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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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제목이라고 한다.

이 시의 요약하면'내가 가장 예뻤을 때 불행했고, 외로웠고,멋부릴 기회를 잃어버렸지만 생각하지도 않았던 파란하늘을 보고 미국의 달콤한 재즈 음악을 즐길 수 있었고, 그래서 시인은 나이가 들면 아름다운 그림을 많이 그린 루오 할아버지처럼 될 수 있는 한 오래 살자'는 그런 시라고 한다.
작가는 이 시를 읽는 순간 '내가 가장 예뻤던 때'가 떠 올랐고, 그때는 스무살 때로 아주 쓸쓸함과 달콤함이 있었기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인 '공선옥'의 소설은 대부분이 거기에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변화가 없는 글들이다.
이 책 역시 2009년 봄의 신작 소설이지만, 작가는 아직도 암울했던 80년대 군부 독재시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80년대를 살아왔을 독자들이라면 느낄 수 있는 모든 상황이 이 소설에 축약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에 나오는 노래가사들도, 싯 구절도, 상황들도.....
나이가 많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뭔 소리야?'할 정도로 80년대의 영상에 빠져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공선옥의 소설에는 자신의 체험이 녹아 있다. 그 자취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그녀가 가장 예뻤던 때, 노래 제목이기도 한 '아홈송이 수선화'의 모임의 9명의 친구들이 가장 힘들게 살았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성장소설인듯하지만, 그 속에는 그 시대의 사회문제가 하나 가득 들어 있다.
5.18 광주, 그 속에서 쓰러져 간 할아버지, 헌혈을 하러 가다가 유탄에 맞아 피흘리며 세상을 떠난 꽃다운 나이의 경애, 경애가 죽는 자리에 함께 있었기에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스러운 날 들을 보내다가 저수지에 빠져 죽는 수경이,
미혼모가 되는 승희. 부유한 가정의 대학생인 정신이의 위장취업, 언니의 위장 취업후의 체포, 감옥 생활.
주인공인 해금의 주변에서 일어난 시대적 아픔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던, '여순 사건' '5.18', '민주화 운동',박종철 고문사건, 군부대 의문사 사건, '뚜뚜전''자본가의 임금 체불', '공장 노동자의 생활' 등까지 시대적 사건들이 소걸의 구석 구석에 내재되어 있다.
이렇듯이 작가에게 이 시기는 암울하고 고통스럽고 서민들이 신음하던 때였지만 '내가 가장 예뻤을 때'였다는 역설적 글귀로 탄생했을 것이다.
 

'공선옥'의 소설은 80년대의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를 그당시의 사회문제와 노동문제들과 연결지어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좀더 새로운 소재와 주제의 글들로 옮겨 갈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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