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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 다움에 접속할 때마다 공지영의 '도가니'의 연재가 덩달아 같이 뜨곤하던 때에 난 그냥 무시해 버렸다.
워낙 찔끔찔끔 감질나게 보는 건 내 스탈이 아니니까?
공지영 작가의 작품이기에 몇 번인가 클릭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참았다. 그런데, 워낙 인기리에 연재되는 것이다. 다움 연재시에 누적 조회수가 1,100만건이란다.
그때까지 '도가니'의 소재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제목조차 그녀의 작품명이라기에는 거칠어 보기도 했고....
공지영의 청순하고 야무진 이미지와는 안 어울리니까(사실, 공지영은 공주풍이미지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영낙없는 줌마스탈일때도 많으니까)
'도가니'가 출간된후 또 한번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다. 이젠 정말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처음 책을 폈을 때, 나의 예상과는 다른 주제의 작품이었다. 읽는 순간 순간 분노가 치미는 정말 공지영이 아니면 이렇게 용감하게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공지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즐거운 나의 집'에서 처럼 잔잔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져 주곤 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가부장적인 법률이나, 이혼문제, 그리고 이혼후의 자녀 문제까지 우리가 꼭 생각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들을 소설을 통해 우리사회에 뱉어내곤 했다.
그런 공지영이 이번에도 한방 터트린 것이다. 알고는 있지만, 사회이슈가 되지만 그럭저럭 넘어가는 문제들을 우리사회에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크게 외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가니'는 광주의 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난 어린 학생들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2005년에 TV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취재하고 방송하는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소재로 한 것이다.
한때는 운동권에도 있었던 강인호가 아내의 권유로 장애인 기간제 학교 교사로 부임하여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전라도 무진은 민주화의 메카이고 이곳에서 법과 권력을 악용한 각종 비리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정부터 아이러니하다.
인호가 부임 첫날 듣은 화장실의 비명소리가 발단이 되어 청각 장애인 학생의 기차 사고, 자살 사건 등 꼬리를 무는 사건 속에서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들의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게 되지만 모종의 카르텔로 엮인 경찰서 형사와 권력의 옹호에 작아만 지는 현실이 안타까우면서도 우리 사회의 현실임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운영되는 장애인 학교, 그 학교 학생들의 비참한 생활상,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학생들, 아직 피지도 않은 여학생들이 암묵적으로 당하는 성폭력, 교사 채용시의 비리, 교사들의 침묵.....
정말 너무 화가 나고, 이런 사회가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인호의 용기있는 결단으로 사회에 알려지고, 범죄가 인정되어 구속, 재판이 이어지지만 그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다.
지역사회에서의 막강한 비호세력이 가해자들을 옹호하고, 피해자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가진자들의 횡포, 소외된 사람들의 참상.....
어찌 이런 일이 이곳에서만 일어나겠는가?
알게 모르게 자행되는 기득권의 횡포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조두순 사건'
'나영이 사건'이 아닌 인두겁을 뒤집어 쓴 '조두순 사건'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벌써 해를 넘기고 재판까지 끝난 사건이 지금에야 이슈화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람같지도 않은 짐승이 연약하고 어린 한 생명을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상황의 평생 불구로 만들어 버렸는데도 법의 잣대는 어떠했던가?
왜 우린 그 사건을 모르고 지금까지 있었던가?
사건 전모를 차마 인터넷에서 읽는 것조차 힘들었다.
'도가니'와 더불어 '조두순 사건'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이 무엇인지....
선은 무엇이며, 악은 얼마나 잔인한지를.....
이 사회에서거짓에 붙어서 기생하는 악의 모습을 공지영은 '도가니'를 통해 우리 사회에 널리 일깨워주고 있다.
공지영처럼 용기있게 일어설 수 있는 자가 우리 사회엔 얼마나 많을까?
'도가니'를 통해 공지영 작가의 참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들도 독자에게 때론 강한 메시지를 전해 주어야 한다.
읽고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 주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공지영이 착실하게 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은 악을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