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브에서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1권은 <안부를 전하다>이다. 한 권의 책에서 어떤 인물의 어릴 적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일생을 그의 삶과 함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책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안부를 전하다>는 한 권의 책에서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를 함께 담아냈다. 세계적인 문학가와 예술가의 만남, 아니 그들은 생전에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편지 한 장 건넨 적이 없다.
그런데, 만남은 없었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과 편지를 통해서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를 접목시키니 삶의 궤적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2권은 <만나지 않은 쌍둥이: 프란츠 카프카, 에곤 실레>이다. 에곤 실레는 1890년에 출생하여 1918년 28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오스트리아 출생의 화가이다.
에곤 실레를 이야기할 때에 구스타프 클림트와의 만남을 흔히 말한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두 천재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황금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데, 금박과 은박을 입힌 화려한 작품이 유명하다. 1907년 에곤 실레는 17살의 무명화가로 클림트를 찾아간다. 자신의 드로잉 뭉치를 들고서.
클림트는 에곤 실레의 천재성을 알아 보고 자신의 작품과 에곤 실레의 작품을 교환한다. 에곤 실레는 클림트를 스승 삼지만 1910년을 기점으로 클림트의 황금 양식에서 벗어나 뒤틀린 인체와 거친 선의 에곤 실레의 작품의 세계를 그려 나간다.

그래서 나는 에곤 실레와 클림트의 조합이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를 생존에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작가와 화가로 마치 쌍둥이 같은 면을 찾아서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카프카는 프라하의 부유한 가정에서 출생했다. 그러나 엄격한 아버지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어릴 적에 사소한 일로 베란다에 버려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카프카의 일생을 좌우했다. 생전에는 무명 작가였지만 죽음에 임박하여 자신의 모든 편지, 작품을 없애 달라고 했지만 카프카의 마지막 말을 따르지 않고 보관했기에 현재 우리들은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카프카의 <변신>은 아마도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곤 실레는 외설화가라는 죄명으로 24일간 감옥에 갇히기도 했고, 판사가 그의 작품을 태워 버리는 트라우마를 견뎌야 했다.
그렇다면 카프카와 에곤 실레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그건 '불안'이다.
카프카는 관료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그런 불안이 내면의 깊은 심연으로 파고 들었을 것이다.
에곤 실레의 아버지는 매독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사산되거나 일찍 죽었으며 죽음 직전에는 정신 착란증으로 모든 재산을 난로불 속에 넣어 태워 버렸다. 이런 불우한 환경이 에곤 실레의 화폭에는 뒤틀린 신체의 선을 통해서 외부로 격렬하게 표현된 것이다.

생전에 만난 적은 없으나 카프카와 실레는 삶의 모습에서 쌍둥이처럼 닮은 점이 있다. 카프카는 그런 자신의 삶의 궤적을 <변신>을 비롯한 작품으로, 에곤 실레는 화폭에 담아 놓은 것이다.
이 책 속에는 다수의 에곤 실레의 작품들이 담겨 있어서 작품 감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카프카의 <변신>,<법 앞에서>, <관찰> 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미처 카프카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 이번에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0세기 문학과 예술을 대표하는 실존주의와 표현주의가 기차로 간다면 불과 서너 시간 거리에서 일어났다는 것도 주목할만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