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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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던 소설, <잘 가요, 언덕> (개정판,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 본다면)그리고 <오늘 예보> (개정판, 그들의 하루).

그리고 오랫동안 차인표 소설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물론, 이전에 읽었던 두 권의 소설이 좋았지만, 작가가 새로운 소설을 출간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차인표가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에 캐스팅된 것을 알고 2권의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읽은 책이 <우리 동네 도서관>이다. 책제목만으로는 평범한 동네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정도이겠지 하는 생각에 읽은 <우리 동네 도서관>은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면서 마치 작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각되는 글쓰기 작업과 고구려의 화공 번각이 자신이 본 것만을 고집하지만 진대인의 묘실에 용 그림을 그리라는 압박을 받는 이야기가 대비되면서 수준높은 한 권의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차인표의 또다른 소설을 읽어 보겠다는 생각게 <인어 사냥>을 읽게 됐다.  <인어 사냥>은 제 14회 황순원 문학상 신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배우 차인표가 아닌 작가 차인표로 우뚝 솟은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인어라고 하면 유아들이 좋아하는 <인어 공주>가 생각난다. 자신의 사랑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왕자님을 향한 애달픈 동화책이다. 동화책 그림은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그리고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의 인어상이 생각난다. 인어에 홀려서 뱃사람들이 난파를 당하곤 했다는 전설 속의 장소에 있는 인어상, 세게계 3대 허무 관광지라로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그곳의 풍경이 아련히 떠오르며 노랫말이 생각난다.

" 옛날부터 내려 오는 쓸쓸한 이 말이 가슴 속에 그립게도 끝없이 떠오른다. 구름 걷힌 하늘 아래 고요한 라인 강, 저녁 빛이 찬란하다. ~~"

그런데 소설 <인어 사냥>은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인가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 (....) 각자 짊어지고 있는 짐들이 있었고 그 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소망이 선을 넘으면 욕망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소망은 해도 되는 것과 넘으면 욕망으로 변한다는 것을 그들을 몰랐다. 소망은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별하지만 욕망을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욕망의 얼굴은 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으로 변할지 알지 못했다. " (p. 107)

이야기의 시작은 1902년 강원도 통천의 어부 박덕무의 이야기이다.  결혼을 해서 외딴섬으로 온 덕무는 고기잡이를 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한다. 어느날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 오는데 6살 딸 영실이 울고 있다. 그 옆에는 잣 나뭇가지를 꼭 쥔 아내가 숨을 못 쉬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가 딸 영실이는 6살, 아들 영득이는 갓 돌이  지났다.  그래도 오손도손 살던 덕무에 집에 불행이 찾아 온다.

영실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폐병에 걸려서 생사를 넘나든다. 이때 찾아 오는 사람이 공 영감이다. 일본 사람이 독도 인근에서 강치를 잡을 수 있는 어업활동권을 만들어 주고 일본인이 강치를 잡을 때 그 곁에서 강치를 같이 잡던 놈.

일본인들의 강치 잡이에 대한 설명은 너무도 잔인해서 읽기가 거북스러울 정도이다. 

공영감은 상어에게 물려서 팔이 떨어지고 엉덩이의 일부가 없어졌지만 그래도 인간이 먹으면 천 년을 살 수 있다는 인어 기름을 짜기 위해서 인어 사냥을 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덕무를 앞세워 인어 사냥에 나선다. 비록 새끼 남매 인어를 잡았지만 새끼 인어가 울면 어미 인어가 나타나리라는 개대를 가지고.....

공영감과 덕무가 어미 인어를 잡기 위해서 가하는 새끼 인어에 대한 폭력을 잔인하다. 덕무가 공영감과 함께 어미 인어를 잡으려는 목적은 병에 걸린 영실이에게  인어 기름을 먹이기 위해서 이다. 


이 이야기와 함께 소설에서 씨줄과 날줄 역할을 하는 이야기는 700년, 강원도 통천 바닷가에 살던 소년 공랑의 이야기이다. 어느날 바위 절벽에서 비밀 통로를 발견하고 그곳에 들어가는데, 거기에서 인어를 발견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을 사람들은 인어 사냥에 나선다. 역시 새끼 인어를 잡는데, 이를 이용하여 어미 인어를 사냥하게 된다. 그리고 인어를 끓여서 기름을 얻으려는 날, 그 마을은 해일이 일어  쑥대밭이 되고 공랑만이 살아 남는다. 그리고 공랑은 끓이던 인어 기름을 마구 마구 먹기 시작한다. 

700년 그리고 1902년의 이야기는 쌍둥이 처럼 닮아 있다. 인간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그건 드디어 갈등의 시작이 된다.  자식을 살리고자 하는 소망이 결국에는 욕망으로 변하게 된다.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는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무언가를 갖기 위해서는 선악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몇 년 전에 울릉도에 갔다가 새벽에 오징어 배가 도착하자 포구의 시멘트 바닥에 오징어를 펼쳐 놓고 다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예전과 달라서 오징어 량이 얼마 되지 않으니 몇 십 마리 정도 됐는데, 바닥에서 팔딱이면서 꽥꽥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때 오징어가 내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인간의 잔인함에 눈을 돌렸던 기억이 소설 속의 어린 인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떠올랐다.



" 『인어 사냥』은 먹으면 천 년을 산다는 인어 기름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는 근원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오랜 시간 인간과 역사, 구전 설화에 깊이 천착해 온 작가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우리의 지명과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아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와 관련해 수년간 자료를 수집해 오다가 강원도 통천 지역의 지금은 사라진 독도 강치에서 인어에 대한 영감을 얻어 그간의 아이디어와 기록을 발전시켜 그만의 신비롭고 독특한 이야기로 완성했다. 

독자는 책을 펼침과 동시에 작가의 머릿속 가득한 판타지를 확장한 거대하고 매혹적인 상상의 세계로 안내될 것이다. 또한, 신라와 조선 말기를 오가는 거대한 스케일, 철저한 시대 고증과 섬세한 심리 묘사,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경종과 욕망이라는 주제 의식을 하나의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풀어낸 탄탄한 구성력 등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작가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일관되게 표방하는 ‘글로 쓴 영화’를 구현한 것으로, 텍스트 속 활자를 뛰어넘는 창발성을 보여 준다.    (출판사 리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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