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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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트레버 (1928~2016)은 생전에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수상을 하지는 못했다.
그는 약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단편소설, 장편소설, 희곡, 논픽션, 아동문학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다. 그래서 작가를 '모파상, 체호프를 잇는 단편소설의 거장'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장편소설의 대가'라고 일컫기도 한다. 
윌리엄 트레버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어교사, 미술교사, '트레버 콕스'라는 이름의 조각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등의 경력이 있다.
윌리엄 트레버는 책을 많이 읽는 독자들이 아니면 그리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한 번 읽게 되면 소설가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다른 작품들을 찾아서 읽게 된다.
얼마 전에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 (단편소설 12편 수록)와 < 마지막 이야기들> (단편소설 10편 수록)을 읽었다. 단편소설 중에는 한 작품을 다 읽자마자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들이 있어서 되돌아 가서 읽게 되는 작품들이 있었다.
단편소설은 비교적 단순한 전개를 짧은 호흡으로 읽게 되는데, 작가의 장편소설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된 소설이 <펠리시아의 여정>이다. 이 작품을 쓸 당시에 커다란 이슈로는 1992년 강간범에 의해서 임신을 한 소녀의 낙태에 대한 문제였다. 아일랜드에서는 낙태를 금지하기에 아일랜드로 가서 낙태를 한 사례가 있는데 당시에 사회문제가 됐었다. 1994년에는 20여 년에 걸쳐서 12명의 젊은 여성을 고문하고 살해하여 자기집 지하실과 정원에 유기한 사건이 있었다. 2사건은 어느 정도 각색되어서  <펠리시아의 여정>에 담겨 있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펠리시아는 6살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아일랜드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펠리시아는 오빠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참석하는데, 그 모습에 반한 조니 라이서트와 만남을 갖는다.
조니가 직장이 있는 영국으로 떠나던 날에 주소를 알려 달라는 말을 하지만 그는 급하게 그냥 떠난다. 펠리시아는 조니의 엄마에게 주소를 알아 내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펠리시아의 아버지는 딸이 조니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조니가 영국 군에 입대한 배신자라는 이유를 들면서 펠리시아를 창녀, 더럽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비난을 한다.
펠리시아는 조니가 영국의 어느 도시의 공장에 다닌다는 것만을 갖고 고향을 떠나 조니를 찾아 나선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조니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영국행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내린 곳에서 조니는 찾을 수가 없고, 공장 구내 식당의 매니저인 힐더치의 도움을 받게 된다.
과연 힐디치는 펠리시아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 친절을 베푸는 척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속셈이 있었으니....
힐디치는 우연을 가장하여 펠리시아에게 접근을 하고,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조니가 있는 부대까지 알아내지만 끝까지 사실을 알려 주지 않고,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한다.
그런 과정에서 펠리시아의 힐디치의 권유로 낙태를 하지만 곧 후회하게 된다.
힐디치는그동안 이렇게 거리에서 만난 여자들을 여러 명 살해했고, 펠리시아도 그렇게 하려고 하지만 실패로 끝난다.
"트레버는 이 작품을 통해 스릴러를 높은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리면서 새로운 팬을 또 한 번 숱하게 양성해 냈다." (작품 해설 중에서)
힐디치가 연쇄 살인마라고는 하지만 그런 장면들은 소설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만났던 여자들에 대한 단편적 서술들만 나오고 " 왜 그녀들이 자신을 떠나려고 했는가? " 하면서 암시적인 생각만을 들어 내다가 끝부분에서 간략하게 언급이 된다.
힐디치는 악랄한 범죄자들 중에 그런 인물들이 있듯이,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동료들에게는 신뢰를 받는다. 특별히 펠리시아에게도 이런 저런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하지만 어떤 강압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다행히 펠리시아는 힐디치의 집에서 탈출하여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이 도시 저 도시를 돌아다니게 된다.
순진한 소녀들이 집을 떠났을 때에 어떤 일이 앞을 가로막게 되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렇지만 펠리시아는 그런 어둠의 세계에 빠지지는 않는다.
거리를 헤메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치과의사, 따뜻한 수프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힐디치는 거대한 집에서 어머니와 둘이 살았고, 어머니가 죽은 후에는 홀로 살았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당한 일들, 어머니의 그릇된 행동, 그 과정에서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배우지 못하고 성인이 되고 쉰 살이 넘는 나이가 됐다.
만나는 여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고, 그녀들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끝내 힐디치의 곁을 떠나려 했다. 그것이 살인의 이유이다. 
펠리시아를 죽이려 했지만 그녀가 도망을 가면서 그녀가 돈 한 푼 멊이 어떻게 지낼까, 조니는 만났을까, 이런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
이 소설에는 실제의 삶, 꿈, 현재 상황, 기억 속의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재란 과거 속의 어떤 사실들이 존재하기에 있는 것이고, 어떤 결말도 그런 모든 과정의 복합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펠리시아의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그는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갈 것이다. 거리의 쓰레기 통을 뒤지는 삶일지언정 그는 고향에 있을 때 보다, 힐디치와 있을 때 보다, 조니를 찾아 다닐 때보다, 훨씬 자유롭고 평화롭다. 



"작가는 도덕적인 판단이나 비난을 유보한 채 정확하고 공평한 눈으로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모든 인물을 바라본다. "
(...)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 이 책은 선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히며 '기이하게도 선은 우리가 악이라 부른 것을 끔찍할 정도로 가까이에서 접한 후에야 눈에 보인다'라고 말했다.  (책 소개글 중에서)

<펠리시아의 여정>은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소설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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