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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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하반기 베스트셀러로 핫이슈가 된 책이 '구병모'의 <절창>이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은 오래 전에 읽은 <위저드 베이커리 /2009년>와 <아가미 /2011년>가 있다. 
읽을 당시의 느낌 조차도 생각이 나지 않기에 이 책들을 다시 읽으려고 한다. 그러던 중에 <파과/2018년>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이번에 읽게 됐다.



<파과>는 작가가 냉장고 속의 상한 복숭아를 꺼내는 순간에 뭉개지는 것을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됐다는 설이 있는데, 소설 속에서도 동네 병원 페이 닥터의 아버지 과일 가게에서 산 복숭아를 냉장고에 넣어 놓고 한참 후에 생각나서 보니 색이 변하고 뭉개진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는 한다. 아마도 파과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버려진 과일에 주인공의 처지를 빗댄 것이 아닌가 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 조각이 버려진 유기견을 데리고 와서 무용(無用)이란 이름을 붙인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조각(爪角)은 12살에 친척집의 식모로 더부살이를 간다. 형제가 많아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안한 잠도 못 자는 자신의 집 보다는 훨씬 좋기는 하지만 이 집에서도 쫒겨 나게 된다.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류를 만나게 되고 청부살이업자가 된다. 그들은 자신들을 방역업자라고 말한다. 각종 쥐, 벌레를 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누군가 세상에서 없애고 싶은 자를 제거해 주는 것이 같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게 40여 년을 청부업자로 살아 오면서 65살의 나이가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민첩한 행동도 힘들고, 이런 저런 실수도 하게 된다. 그러니 조직에서 밀려나게 되는데....
다친 자신을 치료해 준 의사 그리고 그의 가족들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박스를 줍는 노인을 도와 주다가 자신이 제거해야 할 대상을 놓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청부업자로서 남에 대한 배려, 연민과 같은 감정이 없었는데.....
여기에 청부업 사무실의 30대 투우와의 갈등도 생기게 된다. 투우는 조각을 미행하기도 하면서 그녀가 점점 조직에서 쓸모없는 처지가 되어 감을 인지하게 된다. 투우와 조각은 예전의 어떤 사건으로 얽혀 있다. 그래서 투우는 조각의 연민의 대상인 의사 딸을 납치하는 도발을 하면서 조각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무미건조할 정도로 사람사는 정이 없는 조각, 그에게 찾아 온 새로운 감정들, 그를 이용하여 조각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투우.
피튀기는 내용들이 담담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오히려 이 소설이 더 잔인한 것은 아닐까. 



조각과 투우의 한바탕 처절한 죽고 죽이려는 이야기가 전개된 후에 마지막 부분에서는 너무도 평화로운 내용이 전개된다. 조각의 별명은 손톱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남아 있는 한 손의 네일이 가져다 주는 의미가 마지막 페이지를 닫는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이 소설은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됐다. 파과를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그리고 <절창>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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