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이란 삶의 활력소같은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풍물에 대한 호기심이 여행후의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래서 여행은 돌아보는 비행기속에서부터 다시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많다면, 길위를 떠돌면서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다녀도 좋으련만....
우리의 현실을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증으로 여행 관련 서적을 열심히 탐독한다. 여행 정보도 좋고, 여행 에세이도 좋고, 그냥 여행지에서의 단상들을 적은 책들도 좋고, 여행이란 단어만으로도 가슴은 벌써 설레이니까....
그런데, '공정여행'이란 말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궁금증? 그것에 관한 모든 정보와 이야기가 담긴 책이 바로 '희망을 여행하라'이다.
이 책의 두 저자가 꿈꿔온 여행인 '새로운 여행'은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배우며, 그 만남과 머무는 시간이 공동체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말한다. 그런데, 카트만두 수닐의 어느 사무실에서 '공정 여행'을 만나게 된다. 그녀들이 꿈꾸던 '새로운 여행'이 바로 '공정 여행'인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피할 수도, 눈 감을 수도 없는 어둡고 차가운 관광의 현실을 고스란히 마주친 경험들이 그녀들에게 '새로운 여행'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희망을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2007년 세계 관광인구는 9억명, 세계 관광 수입은 8560억 달러라고 한다. 그런데, 아름다운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이 비용이 현지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았다면, '공정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발리의 아름다운 리조트바깥쪽의 인도네시아인, 보라카이 호텔 근처의 구걸하는 아이들, 카트만두의 맨발의 포터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어마어마한 여행 경비는 어디로 가는 것이며, 왜 그래야만 하는가를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발리, 몰디브 등이 아름다운 풍광을 세계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관광지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이 곳의 원주민들은 많은 혜택을 받으리라는 생각에서 자신들의 땅을 기꺼이 호텔, 골프장, 리조트 건설에 내놓았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아주 적은 일당을 받고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 뿐이었다. 이것도 재수가 좋아야 얻을 수 있는 직업이었다. 더군다나, 주민들이 해변가를 돌아다닐 수 도 없단다. 풍광이 좋은 해변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는 쫓겨나기 마련인데, 이곳은 원주민들의 공간이 아닌, 관광객들을 위한 곳이며, 관광객들은 원주민들과 함께 이곳을 공유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트래킹에서도 이런 경우를 찾아 볼 수 있다. 트래킹을 쉽게 하기 위해서 이곳에는 포터들이 대기를 하고, 관광객들의 짐을 지고 힘겨운 산행을 같이 한다. 이들이 지고 가는 짐의 무게는 평균 50kg이상이다. 유럽인 3명의 짐을 이고 등산화나 등산복도 없이 샌들이나 맨발로 험한 산 길을 오르내린다. 하루 6달러를 벌기 위해서..... 그런데, 6달러도 포터들의 식사, 숙소비 등을 빼고 나면 얼마가 남을 까?  고산병에 시달리던 포터들이 홀로 일당만 챙겨서 내려오다가 죽는 경우도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도, 이들은 묵묵히 이 일을 한다. 왜? 이곳에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대기하는 포터들이 10만 명이나 된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열 살 가량의 어린이들이 유럽인이나 동양인들의 성매매 대상이 된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들일 것이다.
케냐의 호텔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200원이고 그들의 70%는 임시직이다.
태국의 코끼리쇼를 위해서 학대당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까지....
참으로 밝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그냥 덮어둘 수는 없는 여행으로 인한 많은 불공정한 사실들을 바로 잡아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저자들은 이 책에 여행 중에 그들이 만났던 그늘 속의 '희망'에 대해서 쓰고 있다. 2007년 티베트의 봄에서 2009년 팔레스타인의 봄까지를, 여행과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의 장으로 나누어 쓰고 있다.
'공정 여행'에 대한 관심은 이제 새롭게 부각이 되고 있으며,
네팔의 카트만두에서는 포터들을 짐나르는 도구가 아닌 여행객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으며, 포터에 대한 교육으로 권리 주장도 이루어 지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긴급 구호소, 국제포터연합, 의류은행(관광객들이 그들의 필요없는 의류, 텐트, 등산화 등을 이곳에 맡기면 포터들에게 대여해 주는 곳) 등이 생기고 있다. 호텔 노동자들도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들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지금 소개하는 내용은 아주 작은 부분들이고, 세계적인 움직임으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여행에 대한 새로운 인식도 생기고 있다.
이 책에는 공정 여행 tip 이라는 내용이 따로 삽입되어서 '공정 여행'을 할 수 있는 가이드나 포터, 호텔등의 위치도 지도로 첨부되어 있고, 가고자 하는 곳에 관한  '공정여행 루트'까지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그야말로 '공정여행 가이드 북'인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 여행지에서 마주친 어두운 여행에 대한 기억들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고 새로운 여행관을 정립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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