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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20만 부 에디션, 양장)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23년 11월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로, '나의 읽고 싶은 책'에 담겨 있던 책이다. 이래저래 '읽어야지, 읽어야지'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우연히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을 보고 이번에 읽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선호하는 장르의 책이면서 가볍게 읽힐 수도 있지만 예전에 메트로폴리탄을 방문했을 때를 생각하면 추억 속의 미술관이 눈앞에 우뚝 서있는 듯했다.
이 책의 작가인 '패트릭 브링리'는 형과 우애가 깊었던 것 같다. 자신의 결혼식이 예정되었던 날에 형의 장례식이 거행된다.

작가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뉴욕 한복판의 <뉴요커>에서 유망한 사회인으로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형의 죽음과 함께 무너졌다. 그 비극의 끝에서 그가 찾은 제 2의 인생은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으로 매일 매일 다른 전시실을 찾아 다니면서 최소 8시간씩 그곳을 경비하는 일이었다. 메트로폴리탄은 뉴욕에 위치한 고대 유물과 건축물에서 현대의 거장의 예술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며칠에 걸쳐서 관람을 해야 할 정도이다.
작가는 2008년에 메트로폴리탄 경비원으로 일하기 시작하여 퇴직할 때까지의 10년간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 놓았다. 그의 슬픔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경비원이라는 단순 작업을 해야 하는 일로 치유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 '브링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실의 이곳 저곳의 전시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오래전에 방문했던 미술관이기는 하지만 그때 전시실의 유물, 예술품을 보면서 놀라움을 느꼈던 그 곳의 전시품들을 봤을 때의 환희에 가까웠던 놀라움이 이 책을 읽으면서 살아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전시품 중에 1080년 작품인 '곽희'의 '비단에 수묵'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미국인이 보는 한국 작가의 수묵화, 풍경화 속에 씌여진 글까지 설명을 해 준다.

작가는 10년 간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을 끝내고 지금은 뉴욕도보 여행 가이드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비정기적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투어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한다.그 어떤 도슨트 보다 멋진 도슨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10년간의 힘겨운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0년이란 긴 세월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품을 보면서 익힌 전문적 지식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상실감을 극복하는 그런 이야기 보다는 전시실의 유물과 거장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책에 소개된 전시품에 대한 정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시품 각각에 부여된 취득번호를 활용하면 된다.
작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프라 안젤리코'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라고 말한다.

<사진 : Daum 검색>
아들, 조카와 함께 갔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기억과 추억이 살아나는 책이다.