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김경욱'이라는 소설가를 '위험한 독서'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의 학벌이 그 사람의 전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울대 영문과 출신에 동대학원 국문학 박사란다. 대단히 좋은 머리를 가진 소설가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1993년에 만22세로 등단하여 17년동안, 4권의 단편집과 4권의 소설을 발표했고, '위험한 독서'는 벌써 9권째의 책이라고 한다.
소설을 쓰게 된 계기도 실연의 상처때문이었다고 하니 두루 두루 색다른 이력이다.
작가가 등단을 한 1990년대는 198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우리나라의 냉전적 정치상황과 1998년 이후의 탈냉전적 문화적 상황사이에서의 과도기적인 존재의 시기라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김경욱이 보여주는 소설은 대중문화로 표상되는 문화적 저항의 몸짓같은 것이란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특히 이 소설의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와 '천년 여왕'에서 잘 나타나는데 작가가 읽은 독서량이 엄청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마다 적절한 표현의 소설명이나 소설의 구절이 범람(?)할 정도로 많이 인용된다.
특히, 독서치료사자 화자인 '위험한 독서'의 경우에는 자신의 고객들을 보면서 상대의 독서패턴까지 읽는 것을 보고 너무 독자들의 생각을 잘 읽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글에 보면, 글이 써지지 않아서 안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만 하고 있을 수도 없어서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그의 엄청난 독서량이 좋은 글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한다.
문학평론가의 평을 보면, "김경욱은 '진화하는 소설기계'라는 표현을 썼는데, 지난 세월동안 독창성에 대한 추구를 유보함으로써 기계의 길에 들어섰지만, 그것이 진정한 독창성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작가는 엄청난 독서와 엄청난 양의 글을 썼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편소설과 달리 단편소설은 책의 뒷편에 실린 평론가의 글을 읽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내가 이해한 소설과 평론가의 해설을 비교해 보면서 독자들의 글읽기가 향상될 수도 있기에 나는 꼭 해설을 참조한다.
'위험한 독서'에는 8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위험한 독서','천년 여왕'은 독서치료사와 고객의 만남, 책을 집필하기위해 귀농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어느순간에 지구인이 아닌 천년전의 세상에서온 여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독특한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은 맥도날드에 테러라도 일어날 듯 난리를 떨지만 헤프닝으로 끝나는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도 한 번쯤은 궁금했던 어릴적에 영재의 뒷이야기,첫사랑의 남녀가 만남이 아닌 비껴가면서 각자의 존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 같은 생각에 잠길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발상들이 소설이 된다.
단편 8편을 읽으면서 신선하고 독특한 느낌의 소설들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흔히 스쳐갈 수 있는 주제가 소설로 쓰여져서 재미있다.
단편소설은 줄거리보다는 짧은 글들을 읽다가 마지막에 반전과 같은 한 장면이나 대사 한 마디가 더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껴본다.
앞으로 '김경욱' 작가의 작품들을 더 많이 읽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