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을 홀로 만들겁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신과 함께 그 작품을 창조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이 당신을 돌아오게 하는 것은 물론 받기 어려운 기적을 통해서 우리의 사랑을 이루리라 믿습니다.   모스
  (P123~124)


엄마는 내게 너무 많은 걸 털어놓았다. 엄마가 그녀만의 작은 세계로 나를 들어오게 허락한 지금, 나는 깨달았다.  엄마와 내가 손을 뻗어 그 모든 세월을 껴안음으로써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나는 그 진실을 일별한 다음 닫혀 있는 또 다른 문의 뒤편을 알게 되었다. 엄마의 가슴 속 깊은 어딘가에 숨겨진 그 문에는 내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누구에게도 말해지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우루)를 보라.       M 구에리리, 로드아일랜드
(P342참조)     (P324~325)

바로 포스트모던 계열의 문학은 이렇게 어떤 이야기 내용이나 결말을 보여주기 보다는 미완의 이야기에서 독자들 스스로 결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한 편의 장편소설이라기 보다는 눈과 관련이 있는 짧은 글들의 모음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모음들속에서 백과사전적 지식도 덩달아 얻어 가면서....
한 번의 읽기로는 좀처럼 이야기의 가닥이 잡히지가 않아서 끝까지 읽은 후에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차근차근 다시 한 번 읽어 나가는 것이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이 쏟아지는 책들의 홍수속에서 조금은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실험적 소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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