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많이 망설여지는 소설이다. '사라 에림리 미아노'의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기존의 장르에서 생각하는 장편소설을 생각한다면 읽는데 많은 혼란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지금까지 보았던 장편소설의 구성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많은 혼란을 거듭하면서 읽어야만 했다. 특히, 출판사 소개글과 추천글을 먼저 읽고 접했기에 그런 혼돈이 더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눈과 관련된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접한다면 독자들은 나처럼 좀 어리둥절하고 이 책속에 나오는 '눈'에 대한 백과사전적 의미들과 여기 저기에서 발췌된 내용의 글들의 연관성을 찾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일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는 1974년, 뉴욕 버팔로 출생이다. 2002년 첫 장편소설인 '눈에 대한 백과사전'의 발표로 '에즈라 파운드', 'T.S. 엘리웃'등과 같은 포스트 모던 계열의 작가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또한 두번 째 작품인 '렘브란트 반 라인'이라는 작품은 '눈에 대한 백과사전'보다 더 일찍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포스트 모던'계열의 문학작품이라는 사실이다.
'포스트모더이즘 문학'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그 소설을 읽어나가야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출판사 리뷰를 인용했다. 이처럼 폭설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남자의 노트에 쓰여진 글들은 우리가 백과사전을 찾을 때처럼 알파벳 순으로 나열되어았다. A부터 z 까지, 모두 눈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사전의 의미를 찾아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어쩌면 그 중에는 "왜 눈과 관련이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이 단어들과 얽힌 글은 출판사 리뷰에서처럼 '시, 노래, 전설, 연극 대본, 여러 문학작품인 고전들의 어느 한 부분을 발췌한 내용들, 크리스마스 시즌에 장식을 위한 게획, 성서의 내용, 주고 받은 편지글, 일기형식의 글.... 가장 이색적인 것은 사자(死者)검증조서도 있다.
그리고, 발췌한 문장의 끝에는 그 작품과 관련되어서 참조할 페이지가 기록되어 있고, 참조 페이지를 따라 가서 그 글의 내용에 관한 설명이나 작가의 설명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참고 문헌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네와 같은 미술가에서부터 엘리웃, 입센, 야훼.... 그리고 살인자까지 등장한다. 다소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한 눈 밝은 작가이자 편집자의 손에 쥐어지면서 조금은 다른 의밀를 가지게 된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백과사전의 어떤 부분을 써놓은 것같은 내용에서 눈과 관련이 있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찾아 낸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작가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가 본인을 교통사고에서 사라진 작가로 설정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바로 아래와 같은 버팔로 경찰서의 사람 찾는 광고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나온 노트의 단어들을 읽어가면서 그곳에서 독자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포스트모던 계열의 문학은 이렇게 어떤 이야기 내용이나 결말을 보여주기 보다는 미완의 이야기에서 독자들 스스로 결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한 편의 장편소설이라기 보다는 눈과 관련이 있는 짧은 글들의 모음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모음들속에서 백과사전적 지식도 덩달아 얻어 가면서....
한 번의 읽기로는 좀처럼 이야기의 가닥이 잡히지가 않아서 끝까지 읽은 후에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차근차근 다시 한 번 읽어 나가는 것이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이 쏟아지는 책들의 홍수속에서 조금은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실험적 소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