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양장) -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혼마 야스코 지음, 이훈 옮김 / 역사공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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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책 중에 '권비영'의 소설인 '덕혜옹주'가 있다. 이 책보다 조금 빨리 출간된 동명의 책인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는 소설이 아닌 역사 문화 부문에 속하는 책이다. '혼마 야스코'는 일본의 여성사 연구가이며 캇스이 여자대학 문학부 일본 문학과에서 전임강사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덕혜옹주'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은 일본인과 한국인에게는 어쩌면 껄끄러운 주제인데, 일본인이 이에 대한 생각을 담아 냈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되기도 하는 점이다.






'혼마 야스코'는 일본이 '덕혜옹주'라는 '개인'을 통해 한민족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말살하려고 했는지 그것도 '덕혜옹주'가 여자였기 때문에 왕자들보다도 유린의 강도가 훨씬 강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p10) 고  옮긴이는 말하고 있다.
언젠가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덕혜옹주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있으나 '혼마 야스코'의 '덕혜옹주'는 그 책에서 느꼈던 것과는 좀더 다른 시각으로 '덕혜옹주'에 관한 이야기를 끌어 나가고 있다.

 
고종이 환갑 나이에 얻은 금지옥엽 사랑스럽던 '덕혜옹주'는 멸망해가는 나라앞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한 수 있는 것마저도 빼앗긴채 일본의 강압에 의해 일본으로 가야만 했고, 그이후에는 대마도 번주의 자손인 소 타케유키와의 정략 결혼을 해야만 했다.
덕혜의 삶은 국가와 권력앞에 희생양일 수 밖에 없었으며, 그로 인해 정신병에 시달리면서 그 긴 세월을 정신병원에 갇혀서 살아야 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특이한 점은 그동안 우리들은 덕혜옹주의 이야기에만 촛점을 맞추어서 생각했었는데, '혼마 야스코'는 덕혜의 남편이었던 소 타케유키의 이야기에도 촛점을 맞추고 있다.
소 타케유키는 죽을 때까지도 덕혜옹주와 그 사이에서 태어났던 마사에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었는데, 뜻밖에도 그는 시, 문학, 영문학 등에 조예가 깊어서 교수직에 있었기에 그가 남긴 시를 통해서 소 타케유키의 정신 세계와 덕혜옹주와 딸인 마사에에 관한 글들이 여기저기에 실려 있어서 그것을 통해서 덕혜와 마사에와의 생활을 분석해 보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1장 : 덕혜옹주의 성장과정
2장: 소 타케유키의 입장에서 그의 성장과정
3장~4장 : 두 사람의 만남과 이혼의 복잡한 상황과 배경
5장 : 덕혜옹주가 고국에 돌아와서의 생활



작가는 이 글을 쓰기 위해서 1994년 여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덕수궁, 창덕궁, 낙선재 등을 둘러보고 한국 복식사의 대가이셨던 석주선 선생님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소 타케유키의 일생을 더듬어 보기 위해서 대마도 등을 방문한다. 그리고 소 타케유키의 시집인 '해향'의 시들을 통해서 덕혜옹주와 마사에에 관한 글들도 찾아 본다. 그밖에도 조선왕조실록과 각 일간지의 덕혜옹주에 관한 내용의 조사 등도 계속하면서 덕혜옹주와 소 타케유키의 이야기를 찾아 본다.
작가가 많은 자료수집과 현지답사 등을 거쳐서 찾아낸 내용중의 중요한 관점은 '덕혜옹주'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일본의 식민지 정책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한국병합이 이토히로부미의 협박외교였음을 자인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과 다른 시각에서 덕혜옹주를 바라보는 것은 그녀의 정신병력에 관한 것인데, 작가는 이미 덕혜옹주의 어머니인 양귀인의 사망이후에 정신병 증세가 있었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소타케유키와의 결혼후에 그의 냉담함때문에 정신병이 걸렸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여러 책들과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밝히고 있다. 또한, 소 타케유키가 덕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도 잘못된 편견임을 그의 시에 나타난 아내에 대한 시어들을 통해서 해명하기도 한다.

  (어려운 용어는 분홍색 칸속에 설명을 따로 적어 두고 있다.)
 


(소 타케유키의 詩 내용을 통해서 덕혜옹주와 딸 '마사에'에 관하여 알아봄)
 
그러나, 그것은 작가가 일본인이기에 그렇게 해명하고 나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詩라는 것은 얼마든지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미화되어서 써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소 타케유키가 덕혜옹주에게 심한 행동과 냉담한 반응을 보였을지라도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를 쓸 때는 아내에 관한 이야기가 얼마든지 부드럽고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혜옹주의 삶은 조선왕조의 멸망과 함께 질곡의 세월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어릴적의 몇 년을 제외하고는 힘겹고 외로운 생활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친지라고는 영친왕부부 밖에 없는 이국 땅에서 그녀의 설움은 너무도 컸을 것이다.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는 살 수 없는 세월이었을테니까. 그녀가 정신줄을 놓아 버린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덕혜옹주의 비극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인 마사에 역시 신경쇠약으로 어느날 자살을 한다는 유서를 남겨 놓고 가출한 후에 소식조차 없으니 말이다. 그때는 이미 덕혜옹주가 정신병원에 있었을 당시이기에 그런 슬픔을 몸소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본 여성학자에 의해서 쓰여진 우리의 마지막 왕조의 희생양인 덕혜옹주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소설가가 묘사한 덕헤옹주의 이야기는 어떻게 쓰여졌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권비영'의 '덕혜옹주'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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