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일의 겨울 사거리의 거북이 10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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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하면 가까운 듯하면서도 먼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처럼 많은 사람들이 가 보지도 않았고, 문명이 발달하지도 않은 추운 느낌의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게르', '양' '초원' 이 정도의 상식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153일의 겨울'은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 감동깊은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파리 출신의 '자비에 로랑 쁘띠'이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미지의 세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삶을 상상했단다.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우리와 멀리 떨어져 거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만들어 내곤 했는데, 그것은 독서란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 역시 우리들이 상상으로 만 꿈꾸었던 곳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콰투루우'에 살고 있는 갈샨은 엄마 다알라가 몇 번의 유산끝에 임신한 아이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수천 킬로 떨어진 할아버지가 계신 '차궁'으로 떠나게 된다. '이콰투루우'가 아파트도 있고, 개발이 한창인 곳이라면 '차궁'은 넓은 초원위에 게르만이 우뚝 솟아 있는 오지인 것이다. 그곳에는 20여개의 게르가 있었지만, 지금은 할아버지인 바이타르의 게르만이 있는 곳이다. 문명의 발달에 눈을 돌리지 않고, 넓은 광야에서 양떼를 키우면서 검독수리를 길들이면서 고집스럽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고독한 늙은이이다. 갈샨은 그동안 할아버지를 몇 번 보지도 않았으며, '차궁'에 가서 153일동안 살아야 한다는 것이 못내 마땅치 않아서 안가겠다고 발버둥을 치지만 허사이다. 갈샨은 바이타르에 대해 '나는 당신이 싫어 미친 늙은이 같으니라고!'(p35) 라고 거침없이 외칠 정도로 정이 안 가는 할아버지이다.
언덕위에서 보이는 것은 풀, 바위, 하늘뿐, 반대편은 절벽에 가까운 위험한 너설언덕...  할아버지 바이타르는 손녀 갈샨에게 말을 타게 하는데, 아흐레만에 할아버지를 이길 수 있는 실력이 된다. 할아버지가 길들이는 검독수리. 바이타르는 손녀의 검독수리 길들이는 능력을 인정해서 새로운 검독수리를 구해주고 길들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름은 '쿠다야(하늘)어르신'
'갈샨은 검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창공 높이 떠 계곡과 산을 내려다 보고, 숲과 계곡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움직임까지 살핀다.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침대에 누워 배에 손을 얹고 태동을 느끼거나, 책을 읽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p63~64) 할아버지로부터 검독수리 길들이기를 배우기 시작하던 날 갈샨은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아타스(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저녁에는 할아버지에게 '노인과 바다'를 읽어 드린다.
이렇게 할아버지와 손녀는 양떼를 몰고, 검독수리를 길들여 가면서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배워 나간다. 학교 공부보다 더 값진 삶의 지혜를 자연을 통해서, 검독수리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할아버지는 넓은 광야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후변화까지도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혜안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 불어닫친 눈폭풍속에서 할아버지는 손녀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양떼들과 말을 지키기 위해서 사투를 벌인다.
눈폭풍에, 그리고 먹이에 굷주린 늑대의 습격으로 부터 양떼를 지키기 위한 할아버지가 위기에 봉착하고, 손녀는 할아버지를 지키기위해 갖은 고생을 다한다.
'엉덩이를 땅에 붙이면 죽는 땅, 두 발로 서 있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 가혹한 땅'
153일의 추운 겨울날,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면서 할아버지를 지키는, 그리고 손녀를 지키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계속 전개된다.
이 와중에 검독수리는 꿩 사냥을 하여 갈샨의 발밑에 먹이감을 떨어뜨려주는 행동까지 한다. 길들여진 검독수리의 은혜갚음이라고 해야 할까.
절망과 힘겨움만이 남아 있는 그곳에도 겨울은 지나고 봄이 온다. 얼음이 녹아 한 방울, 한 방울 물이 떨어지는 모습....
갈샨에게는 '차궁'의 생활이 거칠고 힘든 야생의 삶이지만 대자연의 삶의 경이로움과 삶의 지혜와 행복은 그 어떤 곳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값진 것이다.
엄마의 출산으로 갈샨의 153일이 아닌 151일의 광야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할아버지는 여전히 고집스럽게 광야를 떠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양떼를 돌보는 일에 행복을 느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코맥 매카시의 '로드'가 생각났다. 대재앙으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곳에서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남쪽을 향해서 한없이 걸어가던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로드'의 배경이라면 '153일의 겨울'은 몽골의 광야에 우뚝 솟은 한 채의 게르, 그리고 자연속에서 할아버지와 손녀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길들여지는 과정과 눈폭풍속에서의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나가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읽어주는 '노인과 바다'가 할아버지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더군다나 작품의 글들의 묘사가 너무도 세밀하여서 마치 몽골의 광야에 내가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고도 생동감이 있게 쓰여 졌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의 학생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읽기에 좋은 작품이기에 부모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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