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남긴 한 마디 - 아지즈 네신의 삐뚜름한 세상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9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이종균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터키의 작가는 우리들에게는 좀 생소한 느낌이 든다. 몇 년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의 '검은 책' '내이름은 빨강','이스탄불'등이 우리에게 낯익은 작품들일 것이다. 그런데, '아지즈 네신'은 1915년생으로 터키 출신의 작가이다. 1972년에는 고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위해서 '네신 재단'을 설립하여 죽은 후에도 자신의 인세가 재단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런 '아지즈 네신'의 소설의 성향은 사회풍자 소설과 콩트인데, 짧막한 글속에는 인간의 허황된 욕망이나, 결함,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부패 등이 날카로운 필치로 쓰여져 있다. 마치 이솝우화를 읽는 것처럼 동물과의 대화와 교감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인간에게 따끔한 질책을 날리는 솜씨가 제법 매섭게 느껴지는 것이 그의 풍자 소설들의 특징이다.



이 책은 1958년에 터키에서 처음 출간이 된 후에 벌써 오십 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터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세월의 흐름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권위 의식, 위선, 모순, 부정, 부패, 폭력 등을 향해서 작가가 터뜨리는 펀치라고 생각되기 때문인 것이다.

네신은 살아 생전에 부당한 현실과 맞닥뜨릴 때마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참여의 방식으로 풍자를 선택했다. 풍자는 인간이 지녀야 할 살갑고도 무거운 웃음이며, 부드럽고 인간적인 비판이다.(옮긴이의 글중에서)

 이 책은 15꼭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이솝우화처럼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인간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게 되는 것이다. 내용이 아주 쉽게 쓰여져서 구태여 풍자의 탈을 썼다고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해석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그런 짧막한 글들의 모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까마귀가 파다샤(이슬람국가의 군주)를 뽑는다면, 그것도 파다샤가 될 사람의 머리위에 까마귀가 똥을 싸야지 그 사람이 파다샤가 될 수 있다면.... (까마귀가 뽑은 파다샤) , 왕과 빈대 가장 살찐 사람이 왕이 될 수 있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곳의 빈대가 마른 사람에게 속삭인다. 나를 살찌게 해주면 당신도 살찌게 해 주겠다고, 그 꼬임에 속아서 빈대를 이 집 저 집 살찐 사람에게 이동시켜 주고, 빈대는 피둥 피둥 살이 찌고, 빈대를 피해서 피신해 가는 집에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은 들어가서 그 집안의 음식들로 배를 채우는 식의 행동이 계속되고, 급기야는 빈대는 너무 살이 찌고, 그덕에 왕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엔 빈대의 밥이 되고 만다는.... 권력을 쫓아 가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인간의 심리가 펼쳐지고, 결국에는 파멸로 끝을 맺는다.

 
'늑대가 된 아기 양'이야기도 참 많은 것을 시사한다.순한 양과 양을 지키는 개와 함깨 사는 양치기 이야기이다. 양치기는 철심이 박힌 몽둥이를 가지고 다니면서 양에게 양젖을 짜고, 털을 깎고,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먹는 등 양에게서 뺏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뺏기에 광분해 있다. 이런 고통에 시달리던 양들은 차츰 줄어 들게 되고, 그러자 어린 양에게 양젖을 짜기 위해서 쫓아 다니자, 어린양은 자신은 아직 너무 어려서 젖을 짤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양치기는 계속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양을 괴롭힌다. 이를 피하기 위해 도망다니다 보니 양의 다리는 길어지고 발톱은 날카로워지고, 이빨도 날카로워지게 되었다. 살아 남기 위한 수단이라고나 할까.그러던 어느날, 모든 양들과 양치기 개는 어린양에게 물려 죽게 되고, 양치기가 어린양에게 다가외니 어린양은 말한다. '나는 어린양이 아니야. 나는 너때문에 늑대가 되었어.'라고... 국민들도 부당한 정책이나 폭력, 고통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떤 분노의 표출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까?

 
'스타를 닮은 원숭이'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좋은 이야기일 것이다. 외모와 유행을 따라가는, 자신의 취향과는 관계없이 흉내만 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라고 경고하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 책의 표제이기도 한 '개가 남긴 한 마디'는 풍자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야기 일 것이다.
'카슴'은 동물은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카라바쉬'라는 14살 먹은 개였다. 가족도, 친구도 없던 '카슴'은 '카라바쉬'가 죽자, 성대한 장례식을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사를 하여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고 이맘(이슬람 예배 지도자)에게 이야기하고 좋은 관을 준비하여 장례를 치루던 중에 관의 옹기진 부분에 개꼬리가 나온 것을 본 사람들에게 관에 든 것이 아이가 아닌 개라는 것을 들키게 되고, 이곳의 관습에 맞지 않는 개의 장례식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된다. '카슴'은 여러 이야기로 변명을 한다. 이 개는 충견입니다. 라마단도 지켰습니다. 선행을 많이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했습니다. 기부도 했습니다. 신학교에 양탄자도 선물했습니다..... 재판장은 당신 미쳤소, 어떻게 개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이요?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카슴'은 재판장에게 말한다. 그런데 이 개가 죽기 전에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허리춤에서 쌈지를 꺼내면서 재판장님게 금화 오백 냥을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재판장을 눈물을 글썽이면서 신의 이름으로 개의 명복을 빌어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쯤되면 풍자 소설의 백미라고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이라면 물, 불을 가리지 않고 부조리를 눈감아 주기도 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 권력자들의 행태에 이야기인 것이다.



독자들은 이런 네신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말도 안되는 엉뚱하고 엉터리 같은 설정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게 되면 씁쓸한 웃음을 짓게도 되고, 때론 통쾌한 웃음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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