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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5년 여름부터 2006년 가을에 걸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회고록 형식으로 쓴 책이다. 이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연대별로 나누어서 하나의 테마 (달리기)를 주제로 25년(2006년 기준)남짓한 기간동안 소설가로서 또 한사람의 '어디에나 있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작가 자신이 이야기한다.
그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정확하게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반 전후라고 한다. 야구장의 맑게 갠 하늘과 녹색의 잔디위에서 야구배트의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 달리기를 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듬해인 1979년 문예지 신인상에 당선이 되면서 그당시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작가의 길로 접어 들게 되었는데, 오늘날의 성공을 그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 두가지의 마음의 결정은 유사한 관계를 갖게 된다. 본격적으로 매일 달리기를 하여 체중조절을 하게 되고, 전업 소설가ㅡ 특히 장편소설을 쓰기위해서는-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확고한 의지와 건강이 필수 조건이었기때문이다.

그리고, 달리기의 장점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은 때, 자신이 하고싶은 만큼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나, 그는 독자들에게 달리기를 권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독자들이 필요에 의해서 하게 되면 좋은 현상이며, 각자의 마음에서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을 때에 가능하다고 한다.
33살에 '러너'라는 생활을 시작한 것이나, 30살이후에 늦깎이 소설가로 본격적인 출발을 한 것이나 그에게는 달리기와 소설가가 운명적으로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소설을 쓰는 일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고, 매일 매일 달리면서 목표 달성의 기준치를 높여가는 과정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매일 달리기를, 그리고는 점점 달리는 시간과 거리늘리기, 마라톤에 도전을 하게 되고 처음의 마라톤을 실패로 끝난다. 그것은 연습부족이었고, 거기에서 그는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된다.
마라토너들은 '이번에는 이 정도 시간으로 달리자'에서 시간안에 도착하게 되면 '뭐가를 달성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세상의 일에서 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라톤에서 실패한 것은 지는 일이고, 지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는 일은 용납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의 실패에서 뭔가를 배워서 다음 기회에 그 교훈을 살리고 싶다."
그후에 원고 청탁으로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의 진짜 마라톤의 길의 완주에 나서게 되는데 1983년 여름의 일이다.
오리지널 마라톤 코스에서의 완주는 여름의 지중해의 뜨거운 날씨와 교통지옥, 갈증으로 힘들었지만 3시간 51분이라는 기록과 함께 완주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매년 1번씩 마라톤 풀코스 도전....

이런 달리기는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는 아주 소중한 일들이다. 소설가는 재능, 집중, 지속력이 중요한데, 이런 모든 것을 달리기를 통해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소설쓰기의 많은 구상을 달리면서 매일 아침 길위에서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키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울트라 마라톤 100km에 도전한다. 실제 마라톤 거리의 2배이상에...

이 과정에서 도중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들 레이스였지만, 75km부터 탄력을 받아서 11시간 42분만에 완주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이후에 '러버스 블루'가 온다. 그것은 마라톤후의 후유증인데 다리고 싶다는 의욕에 명확성이 상실되면서 슬럼프를 겪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후유증에서 벗어나 사이클경기에까지 도전하고 있으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전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궁금해진다.
지금은 또한 마라톤이나 사이클 경주를 하기에는 적지 않은 연세인데도.....

내가 그동안에 느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단한 듯하면서도 꽉 찬 느낌의 인상이 매일 달리기, 마라톤 도전과 같은 그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1Q84'와 같은 대작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소설쓰기와 마라톤의 단련은 아직도 하루키의 삶의 중심이 되고, 해마다 마라톤 도전과 좋은 작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평소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비하면 너무도 얇은 책이지만,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새로운 하루키의 모습과 그의 끊이지 않는 도전 정신과 자기 관리에 머리가 숙여지는 존경심이 생긴다.
나약해지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가를, 그리고 실천의 지표로 왜 필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