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황석영 작가의 책들을 읽었지만 어떤 책에서도 느낄 수 없는 방대한 역사를 가진 장편 소설이다. 육백 년을 아우르는 이야기, 그런데, 주인공은 육백 년을 사신 팽나무이다.
소설은 첫 부분부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를 가름할 수가 없다. 시베리아에서 날아 온 개똥지빠귀 한 마리가 금강 하구에서 죽는다. 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자연에서 벌어지는 나무, 꽃, 새 등의 이야기가 생물에 박학다식한 전문가의 시선에서나 관찰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흉년을 피해 먹을 것을 찾아 나선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은 굶주림에 죽고,아내는 두 딸을 데리고 친정길에 나서면서 5살배기 아들을 스님에게 맡긴다. 그의 인생 이야기.
그러나 그 이야기는 이 소설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 조선 건국 초기의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이어져서 현재의 포구 마을 하제 이야기에 이른다.
그곳이 미군기지 용지로 결정되면서 포구 마을은 철거되고 하제 터의 구석에 있는 육백 년 묵은 서낭목 팽나무.
팽나무는 육백 년 동안에 스님에게 맡겨진 몽각, 그리고 서학, 동학,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군부 독재 시절....
그리고 새만금 사업 등, 수많은 사건들을 묵묵히 지켜 본 팽나무 이야기이면서 그 시대를 거쳐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144권의 책들을 참고했다. 불교, 노장철학, 동학, 천주교, 생물학, 인류학, 생태학, 자연과학 등의 책을 참고하면서 준비에서 출간까지 4년이란 기간이 걸렸다.
" 이 나무를 둘러싼 육백년은 역사가 아니라 인연과 관계의 순환이며 카르마의 계속되는 전이에 관항 이야기이다. (...) 생사는 물론 세상만사는 인연에 따라 변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개벽은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큰 바람일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어떤 지역의 개발에 대한 이권 다툼,개발이 가져다 주는 역효과 등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다. 철새 도요지에 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안 공항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